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 기계화에 맞는 과수원 설계 
디지털화·트랙터 비용 등 부담 우려
농진청, 비용 등 향후 개선 여지 있어

 

 

지난달 20일 경북 군위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시험 재배지에서 연구원이 기계를 이용한 꽃따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북 군위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시험 재배지에서 연구원이 기계를 이용한 꽃따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사과재배에 디지털 농업기술을 적용해 자동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수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수원의 디지털화에 소요되는 비용과 트랙터 개발 등 상용화에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농진청은 지난 20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시험 재배지인 경북 군위에서 무인 작물보호제 살포 장치 개발과 가지치기, 꽃따기 기계화 기술의 실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농진청의 설명에 따르면 무인 작물보호제 살포 장치는 농업인들이 과수원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도 집이나 과수원 외곽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다. 실험 결과, 기존 고속 분무기로는 1ha를 방제하는 데 평균 3~4시간이 걸렸지만 무인 자동 약제살포장치로는 20∼30분 만에 전면 방제가 가능하다. 또, 상대적으로 약제가 멀리 날아가지 않기 때문에 주변으로 약제가 비산되어 환경에도 안전하다는 평이다.


가지치기는 1ha에서 7년생 이상 큰나무 기준으로 약 340시간, 봄철 꽃과 열매솎기에는 약 506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계를 이용하면 동일 면적에서 각각의 작업을 4시간씩 총 8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사실상 사과재배에 스마트팜이 도입되는 셈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무인방제와 가지치기 기계화 기술도입이 진행된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전국 사과 과수원 가운데 100ha(0.5%) 가량에 적용이 가능하고, 향후 10년 후에는 20% 이상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농진청은 이번 신기술 보급사업 등을 통해 2025년까지 농가 보급형 미래 디지털 사과 과수원을 100곳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농업인들은 사과재배에 스마트팜 기술이 도입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앞서 시설하우스의 스마트팜 도입 때처럼 투입비용이나 생산성, 기술력, 활용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주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최승섭씨는 “가지치기의 경우 트랙터를 통해 일괄적으로 가지를 치기 위해서는 나무식재부터 수형까지 트랙터 작업에 맞게 세팅을 해놔야 하는데 기존의 과수원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궁금하다” 면서 “또, 아마도 가지를 일괄적으로 치려면 밀식재배를 해야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과잉생산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인방제나 트랙터로 가지치기는 농업인들에게 효과적이겠지만 앞서 현장의 상황에 맞는 연구가 추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성시의 윤옥남씨도 “방제 방법을 스마트화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가지를 치는 트랙터의 가격이 얼마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적정선이 돼야 농업인들이 도입을 할 것 같다”면서 “고령농을 위한다면 무엇보다 스마트화 교육을 해야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문제까지 내다보고 도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영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연구소 연구관은 “트랙터로 가지치기는 기존의 오래된 과수원의 경우 적용이 어려울 수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 열간거리를 3미터이상 두기 때문에 적용 가능하다”면서 “사과는 보통 15년마다 수종 갱신을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 식재거리, 수형 등을 조절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트랙터의 경우 농가들의 수요와 국내 개발, 생산이 활발해진다면 농가들이 인정하는 가격대가 나올 수 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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