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법인 재지정 논란 어떻게 돼 가나

대전시, 도매법인 재지정 조건 강요 막무가내 추진
대전중앙청과, “위법 담은 재지정 조건 즉각 철회”

 

 

오는 6월 30일 도매법인 영업이 종료되는 대전시 노은농산물도매시장 대전중앙청과는 대전시로부터 도매법인 재지정을 받아야 향후 5년간 영업이 연장된다. 그러나 재지정 과정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논란의 원인은 대전시가 대전중앙청과 재지정 조건에 9개의 일반지정조건과 7개의 항목별지정조건, 항목별 지정조건 이행점검지표 18개 등 34여개의 지정 조건을 새롭게 추가했기 때문. 대전중앙청과는 전국 80곳 이상 도매법인 중 대전시가 강요하는 재지정 조건이 전무한데다 새롭게 추가된 지정조건은 위법 논란이 많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전시가 요구하는 재지정 조건을 수긍하게 되면 현행법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감내해야 하고 대전시를 외면하면 재지정에서 탈락하게 된다. 힘없는 도매법인은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다. 그저 죽으라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재지정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전중앙청과 송성철 회장의 넋두리이다.  


대전시, 전국 최초 30여가지 재지정 조건 마련


통상적으로 지정기간이 만료돼 재지정을 받고자 하는 도매법인은 지정기간 만료 30일전까지 도매시장법인 지정 신청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도매법인 재지정 조건의 경우에도 ‘제 규정 및 도매시장 운영과 관련한 지시사상을 준수해야 한다’ , ‘법인 지정시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성실히 시행해야 한다’ 등 5가지 내외의 지정 조건을 제시해 왔다.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 대부분도 이러한 지정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는 대전중앙청과의 재지정을 앞두고 지난 3월 공문을 통해 무려 34여 가지의 이행조건을 제시하고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사전에 그 어떤 협의도 없이 제시한 지정조건에 대해 대전중앙청과는 현실적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점과 이행조건 중 상당수 위법 소지가 많은 만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자고 답변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현재까지도 대화를 피하고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대전중앙청과 송성철 회장은 “전국 80곳 이상 도매법인들이 통상적인 5가지 내외의 이행조건으로 재지정을 받아온 상황에서 전국 최초로 대전시만 34여개의 이행조건을 강요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면서 “산지 농업인들에게 써야할 동력을 대전시 행정에 대응하는데 쏟아 붙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고 말했다.  

 

“‘매년 하역비 30% 이상’명백한 위법” 


대전시가 제시한 34여개 이행조건 중 대전중앙청과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조항은 ‘법인의 전년도 하역비 부담실적의 30% 이상 확대’ , ‘정가·수의매매, 전자거래 등 확대’ , ‘경매장 등 도매시장 질서유지 및 관리 업무’ 등이다. 


농안법 제40조 1항은‘도매시장 개설자는 도매시장에서 하는 하역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하역체제의 개선 및 하역의 기계화 촉진에 노력해야 하며 하역비 절감으로 출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하역비를 절감해 출하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농안법에 따라 개설자(대전시)에게 부여된 의무로, 도매법인에게 하역비 부담을 강제하는 것은 개설자의 책임을 도매법인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꼴이 된다.


대전중앙청과는, 도매법인은 규격출하품에 대해 임의로 하역비를 정할 수 없고 그 외 품목에 대해서는 하역비 부담에 대한 재량이 인정되고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하역비 부담을 확대토록 강제한 후 그 기준에 미달하면 도매법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농안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대전시의 요구대로 하역비를 30% 이상 인상할 경우 대전중앙청과는 매년 하역비 부담이 가중돼 정상적인 경영 유지가 어렵게 된다. 특히 매년 하역비 30% 이상 지정조건은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위법으로, 대전시는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강력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전중앙청과 관계자는 “하역비 인상 조건도 엉터리이지만 경매장 등 도매시장 질서유지 및 관리 업무를 도매법인에 전가하는 것은 농안법에 명시된 개설자의 고유 업무를 위반하는 것” 이라며 “중도매인 점포수 배정 논란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 더많은 논란이 일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우려 속, 대전시 막무가내 추진 


대전중앙청과 재지정 논란에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 가락시장에서도 한바탕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2022년 1월부터 적용되는 ‘도매시장법인 지정조건 개선(안)’ 을 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마련해 도매시장법인들의 반발을 샀던 것. 당시 공사는 10개에 불과하던 지정조건을 일반 지정조건 16개항과 항목별 지정조건 10개항으로 세분화했고 하역노조가 아닌 법인이 하역을 책임지도록 업무 주체를 바꿨다.


이에 도매법인들은 개설자인 공사가 해야 할 하역 업무를 법인에게 떠넘겨 압박을 가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법인을 퇴출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강력 반발했다. 


법인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던 공사의 강력한 의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종 승인 과정에서 꺾였다. 도매법인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재지정 조건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판단이었다. 


농안법 제17조 제5항에서는 중앙도매시장의 개설자가 업무규정을 변경하는 때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대전시가 무리하게 대전중앙청과 재지정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유통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도매시장 활성화를 목적을 두고 재지정 조건을 마련한 만큼 대전중앙청과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결론을 도출하고 농식품부와도 원활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도매시장 개설자 권한 오남용 막아야 


대전시의 막무가내 행정을 두고 유통업계는 중앙정부에서 도매시장 운영, 재지정조건 등 방침을 정하고 공영도매시장을 점검하는 방식이 차라리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내놓고 있다.


더욱이 도매시장을 담당하는 지방공무원의 경우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관심도가 떨어진 탓에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이 남발되고 특히 논란이 발생할 경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방침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 32개 농산물도매시장 마다 여건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농식품공사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유통전문가는 “개설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몇몇의 사건을 보면 상호간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만큼 대전시는 문제해결을 위해 대전중앙청과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국회의원은 지난해 농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중앙도매시장 도매법인에 대한 재지정과 취소를 할 경우 반드시 농식품부와 협의토록 했다. 김승남 의원은“일부 개설자의 무리한 관리업무에 따라 피해를 받고 있는 공영도매시장의 안정을 찾기 위해 발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중앙청과 재지정 논란과 관련해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대전시의 행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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