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 경단 만드는 쇠똥구리에 착안
완숙퇴비를 사각 베일러로 압축 포장
냄새 민원 해결, 야적·장기보관 가능
가축분뇨 자원화 신기술로 주목받아

 

 

 “가축분뇨 배출속도가 퇴비 부숙하는 속도보다 열 배는 빠를 겁니다. 방법을 찾지 않으면 목장을 접어야 한다는 간절함이‘쇠똥구리 프로젝트’로 이어진 거죠.”


하현제 안성 송영신목장 공동대표는 지난 3월 25일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전면 실시된 날이다. 가축분뇨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지속 가능한 축산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쇠똥구리에 주목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쇠똥구리는 쇠똥을 동그랗게 굴려 가며 경단을 빚어 제집에 보관한다. 이를 대규모 퇴비제조 기술로 접목한 것이다. 먼저 가축분뇨의 수분을 잡아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젖소 축분은 여타 우분에 견줘 수분함량이 많아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축사바닥 깔짚으로 톱밥 대신 피트모스를 썼다.


피트모스는 수생 식물이나 습지 식물의 잔재가 연못 등에 퇴적해 나온 흑갈색 토양으로 보수력과 통기성이 뛰어나다. 원예 상토로 많이 쓰는 피트모스는 수분 흡수뿐 아니라 냄새 흡착에도 탁월해 일부 축산농가에서 퇴비 부숙 촉진제로 쓰고 있다.


“이거다 싶어 과감하게 톱밥 대신 피트모스를 축사바닥에 깔았는데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냄새도 없어지고, 축분 부피도 3분의 1로 줄었죠. 미생물이 풍부해 부숙이 잘 되니 양질의 퇴비가 되죠.”


하 대표는 쇠똥과 섞인 피트모스를 축사바닥에서 직접 손으로 그러모아 보여주며 이미 수분함량이 현저히 줄었음을 확인해줬다. 실제 부숙도 검사에서도‘부숙 완료’판정과 함께 유기질비료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다음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들어간 퇴비 교반기다. 퇴비사의 온도와 습도 등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교반기가 가동한다. 제 때에 공기를 공급하고 뒤섞어 주니 푸석푸석할 정도로 품질이 좋다. 

 

 

쇠똥구리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는 ‘경단’이다. 양질의 완숙퇴비를 만들어도 뿌릴 데가 없다는 것이 축산농가의 고민거리다. 논에 밑거름으로 주는 시기도 한정돼 있기에 ‘비수기’ 퇴비 보관과 저장이 쉽지 않다. 이를 일거에 해결한 것이 사각 베일러를 이용한 압축 포장기술이다.


완숙퇴비를 직육면체 모양으로 압축하면 약 800㎏ 정도의 사각 경단이 된다. 이를 방수포로 포장하면 야적도 가능하고, 벽돌 쌓듯 높이 쌓을 수 있으니 작은 공간에서도 많은 양을 장기보관할 수 있다. 필요한 시기에 꺼내 거름으로 줄 수 있으니 땅심 살리기에도 이롭다.


하 대표는 땅에서 자란 풀을 소들이 먹고 자라고, 소화를 끝내고 나온 축분이 퇴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돌아가 작물을 키워내니 순환농업이 완성되는 것이라며 쇠똥구리 프로젝트가 전국 축산농가의 새로운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