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강서시장) 내의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 정황이 확인됐다.

농안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에서는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거래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조항까지 두고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거래는 경락가격 하락으로 나타나, 그 피해가 출하농가에게 직결되기 때문이다. 


본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실의 협조를 받아‘강서시장 시장도매인 업무검사’ 자료를 입수했다. 이번 업무검사는 김승남 의원이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거래실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직접 나선 결과다. 


◆ 농식품부, 서울시에 사실확인 및  행정처분 조치 통보


지난 연말(2021.11.29.~12.1 3일간) 농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회계법인 세무사와 공동으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업무검사를 실시했다. 농안법에 따르면 농식품부와 개설자는 도매시장법인 및 시장도매인을 평가하고 장부를 검사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는 농식품부가 도매시장법인 및 시장도매인을 평가하고, 개설자는 중도매인 평가와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의 업무검사를 진행한다. 


업무검사는 2019~2020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20개사의 거래내역과 국세청 신고내역(전자세금계산서)을 근거로 강서시장 내 중도매인과의 거래내역을 확인했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전체 60개사 중에서 과일부류 10개사와 채소부류 10개사를 표본으로 선정했으며, 표본의 신뢰성 제고를 위하여 거래금액 기준으로 △상위 8개사 △중위 4개사 △하위 8개사로 구성했다. 


업무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20곳의 표본조사 대상 중 19개사에서 불법거래 정황이 확인됐으며, 거래금액도 300억 원이 넘었다. 확인된 불법거래 정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시장도매인 19개사가 중도매인 84개사와 1,373건(총 112억 원) △2020년, 시장도매인 19개사가 중도매인 97개사와 1,721건(총 189억 원)의 불법거래 정황이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로 하여금 강서시장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에 관한 전수조사 및 사실관계 확인과 행정처분 등을 조치토록 통보했다. 

 

◆ 서울시 전수조사, 2월중 행정처분 등 조치 완료할 계획


농식품부의 업무검사 결과에 무색해진 서울시도 바빠졌다. 서울시는 지난 1월 5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로 하여금‘강서시장 시장도매인-중도매인간 거래실태 특벌검사’를 실시하도록 통보했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와 9개 중도매인조합, 시장도매인 60개사와 중도매인 275개사에‘강서시장 시장도매인-중도매인간 불법거래 행위 금지 알림’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해당 공문에서 “시장도매인 20개사 대상 장부검사(매출처 거래내역 확인)를 실시한 결과‘시장도매인-중도매인 간 거래’가 확인됐다”면서“이에 따라 1~2월 중 시장도매인-중도매인간 거래실태 특별검사(시장도매인 40개사 추가 및 시장도매인과 거래한 중도매인)를 실시하고, 행정처분과 재발방지를 위한 정기적인 장부검사 및 현장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도매시장에서 시장도매인이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농안법 제37조(시장도매인 영업) 제2항 및 중도매인이 시장도매인에게 매수하는 행위는 농안법 제31조(수탁판매의 원칙) 제2항 위반으로 행정처분(1차 15일, 2차 1개월, 3차 3개월 업무정지) 사항” 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관계자는“농식품부의 업무검사 결과는 통보받은 것이 없다”면서 “특별한 입장은 없으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시장 유통관리팀 관계자는“현재 특별검사 대상자들의 2019~2020년 거래내역은 모두 제출받은 상태이며, 불법거래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 등을 거쳐 2월 중에 행정처분 등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정기한 내 불법거래 실태 파악해야


강서시장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는 그 동안 도매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제기되어 왔던 사안으로, 출하농가들은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 때문에 경락가격이 떨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농안법에 따르면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경매(상장거래)에는 중도매인만 참여할 수 있으며, 중도매인은 이를 통해서만 농산물을 구입해야 한다. 따라서 중도매인이 시장도매인에게 농산물을 구입했다는 것은 경매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정황으로, 출하농가의 수취가격(경락가격)을 하락시켰다는 합리적인 추론의 근거가 된다. 특히 이러한 추론은 강서시장의 경락가격이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설득력을 갖는다. 


반면, 일부 유통인들은“정상적인 거래가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를 옹호하는 유통인들은“거래상대자가 누군지 모르고 팔았을 것”,“도매법인의 농산물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에 따로 구입한 것”,“제도적으로 잘못된 것” 이라는 등의 주장이다. 


시장도매인이 상장거래(출하자-도매법인-중도매인-소비자)에 비해 축소된 유통단계(출하자-시장도매인-소비자)를 강조하며 제도적 우월성을 주장해 왔지만, 이번에 적발된‘시장도매인-중도매인간 불법거래’로 인하여 스스로를 부정한 족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상적인 거래가 어려웠다면 개설자 판단을 얻어‘거래의 특례(농안법 제34조)’와 ‘중도매인간 거래(농안법 제31조 제7항)’를 적용받을 수도 있었다. 특히 강서시장에는 상장되지 않은 농산물을 중도매인이 직접 거래하는 상장예외품목까지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불법거래에 대한 변명은 궁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매년 업무검사를 진행해 왔다. 그럼에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단 3일 만에 총 3,094건(301억 원) 규모의 불법거래 정황을 확인했다. 과연 현장관리자와 상급기관의 업무검사에 어떤 차이가 있기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는지 의문이다. 또한 서울시는 시장도매인의 지정기간을 5년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지정기간 내에 발생한 불법거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재발 방지의 첫 단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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