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 예산권 분산 없으면‘헛구호’
“‘탑다운’예산편성 개선해야”

 

 

 

이재명·윤석열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이 농업분야에 막대한 예산 증액을 중점 농정공약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산 공약’ 은 현행 재정당국 주도의 탑다운 방식 예산편성 시스템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장 문재인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농업예산 높이겠다’ 는 공약을 밝혔으나, 재정당국이‘배분의 효율성’을 이유로 정권 내내 농업예산 비중을 줄여왔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탑다운(Top-Down) 방식은, 지출총액을 먼저 정하고 분야별·부처별 지출한도(Ceiling)를 설정하면 이 한도내에서 각 부처가 사업별로 재원을 배분하는 형식이다. 탑다운제는 예산배분의 경제적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투자 대비 성과를 보장받을 수 없는 농업분야는 ‘뒷전’ 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25일 같은날 농정공약을 각각 발표했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이날 경기 포천 농업기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어민과 농어촌주민에게 기본소득 연 100만원 이내 지급하고, 이장 수당 20만원, 통장 수당 10만원을 임기내 인상하겠다는 내용을 타이틀로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 국가 전체 예산중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비중을 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총 예산의 5%는, 올해 예산에 대입하면 30조3천800억에 달한다. 2022년 농어업분야예산 23조7천억원에, 6조7천여 억원을 더 보태겠다고 약속한게 된다. 


이 후보는 이외에, 국가 식량자급 60% 목표 수립, 농지투기근절과 경자유전 원칙 강화, GMO 완전표시제 도입, 친환경유기농업 재배면적 비중 20% 목표 수립, 일손·가격·재해 해결(3무), 채소가격안정제 계약재배 비중 50% 확대, 청년농업인 5만명 육성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농업의 위상을 새롭게 바꾸고 또한 가치를 국가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국가 불균형발전을 돌파하는 핵심산업으로 삼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같은날 윤석열 후보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업직불금(공익직불금) 예산을 현 2조4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2배 늘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농정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고령 중소농민에게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농지이양은퇴직불금제 도입을 공표했다. 은퇴직불제는 영농에 10년이상 종사한 70세 이상 2ha이하(6천평규모) 고령중소농이 농지은행에 매도·장기임대할 경우 월 50만원씩 10년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연간 3천억~4천억원 규모이다.

윤 후보는 비료가격 인상차액 지원확대,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개선, 청년농 3만명 육성 위해 공공 농지·주택 우선 배정, 마을주치의제도 도입, 이동형 방문진료 확대, 농수산물 시장첨단화 등 디지털 유통혁신 등을 농정공약으로 밝혔다.


윤 후보는 “농림축산업은 국가기관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이다. 농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대폭 늘려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소득과 행복한 삶을 제공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 후보의 농정공약 공통점은 농업예산을 늘리겠다는 데서 출발한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농어업예산 5% 확대, 윤 후보는 4% 확대를 각각 내걸었다. 


그러나 이같은 대선 후보들의 예산 배정 의지는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의 탑다운제‘효율성’논리에 직면하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나라의 재원 관련 정책, 예산편성, 세제 등 일명‘예산권’을 독식하고 있는 현재의 기재부는 정부 부처들의 상급기관으로 작용한다. 농식품부 또한 기재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원예농가를 비롯한 코로나19 피해농가 지원 문제, 2021년 쌀 과잉생산에 따른 시장격리 유무, 사회적농업 지원 문제 등은 농식품부 장관이 아닌 기재부 장관의 판단여부에 따라 실현된 정책들이다. 대선 후보들의 농정공약 발표에 대해, 농업계는 일단 농업 투자 확대를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예산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의혹을 감추지 않고 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정부나 정치권이, 불확실성 시대에 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농업예산은 줄여왔다”고 꼬집으면서,“후보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농업예산 증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집중돼 있는 예산권의 분산, 탑다운방식의 전면 개선, 농업예산 항목의 내부적인 구조조정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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