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할머니와 마주했을 때는 낯설고 의사소통도 어려웠다. 이제는 서로 편안하고 말도 잘 통한다. 노래도 불러드리고 책도 읽어드리고 할머니들은 우리가 오는 날이 기다려진다며 좋아하신다.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도 재밌지만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는 일은 마음을 뿌듯하게 만든다.”

 

 

한려수도 해상의 중심 도시 경남 사천. 4년 전 사천여고에 치매예방교육 방과후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뇌를 자극하는 그림 그리기와 인지교육에 좋은 퍼즐 맞추기를 어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한다. 어른들에게 들려드릴 노래도 하고 함께 읽을 책도 미리 고른다.


학과 과정에 있는 봉사활동이 의무가 아닌 의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수업 시간에 관심 없이 앉아만 있던 아이들이 현장을 다녀오고 완전히 바뀌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따라 하는 어르신들을 만나니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다. 현장에 한 번 다녀온 후 수업 참여도가 좋아졌다. 

 

 

축동에 위치한 성남두레 데이케어센터 어르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축동면 예동마을의 경우 연세도 많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았다. 소일거리도 힘들어 경로당에 모여 쉬시는 것이 전부. 


사천여고 아이들이 오는 날이면 어르신들이 아이들 오는 시간보다 먼저 마을회관에 모이셨다. 봉사활동으로 간단한 청소나 심부름을 해주고 가는 아이들과는 달랐기 때문에.

 

 

“아이들은 존중받으니 신이 나서 열심이고 어른들은 자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진심으로 함께 놀이를 하니 좋아하십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배우고 연습해 가르쳐드립니다. 학생 선생님이지요. 나이 차이로 소통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건 기우예요. 프로그램 마치고 집에 갈 때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합니다. 정말 좋은 것은 어른들 표정이 밝아진 것입니다.”


박순천 국제희망드림 대표는 학생도, 어르신들도 행복한 시간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한다고 전한다.

 

 


“평생교육과정을 접하며 우연한 기회에 시설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혼자 가기 힘들어 당시 중학생이던 딸아이와 함께 다녔는데 그때 아이의 인성이 바뀌는 것을 봤지요. 학교 방과후 수업에 적용하면 좋겠다 싶어 함께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조건이 달라지면 변합니다. 이런 활동은 지원이 없으면 운영하기 힘듭니다. 강사 초빙도, 아이들이 이동하는 것도 어렵거든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에서 4년째 지원해주셔서 다행입니다.”


곁에서 조곤조곤 퍼즐 맞추는 법을 알려주고 책도 읽어주는 아이들 덕분에 온 마을이 떠들썩 꼭 명절 같다. 쟤네들이 뭘 하나 싶던 어른들도 연신 눈을 맞추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날만큼은 적적한 마음에 드는 울적함도 잊는다. 선한 즐거움이 학교를 넘어 사천시의 마을 곳곳으로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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