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20kg 5만889원…수확기보다 5% 낮아 ‘역계절진폭’

정부 “매입 공고후 안정세 예측” 농협·민간RPC “적자 우려”

지난해 말 쌀 20만톤 시장격리 조치가 발표됐음에도 산지쌀값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의 시장격리용 매입 가격이 낮아질 것이고, 창고를 가득 채운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건조저장시설(DSC)의 도매가격에 영향을 미쳐 적자운영이 우려된다는 예측이다. 당장 벼 수확기 가격보다 낮아지는 역계절진폭 현상이 연초부터 초래되면서 지난해보다 전반적인 쌀값 하락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밝힌 1월 5일 현재 쌀 산지가격(20kg들이, 정곡기준)은 5만889원으로, 지난해 10월~12월 수확기 평균가격 5만3천535원보다 5% 낮아졌다. 벼 생산공급이 한창인 수확기보다 가격이 낮아지는 역계절진폭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이보다 1년전인 2020년 수확기 평균 쌀값은 5만4천121원이고, 바로 다음인 2021년 1월 5일 가격이 5만4천454원으로, 수확기보다 0.6% 가격이 뛰면서 출발했다. 결과적으로 2021년 평균가격은 5만5천333원으로, 시장원리에 맞는 계절진폭을 보이면서 순항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올해는 악조건으로 출발하는 셈인 것.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곡위에서 세부 방식이 결정 되는대로 신속히 수급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향후 쌀값 추이 등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여건에 맞춰 안정화 방안을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달중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통해 신곡 초과물량 20만톤에 대한 매입방안이 결정되고, 잔여물량 7만톤에 대해서도 추가 조치를 실시하게 되면 가격 안정세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산지 쌀시장에서는 먹구름을 전망하고 있다. 농협RPC 관계자는 “연초의 역계절진폭은 유통분야의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당해년도 수확기 작황 예측이 나오기 전까지 가격흐름을 좌우할 수도 있다”면서 “특히 농협·민간 벼 매입량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최근의 상황에서는 도매가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벼를 보유한 입장에서는 적자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전국 농협이 보유한 벼 매입량은 193만5천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량 170만톤보다 20만톤 초과된 물량이다. 민간의 경우도 25만톤 규모로 계획량 39만톤보다는 적지만 전년대비 10% 이상 양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 셈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수요량과 과잉생산량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격리 조치가 발표됐어도 하락세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생산 초과물량 27만톤 전량 격리조치토록 판단했어야 하고, 코로나19 사태를 감지한 수요량 예측으로 격리 물량을 더욱 늘렸어야 한다는게 쌀 유통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경기 용인지역 한 농협RPC 관계자는 “정부가 바라보는 쌀값 기준이 어느선인지 궁금하다. 비료·농약 등 농자재값에 인건비 상승분 등을 합치면, 지난해보다 강보합세가 유지되도록 적극적인 수급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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