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비축미보다 40kg 조곡 최고 1만원 낮아, 농협·농민 불만 
“기재부 물가안정 문턱 못 넘은 정책”, 쌀값 지속 하락 중

농식품부가 산지쌀값 하락세를 막겠다고 최근 내 논 쌀 시장격리 조치에 대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더욱이 시장격리용 쌀 매입 방식으로 도별 공개경쟁입찰 방식, 즉 가격을 낮게 매긴 순서로 사들이는 역공매 입찰방식이 결정되면서, 당장 농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14만여톤의 쌀을 거둬들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에 직면했다. 시중 쌀값에도 못미치는 매입가격에 쌀을 내놓겠냐는 것이다. 산지쌀값을 회복시켜 농가들의 소득안정을 꾀한다는 쌀 시장격리 조치가 실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21년산 쌀 20만톤 시장격리를 위한 세부계획을 24일부로 공고하고, 입찰 준비과정을 거쳐 2월 8일부터 입찰을 통해 격리용 쌀을 매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매입은 농가, 농협, 민간 산지유통업체(RPC) 등이 보유하고 있는 벼를 대상으로, 도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여기서 얘기하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은 도별로 일정 물량을 배정하고, 입찰에 참여한 가격대가 낮은 순으로 매입하는 역공매 방식을 뜻한다. 


이와관련 농식품부는 지난 18일 농민단체, 농협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매입 입찰방식 제안에 농민단체가 강력 반대했고, 결론없이 회의가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시세를 반영한 매입 가격대를 예상해 놓고, 역공매를 통해 이보다 낮게 쌀을 사들이는 계획을 짜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10월~12월)보다 더 떨어진 최근 시장가격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쌀값을 높게 매기면 물가안정에 모순된다는 기획재정부의 쌀시장격리 ‘조건부 허락’에 기인한 결정일 것이라는게 농업계 관측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산지쌀값은 20kg 정곡기준 5만741원(1월15일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도정 전인 벼값으로 전환할 경우 벼 40kg 한포대 값이 7만28원쯤 된다.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역공매를 적용하면 6만5천~7만원 선이 예견된다. 2021년산 공공비축미 매입가격 1등급기준 7만4천300원과 비교하면 많게는 1만원 가까이 가격차를 보인다. 농가들이 정부의 입찰방식을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다. 


전농, 쌀생산자협회 등 농민단체는 정부가 최근 3년 동안 공공비축미를 매입한 평균가격으로 사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20kg 쌀로 따져서 평균 5만1천715원이다.

이를 다시 조곡 40kg로 환산하면 7만1천68원 정도이다. 시장 시황을 고려해 공공비축미 가격보다는 낮을 수 있지만, 1월 폭락시세보다는 높게 쳐달라는 것이다. 이번 시장격리용 입찰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농협의 경우도, 농가들에게 직접 매입했던 가격과 제반 경비를 감안해서 정부 매입의 가장 낮은 가격대를 정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매입가격의 하한선을 정해놓지 않으면 입찰에 미온적 입장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농가와 농협 등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면, 그나마 산지쌀값 하락세를 멈출 기회마저 잃게 된다는 게 농업계의 지적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쌀값 파동을 겪은 2016년을 상기하면, 그때 매력이 떨어진 역공매 방식 때문에 시장격리키로 했던 15만7천톤에 1만톤이나 모자라게 낙찰 성적을 냈다”면서“산지쌀값 또한 매입 당시 잠깐 주춤했다가 하락세가 지속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정부의 의도는 농민들의 심리적 불안을 감안해 농가 보유물량을 우선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책 추진의 시기와 방법을 볼 때, 쌀값 지지를 통한 농가소득안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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