지난 21일 류성걸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유류세의 법정 인하 한도를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경우 정부가 30% 범위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데, 이 범위를 5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정부는 7월부터 연말까지 유류세를 법상 최대 한도인 37%까지 대폭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피부로 체감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자 서둘러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세율 범위를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같은 날 민주당도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유류세 인하 범위를 70%까지 확대하는 법 개정안을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야 정치권이 민생안정을 위해 기름값 인하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지난 해에 비해 두배 가까이 폭등한 농업용 면세유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할 때부터 농업인들은 농업용 면세유에 대한 대책 수립을 줄기차게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농업용 면세유에 대한 대책은 거론조차 안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유류세 인하 경쟁을 지켜보는 농업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생각한다면 이래선 안된다.

지난해 농업용 면세유 총 구입액은 1조1350억원으로 집계된바 있다. 지금 가격에 지난해와 같은 양의 면세유를 구입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농민들은 지난해보다 1조135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하반기 인상 예정인 전기요금, 그동안 급등한 농자재갓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생각한다면 ‘면세유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식의 한가한 얘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농민의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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