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내 출하·도매단계 최저 수준

소매단계는 역대 최고치… ‘출하+도매’ 보다 높아

2020년 유통비용률이 전년과 동일한 47.5%로 분석됐다. 특히 출하단계와 도매단계의 유통비용률이 전년대비 각각 –0.7%p, -0.1%p 하락하며 유통비용을 절감시켰지만, 소매단계의 유통비용률이 0.8%p 상승하면서 출하단계와 도매단계에서 절감시킨 유통비용을 고스란히 흡수해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유통비용률 47.5%’ 라는 말은 농산물을 소비자가 1,000원에 구입했을 때, 유통비용으로 475원이 소요됐다는 뜻이다. 이 때 농업인 생산자가 받은 가격은 525원이 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2020 유통실태’에 따르면 2020년 유통비용률은 47.5%이다. 유통비용률 47.5%를 비용별로 구분하면 △직접비 16.0% △간접비 18.2% △이윤 13.3%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접비는 운송비, 포장재비, 상·하차비, 수수료 등의 고정비용 성격이기 때문에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직접비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하락하고, 농산물 가격이 내리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2020년의 경우 농산물 가격이 전년대비 상승하면서 직접비가 전년대비 –1.2%p(17.2%→16.0%) 감소했다. 


이윤은 생산량과 소비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이윤폭이 적은 반면, 경기호황과 수급 불균형시에는 이윤폭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2020년에는 농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1.2%p(12.1%→13.3%) 상승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2020년은 역대 가장 긴 장마 피해 때문에 대부분의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한 한 해 였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출하단계와 도매단계의 유통비용률 하락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수급상황으로 인한 소매이윤의 증가도 불러왔다. 특히 출하단계와 도매단계에서 감소한 유통비용이 농업생산자의 수취가격이 되지 않고, 소매단계의 이윤으로 흡수된 것은 상당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계별 유통비용의 특징을 살펴보면, 출하 및 도매단계에서 소요되는 유통비용은 농산물이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전달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불가결한 비용으로 항목별 검증(농안법과 개설자 업무규정 등에 따라 공영도매시장 상장거래의 경우 경락가격, 하역비, 수수료 등의 유통정보 공개)이 가능하다. 특히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은 특정 주체의 이윤이 아니라 철저하게 소비수요와 산지의 공급량에 따라 발견(수요와 공급의 법칙)된다. 


그러나 소매단계는 다르다. 소매단계의 구입단가, 상품등급, 보관 및 재포장, 임대료, 인건비 등은 공개의무가 없는 영업비밀이다. 이 때문에 유통비용 조사에서 소매단계는‘블랙아웃(유통비용에 대한 일체의 정보 공개의무가 사라지거나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소매단계의 판매가격은 철저하게 대형유통업체 또는 소상공인의 이윤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특징을 가진다. 


농산물이 가진 품목별 유통비용의 특성은 해당 농산물의 재배특성과 저장성 등에 따라 나타난다. 재배기간이 짧거나 날씨에 따라 작황변화가 큰 엽근채소와 조미채소류의 경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에 투기성 자금 유입 등으로 유통비용률이 높은 반면, 저장성과 연중 소비가 일정한 품목(식량작물, 과일류 등)은 유통비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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