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지도 있었어도, 행위에 대한 책임은 사업자”
 시장관리운영위원회, 법적 심의기구 위상 강화될 듯

 

 지난 연말 대법원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이는 지난 1, 2심의 판결을 뒤집는 결과로 향후 도매시장 전반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도매시장의 현안논의에 있어서 법적 심의기구인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대법원은 도매시장법인이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표준하역비 도입에 따른 위탁수수료 일률조정에 대하여 정부와 개설자의 행정지도가 있었더라도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특히 표준하역비 시행에 따른 일률적인 위탁수수료 요율 결정에 대해서는“(표준하역비 시행이) 산지와 도매시장에서 제대로 된 여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 그 원인이 복합적이고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하며“그럼에도 (위탁수수료) 일률적 결정이 소비자 후생과 경제적 효율성 증진효과를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판결은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이 농식품부 또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개설자)의 행정지도에 따랐을 경우라도, 공정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판단할 때에는 그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가 사업자(도매시장법인)에게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은“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주도로 시행협의회가 구성되어 (표준하역비) 제도의  안착과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그 협의과정이 원고(도매시장법인) 등의 이 사건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면서도“그러나 시행협의회는 농안법 제78조에서 규정한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해당하지 않고, 농식품부 및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지침 내용 또한 일률적인 위탁수수료 요율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도매시장의 수수료와 장려금 등 현안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경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위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미 가락시장 내에서는 개설자가 현안문제와 관련된 회의를 소집할 경우 회의참석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먼저 구해야 한다거나, 모든 현안은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심의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농안법 제78조(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설치)에 따르면 △도매시장의 거래제도 및 거래방법 △수수료, 시장사용료, 하역비 등 각종 비용의 결정 △출하품의 안전성 향상 및 규격화 촉진 △거래질서 확립 △매매방법의 운용기준 △최소출하량 기준 결정 등에 대하여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락시장 관계자들은“당장 하역노조에서 하역비 협상을 요구할 경우, 과거와 같이 법적 근거가 없는 협의회를 통한 논의는 더 이상 어렵다”면서“시장 내 모든 현안에 대해서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심의된 사안이라도 각 도매시장법인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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