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적고 노인 많은 농촌 외진 마을에 기피시설 몰려”

 

 비영리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지난달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있는 사무실에서 출범 1돌 기념행사를 열었다.

농본은 지난해 2월 6일 창립총회를 연 데 이어 4월 24일 홍성군 갈산면 오두리 폐기물처리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기증한 컨테이너에서 사무실 개소식과 함께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농본을 설립한 하승수 변호사는 2017년에 귀촌했다. 농본 사무실이 보이는 지척에 집이 있다.

하 대표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소각장, 발전소 전선과 송전탑, 채석장 등 도시에서는 엄두 내지도 못할 시설들이 농촌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익에 눈먼 업체들이 인구가 적고 초고령화한 농촌의 외진 마을을 만만히 보고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농본은 전국 농촌 마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안에 직간접으로 힘을 보태며 농촌 환경과 공동체 지키기에 노력하고 있다.

 

 폐기물매립장 등 농지·마을 황폐화 심각
‘농본’출범 1돌…농촌 현안 해결에 힘 보탤 것

 


힘없는 농촌이 자본의 표적이 돼

하승수 대표는 1돌 기념행사에서“주로 (동·읍이 아닌) 면 지역의 농촌 주민들이 ‘농본’을 찾아왔다”라며“시나 군에서도 외곽지역이고 인구가 가장 적은 곳에 사는 주민들”이라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발전소와 고압 송전선, 송전탑,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등이 면 단위에 들어서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라며“인구가 적고 고령화된 곳을 찾아 업자들이 몰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본이 지난 한 해 동안 직간접으로 지원 활동을 펼친 38건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면 지역이다. 일부 읍 지역이라고 해도 외지거나 농업에 종사하는 고령 인구가 많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영월 한반도면, 화성 장안면, 여주 북내면, 천안 성남면, 공주 의당면, 부여 장암면, 괴산 사리면, 완주 경천면, 곡성 고달면과 겸면, 경산 용성면, 합천 삼가면, 평택 청북읍, 연천 전곡읍, 보성 벌교읍, 안동 풍산읍 등의 주민들이 농본의 문을 두드렸다.
하 대표는“농본은 농촌과 농민을 지원하고 대변하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현안대응을 위해 법률이나 행정제도 같이 지역주민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에 특히 힘을 보태고 있다”라며 각 지역에서 개별 투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같은 문제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이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가 발족한 것이 같은 맥락이다. 전국대책위에는 농본과 함께 환경운동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각 지역 주민대책위가 참여하고 있다.


이익은 업체가 갖고
피해는 지역이 보고
사후관리는 세금으로

하 대표는 폐기물매립장과 무관하지 않은 산업단지와 관련해 인허가 특례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때 제정한‘산업단지 인·허가특례법’은 산업단지 지정과 추진을 손쉽게 함으로써 무분별한 개발과 농촌파괴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로 농촌에 추진되는 산업단지는 농지를 대규모로 훼손하는 것은 물론 농업인 삶터를 파괴하고 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산단은 이와 함께 농촌 환경오염, 지자체 재정부담 가중,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립 명분 작용, 각종 편법 난무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비롯한 대개 기피시설이 농촌 마을에 몰려드는 사실에 관해 하 대표는“이익은 업체가 챙기고, 피해는 지역주민이 보고, 사후관리는 국민 혈세로 떠안는 구조”라고 일갈했다.


농본은 농촌의 현안 지원 활동을 주로 해오면서 기획사업도 펼쳤다. 국회의원 농지 소유실태 전수조사, 기후위기 농업피해 실태조사, 농작물재해보험 실효성 분석, 농업·농촌예산 조사와 분석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농지문제, 농촌 태양광, 쌀 시장격리제 진단 등 정책브리핑도 진행했다.


특히 국회의원 농지 소유실태 조사과정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 등을 비공개한 시·도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해 전부 승소했으며, 이렇게 취득한 농지 소유 관련 자료를 대중에 공개했다.


하 변호사의 참여연대 무급 상근시절부터 노동, 인권, 환경 분야 전업(?) 변호사로 함께해온 이상훈 변호사와 장정우·김형수 활동가가 일당백의 진가를 발휘한 덕분이다. 최근에는 홍동면 같은 마을 주민이 된 송영섭 변호사가 농본에 합류했다,


하 대표는 “안타까운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곳은 마땅한 대처법이 없는 것” 이라면서도 “농촌, 농민, 농사를 위한 공익법률센터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깊어져 지난해 ‘농본’을 설립한 만큼 농촌 마을공동체를 지키려는 주민운동 지원, 기후위기와 농지문제 등에 대한 대안 모색, 농정 감시와 대안 찾기 활동을 성심껏 펼칠 것” 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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