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가 퇴비·액비로, 바이오가스와 전기에너지로 탈바꿈

가축분뇨 처리는 지속 가능한 축산의 필수과제가 됐다. 2012년 해양투기 전면금지 이전에 이미 가축분뇨 정화방류, 퇴비 자원화, 바이오가스와 전력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축산환경개선과 자원순환 농축산에 관한 농업인의 의식도 고양했다. 냄새를 줄이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분뇨를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이 뒤따랐다. 그러나 축산분뇨는 늘고 축분 퇴비와 액비를 뿌릴 농경지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축산농업인의 시름은 깊어졌다.


정부는 2015년 80개소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을 2025년 150개소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혐오시설’로 낙인찍은 설치반대 민원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2022년 현재 90여 개소에 불과하다. 여기에 국제기후변화협약과 온실가스 감축 논의는 축산의 입지를 더 좁혔다. 소의 트림과 방귀는 메탄의 상징이 됐고 분뇨처리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미세먼지 발생이 문제가 됐다.


가축분뇨의 자원화와 에너지화는 지속 가능한 축산의 선택적 대안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농식품 분야 탄소중립 세부 이행계획을 발표해 저탄소 가축 사양 관리, 가축분뇨 에너지화 확대, 농촌 마을 에너지 자립모델 발굴 사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메탄을 줄이는 사료 첨가제 개발과 도입, 공공형 가축분뇨 처리시설 운영, 환경부와 협업을 통한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 마을발전소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 등이 제시됐다.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는 가축분뇨의 자원화와 에너지화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왔다.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장 2개소와 환경부가 지원한 가축분뇨 지역통합관리센터 1개소를 운영하며 하루 500t 이상의 가축분뇨, 음식류 폐기물, 농림부산물을 처리한다. 고품질의 퇴비는 물론 하루 1만4천㎾ 전력을 생산한다. 홍성 원천마을은 농촌형 에너지 자립마을 모델이 될 만하다. 주택 대부분에 태양광을 설치하며 일찌감치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에 나섰다. 전국 최초로‘저탄소 주민선언’을 채택했으며, 돼지농장 등에서 나오는 분뇨를 활용해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탄소중립 궤도 달리는 분뇨 에너지화
농촌 에너지 자립모델 홍성 원천마을
분뇨 에너지 선두에 선 논산계룡축협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전경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전경

 

퇴비·가스·전기 만들고 냄새는 없애고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의 시설 규모와 가축분뇨 처리능력은 독보적이다.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장 2곳과 환경부의 지원으로 건립한 가축분뇨 지역단위 통합관리센터가 있다. 세 곳의 설계처리능력은 하루 650t에 이른다.


실제 가축분뇨 반입량은 하루평균 500t 남짓이다. 논산시 소형음식점 등에서 나오는 음식류 폐기물 30여t과 농림부산물, 가축분뇨를 원료로 양질의 퇴비와 액비를 제조하는 것은 물론 매일 9천㎥의 바이오가스와 1만4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센터는 국내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사업 인증을 받았다.


가축분뇨는 돼지농장 87곳, 한우 50곳, 젖소 10곳, 닭 3곳 등 모두 150개 농가에서 수거한다. 연간 1등급의 퇴비 70만 포를 5천여 농가에 공급하고, 액비는 600여 경종 농가의 농경지 2천여 헥타르에 뿌려주고 있다.


자연순환농업센터는 논산시민에게 자랑거리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가축분뇨 전체배출량의 10% 자원화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논산시는 가축분뇨의 30% 이상을, 관내 음식류 폐기물 전량을 수거해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산시는 축협의 자연순환농업센터와 함께 시 자체운영 처리장, 연무 양돈단지 처리장을 두고 있다.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이 시민들로부터 혐오시설이나 님비(NIMBY) 취급받지 않는 까닭 중 하나는 축산냄새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견학 방문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깜짝 놀라는 것이 공동자원화시설 부근에 가더라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4단계 악취관리’시설 덕이다. 수거 차량이 운반해온 분뇨와 음식류 폐기물을 내릴 때부터 강력한 흡입력으로 냄새를 빨아들이는 것이 첫 단계다. 다음은 바실러스균 계열의 미생물을 이용해 암모니아와 황화수소를 제거하는 단계다. 세정 탑 시설에 이르면 냄새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곳에서 산, 알칼리 조절 등이 이뤄진다. 마지막 단계는 아로마 향의 마스킹 제재를 사용해 수증기를 분사하면 축산냄새는 사라지고 좋은 향기가 맴돌게 된다.


논산계룡축협의 자연순환농업센터는 가축분뇨 자원화와 에너지화가 환경과 에너지, 농촌 노동력과 토양개량 등에 유력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센터 이남호 팀장은 “부족한 일손을 해결해주고 비료 구매비용 절감, 적정 토양환경 조성, 농촌 일자리 창출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해결한다”며 냄새와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고 화석연료를 대체한다는 점에서도 가축분뇨의 자원화와 에너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집에 태양광, 가축분뇨는 에너지로


홍성 원천마을은 ㈜성우 에너지화 시설과 함께 농촌 에너지 자립마을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원천마을의 자립성은 주민들의 의식개혁과 적극적인 참여로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여기에 돼지농장 등에서 나오는 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들어서면서 에너지 자립마을의 모양새가 견고해지고 있다.


원천마을은 주민 평균연령 65세이며 33가구가 자리매김했다. 한때 100가구에 달했으나 여느 농촌과 같이 떠나는 이들이 점점 늘어 지금 수준이 됐다. 쌀, 고추, 배추, 무가 주요 재배작물이고 양돈, 한우, 낙농, 양계 등 축산농가가 여섯 집이다.


에너지 자립마을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2014년. 미국에서 금융공학,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인으로 일하다 귀농한 이도헌 씨가 위원장을 맡고 마을주민 55명이 참여했다.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선도마을 실현에 도전한 이들은 거의 모든 주택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한국전력에 전력을 판매할 상업용 태양광 6기도 설치했다.


원천마을이 에너지 자립마을에 성큼 다가서게 된 계기는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대상에 선정된 일이다. 하루 가축분뇨 처리물량 110t, 발전기 시설용량 시간당 400㎾의 시설을 2020년 12월에 준공, 가동했다.


어미돼지 500마리를 포함해 7천 마리 돼지를 키우는 성우농장 이도헌 대표는 정부 지원과 자부담으로 가축분뇨 바이오가스 플랜트 기업인 ㈜성우를 설립했다. 본인 농장은 물론 마을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가축분뇨를 수거해 자원화하고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축산과 에너지 자립마을을 실현하리라 여겼다.

 

 

액비살포
액비살포

 


최신 시설답게 많은 장점을 띤다. 분뇨 저장과 발효, 이동 등 모든 공정이 밀폐시스템으로 이뤄져 축산냄새 발생이 최소화됐다. 고액분리 없이 원수를 투입해 유기탄소원 확보가 쉽고 설비 내구성과 안전성이 높다. 3단 교반 장치는 발효효율을 극대화하고 하부층의 슬러지 침적을 방지한다.


이도헌 대표는 “지금까지는 가축분뇨만 쓰고 있는데, 음식류 폐기물 등을 함께 투입하면 에너지화 효율이 훨씬 높아지는 만큼 올해부터 시도해볼 계획”이라며 에너지화는 물론 가축분뇨 액비와 퇴비 이용, 마을 태양광 에너지와 바이오에너지를 연계한 마이크로 그리드 시스템 등을 함께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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