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구원, ‘부부 공동경영주’ 제안
부부 모두 농업경영 책임·권한 가져야

 

 ‘공동경영주’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공동경영주는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자격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경영주·공동경영주 구분 없이 부부 모두 농업경영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부부 공동경영주’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농업·농촌의 변화와 성 인지적 정책 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와 같은 의견을 제안했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농업 주종사자 인구(145만3,548명) 중 여성은 52.2%로 남성보다 더 많았다. 반면, 경영주 중에는 여성이 18.7%에 불과했다. 농업인력으로서 여성의 비중이 높지만 경영주 지위는 여전히 남성이 몫이었다.


특히 경영주 특성을 보면, 여성 경영주 중에는 82.4%가 사별 상태에 있는 데 비해 남성 경영주 중에는 사별 상태인 이들이 4.9%에 불과했다. 부부가 모두 주종사자인 농가 중에서 여성 경영주는 2.8%에 불과하다. 부부가 모두 생존해 있는 경우 대부분 남성이 경영주 지위를 유지하다가 남편이 사망 이후에야 여성이 경영주 지위를 승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여성정책연구원은 “고령의 여성만이 경영주가 될 수 있지, 그렇지 않은 농가에서는 남성이 자기 농업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갖고 경영을 총괄하는 경영주로 농가를 대표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라며“여성 주종사자만 있는 경우가 아니면 여성이 경영주가 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 이라고 꼬집었다.


이어“부부 모두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 여성이 경영주 자격을 갖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경영체 등록시 경영주의 배우자를 공동경영주로 기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사실상 공동경영주는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자격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공동경영주 지위는 경영주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지어 제도적 지위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공동경영주에 대한 여성농업인들의 관심은 매우 떨어지며 ‘남성 1인 경영주’라는 지배적 인식이 변화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여성정책연구원은 지적했다.


어린 두 자녀를 키우며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30대의 한 여성농업인은 “공동경영주가 된다고 해서 바뀌는게 없다” 며 “농업경영체 서류를 떼려고 해도 공동경영주 주민번호로는 할 수 없고, 경영주인 남편 주민등록번호를 대야 처리할 수 있다” 고 하소연했다.

남편과 함께 농사짓고 있는 50대의 한 여성농업인도 “공동경영주로 등록돼 직불금, 농민수당 등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농사짓는 사람으로 인정받았구나라고 체감할 텐데 대부분 그렇지 않다”면서“법과 제도가 나를 보호해 주고 있다거나 내가 법과 제도의 틀 안에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공동경영주에 등록하지 않았다” 고 밝혔다.


이에 여성정책연구원은 부부 공동경영주 모델 확립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경영주와 공동경영주를 구분하는 기존의 제도를 부부가 함께 농업경영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부부 공동경영주’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부부로 구성된 경영체에서는 부부 공동경영주로 등록하고, 공동경영주의 위임이 있을 때에만 공동경영주 준 1인이 가구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하며 경영주에게 지급되는 직불금, 수당 등도 2인의 공동경영주가 각각 지급 계좌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부부 모두 공동경영주로서 독립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 말했다.


또한“장기적으로는 부부 공동경영주에 대해서는 단독경영주보다 지원 금액이나 연금 수당을 더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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