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모내기가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수확기 쌀값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상황이라면 말그대로‘대란’이 예상되는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산지쌀값은 20kg 한 포대에 4만6천원. 6개월전 5만6천원 대비 1만원(20%)이나 떨어졌다. 이런 원인으로, 정부의 잘못된 수요예측에 따른 양곡정책 실패를 꼽는다. 정부가 올들어 2차례에 걸쳐 27만톤을 시장격리했지만 가격하락을 잡지 못했기 때문인데, 농업인들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로를 통해 즉각적인 시장격리와 격리물량 확대를 요구했었다.

더불어 2차례 시장격리 역시 때가 늦었고, ‘최저가 낙찰방식’ 으로 격리물량을 매입하면서 되레 쌀값하락을 더욱 가속화 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농업계는 빠른 시일내에 15만톤 이상의 3차 시장격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재고량이 넘치는데, 3~4개월 후면 올해산 쌀까지 쏟아져 나올 시기여서 어쩌면 벼 수매조차도 할 수 없는 ‘쌀값 대란’ 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5월 16일 2차 매입이 이뤄져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더 늦으면 하나마나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1차 매입당시 40만톤이 매물로 나온 것을 볼 때 그에 가까운 물량을 추가로 격리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최근 RPC(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농협들은 18만톤 이상의 추가격리를 요청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10만톤 가량의 3차 시장격리를 약속한 바 있고, 이달 8일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성명을 통해 “쌀값 폭락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비마저 보장되지 못하는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늘어나면 결국 대한민국의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며 18만톤 시장격리를 주장했다.


이런 차에 최근 신임 정황근 농식품부장관이 야심차게 발표한‘분절미를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계획은 입맛이 쓰다. 당장 재고쌀 처리문제가 시급한 상황에 쌀자급률 향상의 일환이라는 의미 부여 또한 어불성설이다. 지금 상황은 3차 시장격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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