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기록관리와 분석, ‘빅데이터’ 로 한우 수익성 극대화

 

주3일 근무. 먼 나라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니다. 전남 영암의 한 젊은이가 주5일, 주4일 근무제를 거쳐 마침내 주3일 근무제를 감행했다. 게다가 소 키우는 업이다.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물론 주4일 일하는 직원을 뒀다. 생은 길고 할 일도, 하고픈 것도 많다. 그렇게 시간을 만든다. 사료 급여량을 철저히 기록해 출하 중량까지 정확히 계측해낸다. 오차범위 ±2%다. 데이터를 빠짐없이 저장하고 분석한 덕이다. 대개 한우농가가 으뜸 기준으로 두는 등급출현율을 뒤에 뒀다. 총자산이익률(ROA)이 한우경영의 가늠자다. 사료 300만 원어치 먹여서 출하 때 1++(투플러스 1등급) 받고 1천만 원에 파는 것보다 맨 1등급이라도 1천200만 원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론이다. 먹이량을 빠짐없이 편리하게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무료 앱인 ‘사료통’은 한우농가들에 인기가 높다.

 

등급출현율보다 출하성적·수익률 우선
무료 앱 ‘사료통’개발, 농가 호응 커
주3일 근무제 감행…계획대로면 무탈

 

 


한우 2세대, ‘데이터 경영’ 안착

영암 한길농장 서영봉 대표는 한우경영 2세대라고 할 수 있다. 수정사로 40년 활동하며 소를 키워온 아버지의 대를 이었다. 축산학과를 다녔고, 군 제대 후 결심을 굳힌 후 2014년에 학교를 졸업하자 곧바로 귀향했다.


서 대표는 사양기술에서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익히면서 차츰 나름의 ‘방향성’ 을 설정해갔다. 한우 개량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료는 어느 단계에 무엇을 얼마나 먹일지, 설사와 질병 관리는 어떻게 할지, 송아지 유전능력 평가와 도태 기준은 어떻게 할지, 백신은 개체별로 언제 몇 번이나 할지 등등. 시행착오는 당연지사다.


농장경영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의 바탕이 되고 근거가 된 것이 바로 데이터다. 귀향 직후 후계자 자금과 여윳돈으로 축사를 신축하고, 사육 규모를 150마리에서 250마리 안팎으로 늘려오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했다.


한우농가 빅데이터 적용과 활용의 본보기랄까, 서 대표의 농장경영은 철저한 기록관리와 정보분석 능력 덕분에 혁신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일주일에 사료를 몇 포씩 주문하는지, 개체별 특징은 물론 임신 소는 언제 수정했고, 출산 예정일이 언제고, 송아지 낳을 때 상황은 어땠고, 설사 발생 양태나 백신 처방은 어떻게 했고 등등 농장과 소 개체에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했다.


한우 호황기 등 복합적인 요인과 몇몇 변수로 단순비교는 곤란하나, 정산성적이‘일신의 효과’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취 가격이 마리당 평균 650만 원이던 것이 지난해 두 배 가까운 1천200만 원을 받았다.

 

사료 기록 손쉽게, ‘사료통’ 개발

 

 

서 대표는 데이터 분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거세우의 경우 사료 총급여량을 알면 도체중이 얼마일지 예측할 수 있다. 엑셀 프로그램상에 사료 급여 데이터를 입력하면 도축하기 전에 체중이 얼마나 나올지 예상한 글을 한우농가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실제 도축 체중이 예상치와 거의 일치했을 정도다.


역발상도 유효했다. 이렇게 사료 급여량에 따라 도체중을 계측할 수 있다면, 반대로 목표 출하 체중을 설정하고 그 목표에 알맞은 양의 사료를 급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한다는 얘기다.


단계별 사료 급여와 출하성적까지 개체별 전 생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바로‘사료통’이다. 서 대표는 농장 근무일을 차차 줄이면서 얻은 시간을 앱 개발에 쏟았다. 무료 앱으로 개발해 많은 한우농가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중에 사료비만 따로 계산하면 데이터는 남지 않는다. 그런데‘사료통’은 사료에 특화된 계산기이기 때문에 개체별로, 전체적으로 총 사료비가 얼마인지 기록으로 남고 차후에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열람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처음에 도체중이 얼마 나올지 예측한 것을 엑셀로 만들어 해봤는데 실제 효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앱으로 전환해야겠다 생각했죠. 액셀 다루는 걸 힘들어하는 분들도‘사료통’으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료통’ 은 2020년에 처음 개발했고, 조금씩 다듬어 현재 꼴을 갖춘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지금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진화형 앱’으로, 한우농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앱을 통해 소통하는 회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 대표는 총자산이익률을 중시한다. 얼마를 투입해 얼마를 남겼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사실 인건비, 감가상각비, 폐사율 등을 따지면 남는 것이 없다는 한우농가 입장에서 등급출현율 같은 일부 성적으로 경영수지를 가늠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길농장의 지난해 총자산이익률은 11.59%, 연수익 3억 원 수준이다. 특히 이 성과는 지난해 주3일 근무제를 시작한 이래 첫 성적이기에 의미가 크다. 근무일을 줄였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안팎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성적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귀향 첫해에는 주 7일을 일하다가 하루씩 줄여 주5일, 주4일제를 거쳐 지난해에 주3일 근무를 감행했다. 그렇다고 농장일에 소홀하지 않다. 나머지 4일간의 먹이를 세팅해두고, 매일 폐회로티브이(CCTV)로 확인하고 기록한다.


앱 개발과 외부교육 등으로 농장일 말고도 바쁘게 움직이는 서 대표는‘판타지’를 만들어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꿈을 소와 함께 키우고 있다. 그 판타지는 한우농가의 본보기일 수도 있고, 환상의 세계관을 향한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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