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면, 메가 산업단지에 폐기물까지
주민 반대 의식하고 설명회도 ‘생략’?
행정 동원해 노골적 ‘찬동 활동’ 물의
주민 대부분 반대, 1년간 1인시위도
반대단체엔 회유·압박 등 ‘보복 행정’

 

 세계유기농산업박람회를 개최하며 ‘유기농업특화군’ 으로 이름난 괴산군이 주민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산업단지와 폐기물매립장 건립을 허용·추진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괴산군은 지역민의 반대를 의식한 듯 주민설명회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비공개로 추진하다 지난해 3월 행정안전부의 재정투융자 심사를 통과한 후에야 언론을 통해 산업단지 대상지를 사리면으로 공식화하고 폐기물매립장 사업을 알리는 등 비상식적인 행태를 벌여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괴산군은 주민 반발이 커지자 민간업자를 대신해 산업단지 승인에 필요한 토지편입 동의 서명을 받는 일에 군청직원들을 동원하고 반대단체나 반대 주민에게는 회유와 압박을 가하는 등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과 인권침해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고충과 문제점, 지역주민의 행복추구권과 단체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는 내용을 담아 지난 3월 30일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리면 주민과 연대단체로 구성한 대책위는 진정서에서 “피진정인들(괴산군수와 사리면장)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괴산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은 무시한 채 공무원과 지역사회단체를 총동원해 돈벌이에 눈먼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라고 했다.


대책위는‘20만 평에 달하는 농민들의 농지를 파괴하고, 2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으로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업’이라며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추진이 어려워지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먼저 “(괴산군수와 사리면장이) 설명회 등 주민 의견수렴 절차 없이,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매립장 등 첨예한 사업내용은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괴산군은 2019년 10월에 충청북도, SK건설, 토우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듬해 3월 교보증권이 합류해 공동사업협약을 맺었으며, 다시 1년 뒤인 2021년 3월 행안부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에서 조건부로 통과되자 산업단지 대상지를 사리면으로 공식화했다.


괴산군은 이 과정에서 산업단지 편입예정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지 않고 10개 마을 이장을 대상으로 비공식 설명회를 개최했을 뿐이다. 이때에도 산업단지 개요만 알리고 유치업종이나 매립폐기물 종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는 지적이다.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최용태 사리면 농촌지도자회장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에 대한 주민 반발을 예상하고 숨겨온 것이 명백하다” 라며 “대상지의 40% 이상 토지를 소유한 단양우씨 종중을 찾아가고, 그간 민원이 많았던 대규모 양돈장과 퇴비공장을 먼저 편입하려는 작업을 해왔다” 라고 고발했다.


그래도 토지편입 동의 50% 달성이 쉽지 않자 괴산군은 공무원을 동원해 주민 회유에 나섰다고 한다.


대책위는 “괴산군은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에 본격적으로 토지편입 승인을 받기 위해 필지를 할당해 토지소유자에게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데 공무원들을, 업무와 상관없이 모든 공무원을 동원했다” 라며 행정력 낭비와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괴산군이 산업단지 반대단체나 대책위 참여 주민, 대책위를 지지하는 단체를 대상으로 노골적으로 회유와 압박을 가한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로 괴산군은 지난해 6월 21일 산업단지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 당시 현수막에 연대단체로 이름을 올린‘괴산행복지구어울림’에 전화해 사업중단과 사업비 환수를 통보했다가‘전형적인 갑질 행정, 보복 행정’이라는 항의가 잇따르자 통보조치를 철회하는 일도 벌였다.


대책위 김용화 공동위원장은 “대책위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가까이 매일 사리면사무소와 괴산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인권위에 진정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벌이고 있다”라며“주민들이 똘똘 뭉쳐 산업단지와 폐기물매립장 철회와 백지화라는 확답을 얻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