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 탄소 배출에 대한 오해 많아
농축산업 배출 비중 국가 전체의 2.9%
토양·산림 탄소저장· 감축량 계측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시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2050년에 제로(0)로 만든다는 선언이다. 이어 12월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전략을 확정했다. 2050 저탄소 발전전략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왔고 전략수립으로 매듭지은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저감은 지구촌 인류에게 환경문제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목표치와 자구 수준은 달라도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목표와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이 고삐가 됐다. 모든 당사국이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해 2020년까지 국제연합(UN)에 제출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농축산업 분야도 탄소 배출원별로 감축 방안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벼재배, 가축 장내 발효와 분뇨처리 등 부문별 탄소배출량 계측과 저감법 발굴, 감축경로와 탄소중립 시나리오까지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축산부문 온실가스에 대한 오해도 적잖다. 반추위 동물인 소의 트림과 방귀가 마치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 주범인 양 몰아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울러 산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토양이 탄소를 머금고 있다는 점에서 농림축산업은‘탄소중립(net zero)’에 가장 근접해있다.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 등 농업인 학습단체들이 지난 4월 1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농업농촌 분야 탄소중립 실천 운동 선포식’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다짐했다.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 등 농업인 학습단체들이 지난 4월 1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농업농촌 분야 탄소중립 실천 운동 선포식’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다짐했다.

 


고유 배출계수 개발, 검인증 서둘러야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기본 로드맵(실행순서도)을 제시했다. 2030년 배출전망치인 8억5천1백만 톤CO₂eq(이산화탄소환산) 대비 3억1천500만 톤(37%) 적은 5억3천600만 톤 배출로 줄인다는 목표다.


에너지 부문이 아닌 농축산의 감축 목표는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7.9% 적게 잡았다. 상대적으로 목표달성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농축산업의 경우 2030년 배출전망치를 2천70만 톤으로 잡고 160만 톤 줄인 1천900만 톤 배출을 목표로 둔 것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농축산 부문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천119만1천 톤으로, 국가 총배출량 7억2천760만 톤의 2.9% 비중을 차지했다.


농축산 전체에서 경종 부문이 1천178만4천 톤으로 55.6%다. 경종을 세분하면 벼재배 629만7천 톤(29.6%), 농경지토양 547만2천 톤(25.9%) 등이다.
축산이 940만7천 톤으로 농축산 전체 배출량에서 44.4% 비중을 차지했다. 장내 발효에 의한 탄소 배출이 446만5천 톤(21.1%), 분뇨처리 과정에서 493만3천 톤(23.3%)인 것으로 추산됐다.


축산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농축산업 중 45%, 국가 전체의 1.3%에 불과한데 적잖은 이들이 축산업을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오해한다. 이 대목에서 축산업이 국가 전체 탄소배출량의 45%를 차지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


농축산 부문 탄소 총배출량은 전년도 2천95만8천 톤에 견줘 1.1%P 증가했다. 경종 부문은 0.9%P 줄었고 축산에서 3.8%P 늘었다. 이는 벼 재배면적과 작물생산량이 감소한 데 반해 가축 사육 마릿수가 그만큼 증가한 사실이 반영된 것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통계정보가 공신력은 갖췄지만 사실 정밀한 계측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분야별, 세부항목별 배출계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탄소 감축 방안의 선행조건으로 우리나라 형편에 맞는 고유의 온실가스 배출계수 개발이 시급하다. 한우와 외국 물소나 육우, 젖소의 탄소배출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농축산 분야의 경우 우리나라는 현재 경종 24종, 축산 6종의 배출계수를 마련한 상태다. 벼재배 메탄(CH₄), 밭 아산화질소(N₂O), 장내 발효 한우와 젖소 메탄 등이다. 탄소 배출 단계별로 더 정밀한 배출계수를 통해 구체적인 감축안을 마련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농업부문의 탄소저장과 탄소흡수량도 정확히 계측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나무를 비롯해 식물은 광합성작용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30%를 흡수하고, 박테리아와 곰팡이, 지렁이는 토양에서 죽은 생물을 분해해 탄소가 풍부한 유기물로 바꿈으로써 탄소를 토양에 저장한다.

 

탄소배출권 판매, 축산분야도 가능성 충분

유엔 산하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의체(IPCC)는 지구 전체 토양의 탄소 총량이 2천400기가톤으로, 대기 중 탄소량의 두세 배 정도 된다고 밝혔다. 토양 내에 탄소를 가둬 저장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임을 알 수 있다. 농업부문이 이를 계량화해 인정받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이미 토양의 탄소저장기능을 인정하고, 이를 근거로 농가소득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저탄소 인증’과 유사한 정책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에코팜 인증 농가에 1천 ㎡당 8천 엔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전 세게 토양이 탄소저장능력을 증진하기 위한 ‘1천 분의 4 이니셔티브 운동’ 전개를 제안했다. 온실가스 중립(순 제로)을 위해 연간 0.4%의 토양 탄소를 다시 토양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건강한 토양 프로그램’은 땅의 온실가스 저장기능을 농가수익으로 연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약 1만 헥타르(3천만 평) 와인 생산지에 적용한 이 프로그램으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약 447억 원이 땅심 살리기에 투입됐다. 정부 예산이 아닌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전남대 최우정 교수는‘탄소 농사’ 확산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농업인이 농사지어 돈 버는데 왜 정부가 지원해야 하냐’는 기획재정부의 손사래에 “테슬라가 돈을 버는데 왜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주냐”고 반문했다.


축산분야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모델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호주 축산공사가 펼치는 쇠똥구리 프로젝트, 스위스 기업의 천연 사료 첨가제를 이용한 메탄 저감법과 탄소배출권 판매가 대표적이다. 호주의 쇠똥구리 프로젝트는 경종·축산순환농업의 모양새다. 가축분뇨를 자원화해 토양에 되돌림으로써 땅심을 살리고 탄소를 저장하게 하는 선순환체계다. 쇠똥구리는 축분을 공글려 경단으로 빚고 이를 땅속에 묻어둔다. 자연분해속도가 느리고 분해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는 쇠똥을 쇠똥구리에게 맡기면 온 순환의 생태계가 조성된다. 축산공사는 지역별, 계절별, 농장별 다양한 맞춤 쇠똥구리를 소개하고 이용정보를 제공한다.


스위스 농기업 무트랄은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소의 트림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을 줄이는 기술을 근거로 탄소배출권을 획득했다. 천연 사료 첨가제가 반추위 소화기관에서 배출하는 메탄을 최대 38% 줄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 우유와 소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도 축산분야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우 출하 기간을 단축하는 기술, 반추위 메탄 저감 사료 물질 개발이 진전을 보이고, 가축분뇨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포집해 열 또는 전기 에너지원으로 쓰는 바이오 플랜트를 기반으로 한 농촌에너지 생태 시스템도 확대 구축하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최근 한우 사육 기간을 단축해 10.5%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발표했다. 사육단계마다 영양소 함량을 정밀 조절해 한우 성장과 품질에는 큰 차이 없이 평균 출하 월령을 2.6개월 줄이는 기술이다. 17개 농가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일반 농가에 견줘 사료비는 9.2% 적고 소득은 29.0% 많게 나왔다. 이를 전국 거세우에 적용하면 탄소 배출량이 연간 18만2천 톤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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