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주진마을공동체’

알록달록한 고깔을 쓰고, 양손엔 소고와 채를 쥔다. 소고 장단이 흐르면 미투리(삼·노 따위로 삼은 신, 농악이나 풍물놀이를 할 때 신는 전통신발) 신은 두 발이 날듯이 가볍다. 전라북도 고창 주진마을 어르신들은 머리부터 발까지 손수 만든 도구를 가지고 신명 나는 소고춤을 벌인다. 흥겨운 장단에 얼쑤절쑤 소리가 절로 난다. 주민들의 유별난 농악 사랑 덕에 주진마을의 하루하루가 특별하다.

 

 

 

‘농악’은 주진마을의 자랑이자 정체성이다. 마을 여기저기에 그려진 벽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을에선 농악 중에서도 고창 지방문화재인 고깔소고춤을 특성화하고자 한다. 농어촌희망재단 지원을 받은 지 3년 차. 매주 주민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고깔소고춤을 연마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은 마을축제에서도 당당하게 선보일 만큼 일취월장했다. 처음만 해도 농악 가락에 몸을 맡기는 걸 부끄러워했지만 이젠 혼자 나와 노는 개인놀이도 서슴지 않는다. 


무료한 어르신들의 일상에 단비 같은 시간들이다. 고깔소고춤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드는 공예 프로그램도 있다. 한지로 꽃을 접어 고깔에 붙이고, 소고와 소고채는 물론 가죽으로 소고집까지 만든다. 이따금씩 우산이나 부채 등을 만들 땐, 어르신들은 고깔소고나 농악과 연관된 화사한 그림을 그려 넣는다. 


시행기관인 대한방과후협회 전북지부 강사들은 주진마을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문화관광 체험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인근 마을, 복지센터, 지자체 등의 협조를 구해 마을축제를 연 적도 있다. 이날 공동체 주민들은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소고춤을 선보였다. 어르신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공예 작품들도 전시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진마을과 고창농악에 대해 널리 알렸던 날이다. 강사들에게나 마을 주민들에게나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이를 계기로 어르신들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은 한껏 높아졌다. 타지 사람과 많은 관광객들을 겪으며 외지인을 대하는 태도도 ‘경계’에서‘환영’으로 바뀌었다. 당당하고 개방적인 공동체로 거듭난 것이다.

 

 

농악과 고깔소고뿐 아니라 지역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들도 더 많이 진행하고자 한다. 올해, 고창 쌀로 만든 반죽과 어르신들이 마을에서 캔 쑥, 꽃으로 떡을 만든 적이 있는데 반응이 꽤나 좋았다고 한다. 추후, 고창 수박이나 복분자 등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차차 진행할 예정이다. 또 전통놀이 도구도 만들어 마을회관에 있는 휴게공간에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하여 지속적인 마을 활성화를 이루고자 한다. 


이곳 주민들은‘흥’이 모두의 삶에 활력소가 된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이들의 흥 넘치는 삶이 널리 널리 긍정 에너지로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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