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 고창읍 ‘교신마을’

“여기에는 빨간 꽃을 붙이고 잎은 가만히 놓아야지. 꽃이 있으니 나비도 한 마리 있어야제. 이 다탁에 날아든 내 마음이 나비제. 이리 예쁜 것에 마음을 쏟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우리도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지라. 고향 마을 어르신도 함께하면 더 재미나겄제.”

 

 

전라북도 서남쪽 끝자락 고인돌과 선운사, 모양성이 있는 고장 전북 고창. 유명세에 비해 고창은 인구 6만 명이 되지 않는 작은 지역이다. 지리적으로도 전북의 제일 큰 도시 전주보다는 광주에 가깝다.


들하담 전통문화연구소는 ‘들과 하늘을 담는다’는 이름을 가진 연구소다. 천연염색과 한지공예 등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고창의 농촌 관광을 알리고자 만들어졌다. 우리 전통이 잊히는 것이 아쉬워 집안에서 쓰던 작은 도구라도 하나둘 모으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워서 이어가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다.

 

 


고창군에는 무장상자라는 전통 공예품이 있다. 무장면에서 처음 만들어져 인근에서는 널리 쓰이던 세간이다. 무장상자를 비롯해 한지공예로 전통 살림을 복원하는 일에 교신마을 부녀회가 함께 하기로 했다.


김보영 들하담전통문화연구소 대표는 과거를 이어 미래에 전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옛날 혼수품이라 하면 오동나무로 만든 화초장이 떠오릅니다. 사실 부잣집이나 마련할 수 있는 것이죠. 무장상자는 가난한 집안에서 시집갈 때 빈손 대신 들려 보낸 작은 상자입니다. 한복, 버선 등을 넣을 수 있는데 조선시대 후반에서 근대까지 일반 가정에서 많이 썼습니다. 함께 하시는 분들도 오래전 어머님의 살림을 추억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재료도 다양해지고 디자인도 현대적으로 변했지만 전통은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시골의 마을회관을 이용하는 분들은 70대 이상이 많다. 교신마을 부녀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로, 농촌지역에선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청년과 같다. 이에 마을을 이끌어갈 동량이 되고자 한다. 강사가 되어 이웃에게 전통을 전하는 일이다. 배움의 작은 씨앗이 스스로 배워 커다란 문화를 가꿀 수 있게 되듯, 그렇게 교신마을 사람들은 전통문화 전도사가 되어간다.

 

 

“현대에 새롭게 만든 것이 이쁘고 좋지만 우리의 것도 없어지면 안 되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장상자 외에도 여기에는 밴댕이 바구니라는 것도 있는데 밴댕이풀 껍질을 벗겨 만드는 바구니죠. 사람들이 거의 몰라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이 있어 전통을 함께 연구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아요. 수업 때도 옛날 어머님 기억이 나신다며 좋아하세요. 역사를 현재에 이어 미래에 전하는 일은 우리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주변 분들에게 계속 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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