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마을 파괴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이익은 업체가 챙기고, 피해는 주민이 당하고, 뒤처리는 자치단체가 혈세로 해야 하는 구조. 게다가 이 얼토당토않은 구조가 한두 해가 아닌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난다. 바로 산업폐기물 매립장에 관한 현실적인 명제다.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은 사모펀드와 토목건설업체에‘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인허가를 받으면 장기간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폐기물매립장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현재에서 끝나지 않고 대대손손 이어진다.


산업폐기물을 그득 실은 대형트럭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마을 앞길을 내달린다. 하루도 빠짐없이 짧게는 10년, 길면 20년 엉뚱한 광경을 목격하며 한숨을 내쉰다. 자칫 유해물질이 노출되거나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폭설에 매립장 덮개가 무너지기도 한다. 침출수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도 무섭지만, 매립 후 시간이 흐르면서 지하수가 오염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 마을주민들은 못살 곳, 몹쓸 일을 견디며 농촌을 지킬 수도, 떠날 수도 없는 궁지에 빠진다.


산업폐기물은 전기에너지와 같이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자들의‘먹튀’후 세금으로 공기관이 뒤치다꺼리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가 송전망을 운영하고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것과 같이 ‘공적 영역’ 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리면대책위 시위
▲사리면대책위 시위

 

 

 


늘어나는 폐기물, 농촌으로 쏠려


폐기물관리법상 생활폐기물을 제외한 사업장 폐기물에는 사업장 일반폐기물, 건설폐기물, 의료폐기물을 포함한 지정폐기물이 있다.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다시 생활계 폐기물과 배출시설계 폐기물로 나뉜다. 생활폐기물과 사업장 생활계 폐기물을 묶어‘생활계 폐기물’, 나머지를‘산업폐기물’로 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하루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2014년 40만1658톤에서 5년만인 2019년 49만7238톤으로 23.8% 증가했다. 생활계 폐기물은 같은 기간 4만9915톤에서 5만7961톤으로 16.1%, 나머지 산업폐기물은 35만1743톤에서 43만9279톤으로 24.9% 늘었다. 특히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이 같은 기간 32.3% 늘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 중 생활계 폐기물 비중은 2019년 기준 11.7% 수준이며 건설폐기물 44.5%,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 40.7%, 지정폐기물 3.1% 등 산업폐기물이 88.3%를 차지한다.


폐기물처리 주체로 보면, 소각을 제외한 생활계 폐기물 매립의 경우 공공처리 비중이 90.6%, 위탁처리 8.5%, 자가처리 0.9%로 나타났다.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처리하는 셈이다. 건설폐기물 매립도 공공처리 비중이 95.9%에 달하고 위탁처리 4.1%였다. 


반면에 사업장 배출시설 폐기물과 유해성이 높은 지정폐기물의 매립은 공공처리 비중이 작고 민간 위탁처리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시설 폐기물의 매립 주체별 비중은 공공 18.5%, 자가 35.5%, 위탁 46.0%이며 지정폐기물은 각각 0.18%, 11.0%, 88.8%였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2019년 현재 사업장 일반폐기물 매립장 32개소, 지정폐기물 매립장 21개소에 달했다. 문제는 해당 민간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주민 반발이 주목받지 않는 농촌 외딴 지역에 매립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대표(변호사)는 “주로 면 지역, 시나 군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외곽지역이 자본과 건설업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라며 “돈독이 오른 업자들의 폐기물매립장이 농지 훼손은 물론 농업인 삶터를 파괴하고 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라고 지적했다.

 

▲천안 성남면 폐기물매립장 공청회
▲천안 성남면 폐기물매립장 공청회

 

부적합 지역에 편법동원 추진 물의


폐기물매립장이‘황금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사모펀드와 토목건설업체가 손잡고 농촌 지역을 파고드는 경향이다. 특히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매립장 입지로 적합하지 않은 곳까지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충남 청양 석면 폐광산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다가 행정소송 끝에 백지화한 사례가 있으며 홍성의 석면 자연 발생지역에 매립장 건립을 추진하다 지자체의 불허로 중단되기도 했다. 강원 영월의 석회석 광산이나 전남 보성의 채석장에 산업폐기물 매립장 추진사례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산업단지 바깥에 매립장을 독립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산업단지 안에 폐기물매립장을 짓기 위해 여러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폐촉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폐촉법 시행령에 따르면 연간 폐기물 발생량이 2만 톤 이상이고 조성면적이 50만 제곱미터 이상인 산업단지를 개발·설치 또는 증설하려는 자는 폐기물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조건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폐기물 발생량을 부풀려 인허가를 받거나, 부지 매입 후 편법으로 매립용량을 늘리는 경우다. 충남 서산 오토밸리, 전북 김제 지평선 산업단지 등에서 이 같은 편법이 적발됐다.


