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물가안정 차원서 낮아진 쌀값 건드릴 상황 아니라는 입장
농업계·국회, “추가 시장격리 안하면 수확기 ‘쌀 수급대란’가능” 경고

 

 

쌀값 폭락 사태가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민생경제·물가안정 정책에 가려져 쌀값 회생을 위한 모든 기회가 실종됐다. 현재도 진행형인 산지쌀값 급락세는 6월 5일 기준 80kg들이 가마당 18만3천원으로, 10년전 쌀목표가격 18만8천원보다 낮아져 시장논리의 자체적 회생이 가능한 경계선을 이미 벗어났다는 진단이다. 이 상태대로 8월 중순께부터 시작되는 조생종벼 수확기가 도래하면 과부하 걸린 창고 내 쌀 재고량에 햅쌀까지 보태져 양곡정책 마비를 알리는, 논벼 갈아엎고 농민들이 길바닥에 나아 앉는 상황이 자명해진다. 


통계청이 밝힌 20kg 정곡기준 산지쌀값은 지난 5일 현재 4만5천862원이다. 80kg 한가마값으로 따지면 18만3천448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평균 쌀값 21만4천140원에 비해 5개월만에 무려 가마당 3만700원 가량 폭락했다. 벼 재배면적을 산출해보면 생산량은 매년 정체단계지만 수요량이 점점 줄고 있어서 쌀값 불안의 심각성은 대책없이 농민들의 상처로 깊어지고 있다. 실제 2021년 쌀 소비량은 국민 1인당 56.9kg으로, 1992년 112.9kg에 비하면 30년만에 딱 절반으로 줄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쌀 판매 증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어서 특단의 대책없이는 쌀 수급조절 방향이 안보인다는 여론이다. 


4월말 기준 쌀 재고량은 95만9천톤(한국농촌경제연구원 6월 관측)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7% 약 34만8천톤이나 많은 양이다. 전국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창고에 적재된 쌀 재고량은 76만톤에 달한다. 산지가격이나 시장가격의 하락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는 악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비정책에 치중하고 있다. ‘민생안정 프로젝트’로 명명한 윤석열정부의 서민 체감도 관리 정책은 식품·생계·주거 등 소비자 중심의 물가안정대책이 대부분이고, 정부 출범 초기 대세로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6일 새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최대폭인 0.75%포인트(자이언트스텝)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은 인플레이션 고삐를 더욱 틀어쥐는 물가안정 방향으로 몰입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때문에 정부는 쌀값 지지를 위한 대안 마련, 즉 쌀 관련 3차 시장격리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가안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 우선 정책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정황근 농식품부장관은 최근 현장 물가점검 자리에서“정부의 쌀 시장격리 조치가 아직 눈에 띠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 시장격리는)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다 정 장관이 최근 쌀 수급균형을 맞추고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분질미’활용 대책을 밝히고 있는 것 또한, 현재의 쌀값 폭락 사태에 대한 여론을 희석시키는 의도라는 주장이 있다. 분질미 재배량을 늘리고 이에 따른 가공 활용법을 개발하고 보급·확대하는 과정은, 일정 기간을 필요로 하고 아직 효율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장 쌀값 폭락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농업 현실을 해결하기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급성을 감안하면 여러 정책을 혼합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업계를 비롯한 국회 야당 등은 쌀 수확기를 앞둔‘골든타임’을 언급하며 쌀 추가 매입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RPC를 운영중인 전국 농협조합장들이 성토하고 나섰다. 농협RPC 전국협의회는 지난 3일 임시총회를 갖고, 지난해 쌀 과잉물량에 대해 정부가 15만톤 정도 추가로 시장격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문을 만들어 농식품부에 제출했다. 


이날 조합장들은 “정부의 추가 매입이 없을 경우 쌀 재고량이 포화상태인 농협창고 상황을 감안했을 때, 수확기 농협 자체 수매는 물량을 대폭 줄이거나 경영 형편에 따라 수매 거부도 발생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불안한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전남·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쌀 가격안정 위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삼석, 김승남, 신정훈, 윤재갑 등 농해수위원을 비롯한 18명의 야당 의원들은 성명 발표를 통해 “벼 생육 상황과 소비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도 쌀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이 되풀이될 우려가 매우 크다” 면서 “농협은 과다한 재고 보유로 보관 창고마저 부족해서 시장격리를 통해 정부양곡창고로 반출되지 않으면 올해 쌀 수매 대란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 고 경고했다. 의원들은 정부를 상대로 추가 시장격리,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한 쌀 관리 의무화, 쌀 생산비 보장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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