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소온뜨개방’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강원 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1리에는 귀촌인이 많다. 
그런데도 운학1리 귀촌인은 원주민과 마찰 없이 ‘실’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원주민과 귀촌인이 함께하는 뜨개교실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양한 실을 엮어 작품을 뜨개질하듯, 운학1리 주민들은 한데 어울리며 농촌에서 즐거운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3년부터 뜨개교실을 시작한 운학1리마을회는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에서 지원하는 농촌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에 선정돼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었다. 


뜨개질 코도 못 잡았던 주민이 이제 스웨터 한 벌을 뚝딱 만들고, 친인척에게 근사한 목도리를 선물한다. 일취월장하는 뜨개질 실력에 뿌듯해하는 사람은 주민 말고 또 있다. 바로 정성희 강사다. 서울에서 도예를 가르치던 그는 운학1리에서 귀촌 생활을 하다 뜨개교실에 참여했다. 재능 기부로 시작했지만, 뜨개질이라는 취미를 공유하면서 원주민과 친해지고 마을에 완전히 녹아들었다고 한다. 


뜨개교실은 단지 뜨개 작품을 만드는 곳이 아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온갖 생활 노하우를 주고받는 교류의 장이었다. 어느덧 8년 지기 이웃이자 취미 메이트가 된 주민들, 이제 원주민과 귀촌인 간의 벽은 찾아볼 수 없다.

 

 


뜨개교실은 마을 회관에서 1분 거리에 위치한 옛 운학 분교에서 진행한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공동체 주민들이 수세미와 모자, 옷을 뜨는 데 열심이다. 코바늘을 잡은 지 6개월도 안 된 초보부터 뜨개질 고수까지 실력은 천차만별. 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유는 기초와 심화 단계를 아우르는 개인 맞춤형 뜨개질 교육 덕분이다. 


정성희 강사는 주민마다 원하는 패턴을 그리게 하고, 직접 뜨개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완성한 작품 중 모자나 옷은 연말에 열리는 삼돌이 마을 패션쇼에 출품할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모델이 돼 뜨개 작품을 뽐내기도 한다.


“아름다운 마을에서 서로 소통하지 않고 고립되는 건, 보이지 않는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에요.” 

 

 

정성희 강사는 원주민과 귀촌인이 어울려 소통하는 뜨개교실이 더없이 소중하다. 자체적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서 화합을 다지기도 했다. 8년이나 이어온 수업이지만 언제나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주민들을 보며 그는 힘을 얻는다.

 

 

운학1리마을회는 삼돌이 마을 패션쇼, 뜨개 작품 전시회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을 위한 모자 제작 및 기부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운학1리마을회의 뜨개교실은 원주민과 귀촌인을 엮고, 삶을 이어 흐르게 했다. 찬바람 불 때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실처럼 운학1리는 오늘도 새로운 귀촌인과 소외된 주민들을 포근하게 아우른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