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변동성·투명성 등 경매보다 낫다는 증거 못 찾아”

“‘공익형’‘시장도매인’은 상반된 단어 나열… 억지 조합”

공영도매시장 거래제도 합리적 발전방안 토론회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일부 지자체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주장에 대하여 농림축산식품부가 명확한 답변을 내놨다. 지난 9월 7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정부는 시장도매인이 가격, 변동성, 국내산 거래, 거래투명성, 출하자 보호 측면에서 다른 제도보다 낫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경매제와 동시에 (시장도매인이) 운영될 경우 경매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9월 7일 여의도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회의실에서는 ‘공영도매시장 거래제도 합리적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출하자의 권익과 투명한 가격발견을 통한 기준가격 보호를 위해서는 가락시장의 거래제도를 현행과 같이 유지해야 한다는 종합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태흠 위원장과 홍문표, 이만희, 김승남 의원과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가 함께 마련했다. 


 공익형 시장도매인 vs 공판장 차별성 없는 ‘옥상옥’

발제자로 나선 농촌진흥청 위태석 연구관은 일부 지자체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를 중심으로 주장되고 있는 공익형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검토의견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공익형 시장도매인은 지자체와 농협, 생산자단체 등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행 농안법에서도 공영도매시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농수산물공판장의 운영주체는 단위농협 또는 농협중앙회 등의 생산자단체 및 공익법인이다. 


또한 각 지자체별로 운영하려는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는 공영도매시장의 차별금지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 해당 지자체에서 출하된 농산물에만 가격보전을 한다면, 타지역에서 출하된 농산물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으며,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가격보상제도 등의 가격안정대책과의 중복문제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업과 통합의 경제효과  “균등한 자율성 허용해야”

위 연구관은 공영도매시장 유통효율화의 핵심에 대하여“경쟁을 통한 단계적 효율성 제고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분업’과‘통합’의 경제효과 실현을 위한‘도매시장법인의 제3자 판매’와‘중도매인의 직접집하(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직접 농산물을 매수하는 행위) 탄력화’를 제안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법 개정을 통하여 도매시장법인의 제3자판매와 중도매인 직접집하를 자유화하는 도매시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는 매수집하만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이 중도매인의 위탁집하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중도매인은 소비자를 대변하는 유통주체이기 때문이다. 


위 연구관은“제3자 판매와 직접집하의 탄력화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에 대한 자율성을 균등한 수준으로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단기적으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경쟁유발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비상장품목에 대한 제3자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지금까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경쟁이 촉진되지 못한 원인은 실질적인 소속관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정산방식 개선으로 실질적인 소속관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인, 일정한 가격 받을 수 있는 도매시장 요구”

출하자 권익 중심의 공영도매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한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부총장은 “농업인이 원하는 공영도매시장은 새로운 제도 도입이 아니라 생산초기부터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 매년 일정한 가격을 수취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도매시장 내에서 가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농촌지도자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조사대상자의 대부분은 △시장도매인 △상장예외품목 △정가·수의매매 등의 현행 공영도매시장 거래방법에 대하여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예외품목과 시장도매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강정현 부총장은 상장예외품목에 대하여“예외적이고 한시적이며, 보완적인 거래방법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일부 도매시장에서 무분별하게 품목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최근 수급불균형으로 가격이 하락한 양파의 경우 정부와 도매시장 관계자(도매시장법인, 공판장, 중도매인, 산지유통인 등)간 협력으로 정책적인 대응방안이 수립되지만, 비상장품목인 마늘은 정책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공익형 시장도매인에 대하여 강 부총장은“도매시장의 가장 큰 원칙은‘수탁거부금지’와‘차별금지원칙’인데, 특정 지자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익형 시장도매인은 타지역에서 출하되는 농산물에 대한 역차별의 우려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지자체가 자신들이 개설하고 있는 공영도매시장에 대한 활성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가격, 현재와 같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형성돼야” 

종합토론에서 출하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합천유통 장문철 대표는“강서시장에서 백과청과라는 업체(시장도매인)가 부도가 났을 때, 당시에 농업인들은 대금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가락시장 경매를 참조하여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고 있으며, 현재 가락시장에서도 상장예외와 수의거래를 모두 할 수 있는데 굳이 시장도매인까지 도입하려 한다는 것에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주원철 유통정책과장은 “시장도매인과 관련하여 정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했는데 △가격수준 △가격의 변동성 △국내산 거래 △거래투명성 △출하자 보호 측면에서 다른 제도(상장거래)보다 낫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정부가 발견한 것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한 시장에서 같이 운영될 때에는 경매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이 도입될 경우 가락시장의 경매가격을 끌어내리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가락시장의 경매가격은 각종 농산물 거래와 정부의 농작물 재해보험 및 농산물 생산안정제 등의 기준가격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가락시장의 기준가격은 현재와 같이 출하자의 권익 보호와 투명한 거래제도 속에서 공정하게 형성되어야 한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판단이다. 


좌장을 맡은 동국대학교 권승구 교수는“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 도입 논란은 30년 정도 해묵은 이야기로, 논리적 현실적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라며“‘공익형’과 ‘시장도매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서로 상반된 단어가 나열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의미하는 ‘공익’과 공영도매시장의 수집과 분산이라는 기능적 규제조차 받지 않는 ‘시장도매인’의 본질을 꼬집은 지적이다. 


권 교수는“도매시장의 문제는 특정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향후에는 산지와 소비지, 특히 압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소비지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라며“앞으로는 소비지 시장의 변화에 산지가 어떻게 대응하고, 도매시장은 산지와 더불어서 어떻게 활성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과 발표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이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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