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여수시 소라면 ‘관기마을 행복공동체’

“우리가 뭔 낙이 있겄는가, 그전에는 가만있었지. 사는 것이 늘 똑같지. 마을회관은 일하다 더위 피해 이웃 할멈이랑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쉬는 곳인 줄만 알았지. 요즘은 아주 살맛이 나. 밭에서 일 보다가도 시간 되면 뛰어오니께. 그저 고맙지. 자손들도 가까이 살지 않아 이렇게 살뜰하진 않지. 우리한테는 선생님들이 참 고맙지.”

 

 

낭만도시 전라남도 여수 시내에서 차로 30분을 달려야 도착하는 작은 마을. 여수가 가까이 있고 소라면이 인근이지만 접근하기가 어렵다. 대중교통 버스도 1시간에 1대. 작은 집의 담과 담 사이 골목을 지나 아담한 마을회관에 닿았다.


할머니들이 종종걸음으로 한 분 두 분 모이신다. 오늘 또 신나게 배우는 날이다. 마을회관에 모이는 어르신 중 가장 젊은 분이 65세, 큰 어른이 98세다. 관기마을 어르신은 도심에서 흔히 접하는 주민배움과정 혜택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늘푸른정원 주순자 대표가 관기마을과 인연 맺은 것도 우연한 기회였다. 여수 시내 복지관에서 소라면 면장님과 관기마을 이장님을 만났다. 시내에서만 수업하지 말고 마을에도 한 번 들어와 주면 좋겠다고 청하셨다. 여수에서 오래 살았지만 주 대표도 관기마을을 몰랐다. 직접 와 보고서야 이런 곳이 있구나 했다.


“봉사활동으로 복지관에 강의를 나갔는데 관기마을을 소개받았어요.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을 알게 돼 신청했지요. 처음엔 할머니들이라 운동 쪽으로 프로그램을 할까 했는데, 사전에 조사했더니 예상 밖으로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려서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면서요. 옛날에 남자들만 가르쳤잖아요. 더구나 이런 시골은 학교가 멀어 유학을 보내야 했고. 큰 벌이가 없으니 딸들은 집에서 농사나 짓고 살림이나 했겠지요. 모두 얼마나 열심인지 몰라요.”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시기. 획을 하나 그릴 때도 신중하시다. 그림 시간에는 옆 사람 것도 봐가며 열심이다. “내 것도 예쁘제” 하시며. 시간이 조금 더 쌓이면 동시도 짓고, 마을 벽화도 꾸며볼 참이다. 


“할머니들은 무료한 일상에 만난 교실이 너무 좋으시대요. 지금은 이 시간만 기다리신다고 하세요. 일주일 내내 하면 좋겠다고도 하시고요. 세상에 이런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에 너무 감사해요. 재료비까지 지원해 주시니까요. 요즘은 옆 마을에서도 하자고 요청하십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이제 시작한 걸음에 꿈이 더해간다. 관기마을 할머니들의 행복이 쌓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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