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민생정책, 할인·방출 등 농산물 ‘한 놈만 팬다’
부동산·공산품·금융 등 손 놓고, 생산비에 허덕이는 농업 ‘타깃’

 

 

 “물가 급등세가 엄중하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확대 공급, 달걀 무 배추 할인행사를 우선 검토한다.”


윤석열정부의 민생·물가안정 정책이‘밥상물가’‘장바구니물가’를 표방하는 농축수산물‘가격잡기’에만 쏠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공산품, 농식품, 금융·생활서비스비용 등을 총망라해서 물류수급 등, 실질적으로 정부가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품목은 농축수산물이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물가안정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5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른 자리에서“사료값 인상분 지원 등 생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치했다. (농산물)가격이 낮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농민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이 안맞는 적자경영을 토로하고 있다. 농사짓는데 드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정부는 비싼 생산비의 농산물을 가격안정이란 이유로, 예전 가격대로 팔도록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내 논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5.4% 상승, 14년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상승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상승폭은 주거비, 가정용품, 기타 서비스 등 분야나 품목 구분없이 일괄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즉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지출할 때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1000에서 83.8 정도인 농축산물에만 가격안정대책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분율로 따지면, 소비자의 전체 쓰는 비용 중 농축수산물이 8.4% 정도인 셈이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50% 이상인 집세, 공공서비스(진료비·하수도료 등), 개인서비스(외식·보험료·가전제품렌탈비 등) 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가격조절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경유, 화장품, 승용차, 청바지, 등유, 가전제품 등에서 마스크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물가지출의 35%를 차지하는 공업제품에도 직접적인 시장개입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로지 농축수산물에 대한 ‘가격 하향 조절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게 농업계의 주장이다.


이같은 특정 품목 농축산물 선정 가격관리 정책은 이미 이명박정부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났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5.9%까지 소비자물가가 치솟을 당시, 서민생활과 밀접한 소비품목 52개를 선정해 부처별 책임제까지 두고 별도 관리했다.

이때 쌀·쇠고기·무·배추·마늘 등 대다수의 농산물에 대해 가격안정을 이유로 수입산 방출 등의 수급대책을 썼다. 결과적으로 섣부른 시장개입으로 소비지가격은 더욱 상승을 부추겼고,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는 산지 수취가격은 수입산 범람으로 회복기회를 상실했다. 이명박정부의 3년 여간의 농산물 품목관리 가격 통제 정책은 처절하게 실패를 맛봤다는게 경제계 전반의 진단이다.


이와 비슷하게 윤석열정부 또한 농업 생존의 근간인 농산물 수급정책을, 소비 중심의 물가정책으로 둔갑시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품목을 정하지는 않았지만‘밥상물가’에 준하는 생활 밀착된 농산물이 모두 정책적 관리대상으로 꼽힌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정부의 물가정책이 가격을 통제하려는 방향이면 곤란하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특징인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면서“수요와 공급의 생태성을 잘 따져보고, 생산을 위축시킬 잠재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농업계의 우려와 불만도 비슷하다. 경유 등 기름값, 제초제 등 농약값, 농업용 파이프값, 인건비, 요소비룟값, 하우스필름값, 사룟값 등 전년대비 최소 20%에서 180%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에는 이같은‘생산비 계산’이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하우스 한동을 설치하더라도 파이프 필름 등 지난해 한동 반을 설치할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면서“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농산물 가격폭락은 방치하고 농산물 제값 내는 상승요인을 차단한다면, 계획를 갖고 의욕적으로 농사 지을 사람이 있겠는가. 지속되는 경영 부담으로 생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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