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구역 돼지농장 발생위험도 23배
북 접경지·DMZ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
ASF 역학조사 결과 4월 공개 전망

 

농가 반발에도 “8대 방역시설 11월까지”
전실·폐사체 보관시설은 유예기간 둘 듯

 

국내 발생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는 유럽과 아시아지역 유행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며,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유입돼 접경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역학조사 결과는 4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돼지수의사회가 지난달 24일 세종 홍익대 국제연수원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이은섭 역학조사과장은 사육 돼지 감염사례와 멧돼지 폐사체의 바이러스 연관성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역학적 특징을 소개했다.


돼지농장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은 지금까지 21건이다. 2019년 9월 경기도 파주 농장을 시작으로 연천, 김포와 인천시 강화 등지에서 모두 14건이 발생했으며, 이듬해 강원도 화천 등 2건, 지난해 강원도 영월, 고성, 인제, 홍천 등 5건이 발생했다.


포럼에서 공개된 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육 돼지에서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2007년 조지아에서 시작돼 유럽과 아시아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전형 바이러스와 100%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 멧돼지 폐사체 분리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중국 등에서 유행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2019년 북한과 비무장지대를 통해 접경지에 유입됐으며, 이후 인근 환경에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유입·오염 경로로는 사람과 차량, 사미천 등 임진강 수계, 야생의 조수 등이 꼽혔다.


특히 감염 멧돼지의 폐사체와 접촉한 너구리, 큰부리까마귀 같은 청소동물에 의해 오염범위가 넓어지고, 접경지역 영농을 위한 사람과 차량의 활동, 야생 멧돼지 이동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판단됐다.


실제로 2019년 발생농장 14곳 중 10곳은 독립단위로 발생했고 4곳은 농장 간 전파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14곳 중 12곳 주변 논밭의 소유자는 민통선 내부에도 농경지를 소유함에 따라 영농인과 농기계 등 차량 출입이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섭 과장은 “발생농장 인근에서 멧돼지 발자국이나 분변, 비빔 목이나 목욕장 등 서식단서를 찾아내긴 했으나 멧돼지 사체로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직접 확인된 것이 아니기에 단정하기 어렵다”라면서도 멧돼지 바이러스 검출 클러스터 내에 있는 양돈농장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위험도는 2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첫 발생 이듬해인 2020년 이후 돼지농장 발생은 멧돼지 폐사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역에서만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 인근 감염 멧돼지가 오염원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정부는 농가의 반발에도 전국 돼지농장의 8대 방역시설 의무화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농식품부 박정훈 방역정책국장은 이날 포럼에서“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에 막판 진통이 있었다. 전실과 내부 울타리가 주요 쟁점이었다”라며 일부 시설 설치에 대해 유예기간을 두되 올해 11월을 시행 시점으로 예상했다.


국무총리실 규제심사위원회의 수정·보완 의결에 따라 3월 21일 재입법 예고된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8대 방역시설 중 전실 설치가 어려운 농장은 검역본부와 협의해 전실 목적에 맞게 대체 시설을 설치하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전실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전실 설치 유예기간과 함께 건폐율 단서조항도 뒀다. 전실 설치에 따른 건폐율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실 면적은 농장의 건축면적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폐사체 보관시설도 유예기간을 뒀다. 박 국장은 폐사체 보관시설이 현장에서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간 원활할 폐사체 처리시스템을 갖추도록 궁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 개정안의 통과시점을 4월 말에서 5월 초로 전망하며, 통과 6개월 뒤인 11월 시행 시점까지 전국 돼지농장의 8대 방역시설 설치 의무화를 마무리한다는 일정이라고 했다.


박 국장은“8대 방역시설 우선 설치 농가에 인센티브(혜택)를 줄 계획”이라며 살처분 보상금 10%포인트 인상, 각종 정책자금 혜택 등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