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발전위 3차 회의… 의제 주도권 휘둘러

물가 핑계 원유가 결정체계 ‘흔들기’ 계속

낙농진흥회 이사회도‘머릿수’밀어붙이기

원유 계약물량(쿼터)에 단일가격을 적용하던 것을 음용과 가공용으로 구분해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안이 제시됐다. 농식품부 제안이다.


낙농진흥회의 집유 사업을 폐지하고 생산자와 수요자(유업체) 간 원유 직거래방식을 2024년부터 도입하는 방안도 나왔다.


원유 수급과 생산비 등을 근거로 원유가격을 결정해오던 낙농진흥회 이사회의 개편안도 낙농가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이른바 ‘머릿수’로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생산자와 유업체 측 위원 수는 그대로 묶어두고 현 정원 15인에다 정부 2인, 학계 2인, 소비자 2인, 변호사와 회계사 각 1인 등 8인 위원을 추가해 23인으로 이사회를 꾸리겠다는 것이 정부안이다.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농식품부가 급조한 낙농산업발전위원회(위원장 박영범 차관) 세 번째 회의가 지난 16일 오송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지난 2차 회의에서 낙농진흥회 이사회 개편과 함께 공공기관으로의 전환을 꾀했던 정부가(본지 2021년 10월 18일,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정부 또 뜬금포> 기사 참고) 이번엔 원유 용도별 가격차등과 집유사업 폐지를 들고나왔다.

 

 


박영범 위원장을 대신해 농식품부 김인중 식품산업정책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정부 실무 추진단은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로 생산자 연합과 유업체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원유거래를 개편할 경우 유업체의 평균 구매단가는 낮아지고 국내 생산 증가로 자급률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쿼터 내에서 단일가격을 적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 원유의 용도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가격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음용 원유 186만8천 톤을 리터당 1천100원 정도에 구매하고 가공유 30만7천 톤은 리터당 900원에 구매하면 낙농가의 소득이 현재보다 1.1% 는다고 설명했다.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와 관련해 정부가 리터당 100∼200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행 리터당 원유가격은 기본가격 947원과 인센티브(조건부 이익) 평균 157원을 합해 1천104원이다. 인센티브 최고액은 유지방(56.65원), 유단백(19.41원), 세균수(52.53원), 체세포수(52.69원) 등 181.28원이다.


정부가 제시한 음용유 가격은 기본가격을 현행보다 낮추고, 변수가 되는 인센티브 가격을 최고액 319.28원으로 해 최종 1천128.28원을 제한가격으로 뒀다. 가공유는 기본가격에 인센티브 최대 233.09원을 합해 920.09원을 상한으로 했다.


개편안은 음용유 인센티브 항목 중 유지방(26.50원)과 세균수(36.05원) 가격은 축소하고 유단백(27.04원)은 확대했다. 체세포수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산차(최고액 77원)와 유우군검정사업 참여(100원)가 인센티브 항목에 추가됐다.


정부는 원유거래방식 개편도 제안했다. 생산자와 수요자의 직거래를 원칙으로 하되 농가의 계획 생산과 생산량 보장을 위해 유업체의 구매계획량 사전 신고, 낙농진흥회의 승인과 이행실적 점검을 통해 제도의 안전성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 이후 시행을 위해 미리 시범사업을 벌인다고 덧붙였다.


낙농진흥회 이사회 개편안은 철회하지 않았다. 정부는 ‘중립적’인 학계와 소비자단체 등이 다수 포함되도록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개의 조건도 ‘재적이사 2/3 이상 출석’ 항목을 삭제하는 안이다.


현재 정부 1인, 낙농진흥회 1인, 학계 1인, 소비자 1인, 유가공협회 1인, 유업체 3인, 농협 1인, 집유조합장 3인, 낙농육우협회 1인, 농가 2인 등 총 15명인 이사를 23인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생산자와 유업체, 낙농진흥회 참여 이사 수는 그대로 두고 그 외 생산자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이사를 대폭 늘렸다. 정부 측은 슬그머니 2인을 늘리고, 중립성을 지킬지 정부 거수기가 될지 모를 학계, 소비자도 각각 2인씩 늘렸다. 변호사와 회계사도 이사로 두는 안이다.


낙농육우협회는 16일 낙농발전위 3차 회의 종료 직후 성명을 통해 “농식품부가 낙농 말살 전략을 만천하에 공개했다”며 “관료출신 유가공협회장과 결탁한 농식품부 당국자들은 낙농산업을 유업체 주도의 ‘아사리판’으로 만들겠다는 검은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정부가 내년 10월부터 도입한다는 원유 용도별 가격차등에 대해 “현 정상 쿼터의 84% 수준까지 쿼터를 삭감하고, 이로 인해 줄어드는 농가소득은 원유 증산을 통해 유지하라는 것”이라며 ‘근로자 임금을 삭감해놓고 초과근무를 통해 임금을 유지하라는 현실성 없는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협회는 “지난 10월 20일 국회 농식품부 종합 국감에서 ‘제도개선 과정에서 농가의 손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농해수위 위원들의 지적과 정면 배치한 것이며 낙농진흥법까지 무시한 초법적 발상”이라며 농민이 아닌 기업을 위한 부처로 전락한 농식품부는 대규모 낙농가 봉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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