지역주민의 반대 의사가 명확한데도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패키지(묶음)로 밀어붙이기도 한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일대에 추진된 메가폴리스 산업단지와 단지 내 폐기물매립장이 최근 사례다. [본지 1398호(2022.5.16.) 9면 ‘유기농 괴산군’에 폐기물매립장 설립 논란]


사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은 지난 7일 1년여 벌여왔던 ‘사리산업단지 백지화 촉구 1인시위’ 중단을 선언했다. 6·1 지방선거에서 매립장을 밀어붙이던 이차영 군수가 낙선하고, 반대대책위를 지지해왔던 송인헌 괴산군수 당선자가“주민의 의견을 따르겠다” 라며 전면재검토를 약속한 데 대한 호응이다.

 

 

매립장 순이익률 60% 넘기 예사


이미 설치된 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에서 막대한 초과이익을 얻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건설 대기업마저 진출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강원 영월의 쌍용C&E(쌍용양회) 대규모 폐기물매립장을 맡았고 태영그룹 계열사, SK그룹 계열사 등이 충주, 음성 등지에서 직접 또는 지분참여 형식으로 폐기물매립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 운영업체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실제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을 나타내는 순이익률이 60% 이상인 경우도 적잖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에 따르면 충주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내 폐기물매립장을 운영하는 ㈜센트로는 2017년부터 4년간 1098억 원 매출에 65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태영그룹 계열사는 20억 원을 출자해 배당금으로 422억 원을 받았다.


충북 청주에서 일반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는 ㈜이에스지청주는 첫해인 2020년 매출 303억 원, 당기순이익 191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배하고 있다.


영남지역에서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는 에코시스템(주)은 2019년 1110억 원 매출에 660억 원 당기순이익을 얻었고, 2020년 1173억 원 매출, 696억 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 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 정해량 위원은 “지정폐기물은 톤당 15만 원 수준에 그치지만 폐석면, 폐농약 등은 60만 원이 넘고 폴리클로리네이티드 비폐닐 함유 폐기물은 무려 150만 원이 넘는다” 라며 “돈 되는 게 빤히 보이는데 업자들이 무얼 묻을지 뻔한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운영과 딴판, 완료 후 관리 소홀 


민간업체들이 폐기물 매립장 운영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지만, 정작 매립사업 완료 후에는 사후관리에 소홀하기 일쑤여서 갖가지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먹튀’업자들 탓에 지자체가 뒤치다꺼리하는 형편이다.


국내 1호 지정폐기물 매립장인 화성 주곡리 시설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인다.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이 1987년부터 10년간 33만 톤의 폐기물을 묻은 후 2002년 민간업체에 매각한다. 그러나 업체 부도로 이곳은 장기간 방치되고, 각종 환경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화성시가 떠안았지만, 최고누적 10미터에 달하며‘핵폭탄’이 돼버린 침출수를 해결하지 못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충북 제천 왕암동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에어돔(둥근 지붕)이 2012년 폭설로 붕괴하면서 침출수 등 유해물질이 유출됐으며, 운영관리업체 부도로 복구작업이 어려워지자 결국 국비와 지방비 98억 원을 들여 복구할 수밖에 없었다. 충남 당진시도 매립이 끝난 고대·부곡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관리부담을 업체로부터 떠안았고, 침출수 관리 등의 문제로 골머릴 앓으면서도 예산은 예산대로 매년 투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환경운동연합과 농업인단체, 각지 주민대책위 등이 참여해 지난해 12월 출범한 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는 국가가 책임지고 산업폐기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태도다. 적어도 신규 매립사업부터라도 공공성이 확보된 주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권역별 공공처리시설의 확대, 기존 매립장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와 사후관리 강화, 매립량과 소각량을 줄일 수 있는 정책 입안과 시행 등을 제안하는 한편 폐기물매립장과 무관하지 않은 산업단지의 인허가 특례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