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388채, 하우스 75동 등 휩쓸어 
농기계, 축사 등 뼈대와 잿더미만 남아
주민들, “지원금 1,600만원 턱없이 부족”
정부, 볍씨 202톤과 씨감자 등 무상지원 

 

 

지난 15일 장광섭 회장(오른쪽)과 주민들이 불에 탄 콤바인의 보상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장광섭 회장(오른쪽)과 주민들이 불에 탄 콤바인의 보상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으니 자꾸 눈물이 납니다. 표고하우스도 타고, 송이산도 다 타버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난 15일 경북 울진군 북면, 장광섭 농촌지도자울진군연합회장과 주민들은 산불로 잿더미가 된 비닐하우스와 산을 쳐다보면서 허탈한 한숨만 내쉬었다. 현장에는 아직 매캐한 불 냄새가 가득했고, 옆으로는 숯덩이가 되어버린 표고 자목들이, 멀리 송이산(송이가 자생하는 산)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소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장광섭 회장은 “그날 외부에서 일을 보다가 불났다는 소리를 듣고 집까지 오는 20분 사이에 우리 마을도 불길에 휩싸였다”면서 “마을 뒷산을 타고 넘어온 불길이 순식간에 날아오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나이 많은 주민들 먼저 삼척 원덕으로 피신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평생을 여기에 살았어도 이런 불은 처음이라 아직까지 정신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표고자목 수천본과 송이산의 피해를 입었다.

 

 


장 회장과 함께 화재현장을 돌아보니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는 말 그대로 뼈대와 재만 보였다. 축사는 엿가락처럼 휘어 뼈대만 남았고, 집 전체가 무너져 터만 남은 주택도 수두룩했다. 


경상북도와 울진군에 따르면 9일간 이어진 이번 산불로 서울 면적의 42% 수준인 2만2,671ha(울진 1만7,418ha, 삼척 1,253ha, 동해 2,100ha, 강릉 1,900ha)의 임야가 불에 탔다. 또, 주택은 388채, 창고 318개, 비닐하우스 75동, 축사 19동, 농기계 806대, 고추종자 4만주 등 총 1.606개 시설물과 기구가 피해를 입었다. 이재민은 울진에서만 219세대 335명이 발생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북면 신화2리의 장덕기씨는“일단 농사는 둘째 치고 지금은 생활할 집이 없으니 주민들이 너무 힘들다”면서“일부는 대피소로 이동해 있지만 언제 돌아갈지 기약이 없고, 복구비도 너무 적은 만큼 빨리 대규모의 복구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대다수의 피해주민들은 빠른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산불의 경우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지침상 이재민 주택 복구비와 관련된 지원은 없고, 주택 전파 시 주거비 1,600만원, 반파 시 800만원과 최대 8,840만원의 복구자금 융자(2%)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송이 피해의 경우 현재까지 신고된 농가만 305건에 이른다. 하지만 송이는 양식이 안되고, 자연적으로 포자가 퍼져 생산되는 임산물이기 때문에 임산물 피해보상에 관한 관련 규정이 없는 등 지원책이 전무하다.

장 회장은 “피해 주민들 대부분이 70살 이상이고, 일할 능력이 없는데 1,600만원으로 집을 어떻게 짓고, 가전이나 가구는 어떻게 사서 쓰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면서 “지금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융자가 아닌 현실성 있는 생활비와 복구지원비라는 것을 정부와 지자체가 알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남주용 씨는“울진 주민 20%는 송이를 채취해 먹고 사는데 적어도 30년은 송이를 못 딸 상황이 된 만큼 송이피해에 대한 보상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울진군 전체 송이 생산량의 70%(연간 150억원 규모)를 차지하는 송이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는 울진·삼척과 강릉·동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산불 피해를 본 주택 복구비 등 일부를 국비로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정부 보유 볍씨 202톤, 씨감자 무상제공을 비롯해 농기자재 보급, 농기계 무상수리, 피해가축 수의사 지원, 농축산경영자금 상환연기 등을 지원한다. 또, 울진군은 신화2리에 냉난방, 화장실 등을 갖춘 8평 규모의 조립식 주택 20동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대 2년까지 무상 거주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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