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맨에서 ‘배’ 농사꾼으로…‘억대 부농의 꿈’ 향해 정진

맛과 품질이 우수하기로 소문난‘아산배’. 아산배는 충남 아산시에서도 통풍이 잘되고 일조량이 풍부한 음봉면과 둔포면 일대 구릉지대(황토질)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어 당도가 높고 빛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이곳 아산시(음봉면 이화서길 172-25)에서 약 3만3,057㎡(1만여 평) 규모의 배 과수원(권참판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권익수 대표는 부농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13년차 배 농사꾼이다.


그는 농협에서 34년을 근무한 농협맨 출신으로, 음봉농협에서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소장직을 지냈다. 정년을 5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배 농사를 시작한 권 대표는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 대비 현저히 낮은 실제 농업소득에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던 중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한‘배 마이스터’이자 다음 카페에서‘배 체험방’을 운영하는 박근수 대표를 알게 되면서 권 대표는 억대 부농의 꿈 실현에 한 걸음 다가섰다.

 

‘배 마이스터’ 로부터 과학적인 재배기술 터득


일반 관행 농법과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 체험방을 통해 접하게 된 과학적인 생산기술에 권 대표는 “바로 이거다!”라며 쾌재를 불렀다.


배 체험방에서의 교육은 3.3㎡(약 1평)당 20kg 콘테이너상자 2박스 이상, 과수원 전체적으로 특품배 80%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계절별 전정, 고접, 겨울유인, 접순 확보, 시비, 적기방제, 적뢰, 화접, 도장순 제거, 적과, 하계유인, 봉지 속기, 수형 만들기, 잎사귀 확보, 생육기간 관수 등에 관련된 전반적인 재배기술을 다룬다. 


“배 체험방이 열리는 경기도까지 찾아가 교육을 받았습니다. 재배기술과 관련된 원리와 수치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박근수 배 마이스터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확 와닿더군요. 결국은 더욱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배 체험방을 아산으로 유치하게 됐습니다.”


권 대표는 아산에서도 배 체험방 교육 시스템(찾아가는 농업인 실습교육프로그램, 고품질 아산배 생산기술)이 도입,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고, 현재는 권참판농원이 배 체험방의 이론 및 실습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화배’ 고접 갱신…추석 시즌 전량 판매


올해로 배 체험방 교육 7학년(7년차)이 된 권 대표가 말하는 배 과수원 사업 성패의 첫 번째 요소는 품종별 수체 특성 파악을 통한 품종 선택이다.


권 대표에 따르면 배 나무는 조생종인 한아름·원황, 중생종의 황금·신화·신고·화산·만풍, 만생종인 추황 등이 대표 품종이다.


이들 품종은 나무의 성질을 비롯해 절단 후 신초 생육, 결실 후 단과지, 화분량, 생산량 등이 각각 다르다. 당초 권참판농원은 모든 측면에서 우수한 신고배 품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신고배의 과실 특성상 숙기가 9월 말경이라 대목인 추석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 대표는 과감히‘신화배’품종을 선택했다.


농촌진흥청에서 신고배 품종과 화산배 품종을 교배해 선발, 육성한 신화배는 숙기가 9월 10일 경이며, 신고배에 비해 50g 가량 더 무겁고, 당도(13브릭스)도 높으며 신맛이 거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소비자들은 배를 자가소비용보다는 제수 또는 선물용으로 주로 구입합니다. 특히 추석과 같이 소비량이 많은 시기에 공급할 수 있는 맛이 뛰어난 배가 필요한데, 신고 품종으로는 이를 충족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추석이 이른 해에도 수확이 가능한 신화배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배 체험방에서 교육받은 방법대로 과수원 전체의 신고배 나무를 접순을 통해 4년 전 신화배로 갱신했다. 그 결과 생산된 배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권익수 대표가 전하는 재배 노하우(고접)


권 대표는 1월 중 병해충 피해가 없는 나무에서 건강한 접수를 채취한다. 접수는 PE 비닐과 신문지를 활용해 하단을 포장, 0~2℃ 저온저장고에 세워서 보관한다. 고접은 배꽃이 필 무렵부터 질 때까지가 좋은데, 하루 전날에 접수를 꺼내 바깥 온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접 시엔 배나무 주지를 나무의 골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박피하고, 박피 후 고접틀을 주지의 중간 정도 약간 아래쯤에 찍어 주고 칼로 들어 준다. 접수는 잎 눈위 2cm, 하단은 4cm 남기고 자른다. 상부 절단 부위는 비닐로 감싸고 하단은 가위로 사선으로 자른다. 이렇게 준비한 접수는 40~50cm 간격으로 고접을 한다.


“배 농사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알고 열심히 일하면 부농의 꿈을 실현할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골병들고 채무만 늘어납니다. 배 체험방을 비롯해 농업기술센터, 배 연구회 등의 교육만 잘 받아도 생산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읍봉면 동천2리 이장과 한국농촌지도자아산시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권 대표는 전수 받은 특품배 재배기술 전파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 배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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