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이유로‘발효’기준 지원

수분 50∼65% 1㎏에 160원

수분 20∼40% 건초는 140원

 

 

조사료생산 현장에 혼선 초래
소비자 선호도, 운송비 등 역행

 

 

정부가 사료작물 발효와 가축의 탄소배출이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잘 마른 풀 사료보다 수분이 많은 사료작물에 더 큰 금액을 제조비로 지급한다고 밝히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조사료생산자들은 그동안 풀 사료의 수분함량을 낮추려 노력하고, 담근 먹이(사일리지) 위주의 생산을 헤일리지(저수분 담근 먹이)와 건초로 세분화해 수입 건초를 대체하겠다고 펼쳐온 정책을 느닷없이 덮어버리고 거꾸로 가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발표한 동계 사료작물 제조비 지급기준에 따르면 수분 20% 미만의 건초는 1㎏에 200원을 제조비로 지원하고 수분 40% 이상 50% 미만(발효등급 A)이면 180원, 수분 50∼65% 미만(발효등급 B)이면 160원, 수분함량 20∼40% 미만은 미발효등급으로 140원, 수분 65% 이상 또는 조단백 9% 미만이면 120원을 지급한다.


문제는 소비자의 선호도와 조사료생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수분이 많은 풀 사료에 더 많은 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건조작업에 품을 들이지 않고 더 많은 중량에 따라 지원금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일견 조사료생산자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개 생산자들은 운송비 문제와 축산농가가 선호하는 조사료품질을 따져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사료를 소비하는 축산농가들이 수분함량 30% 안팎의 헤일리지나 건초를 선호하고 조사료생산자들도 이에 맞춰 제조를 해왔다. 지난해 품질등급 평가에서도 수분함량 40% 미만이면 배점에서 최고 점수를 얻었다.


김종영 한국조사료연구원장은 올해 바뀐 동계 사료작물 제조비 지급기준에 대해“생산자가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축산농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한심하고 졸속인 지침”이라며 정부가 그간 시행해온 조사료정책에 완전히 역행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농식품부는 국내산 저장 풀 사료 품질향상과 신뢰도 확보를 위해 2015년부터‘풀 사료 품질검사 및 등급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사업의 성과가 적잖다고 자화자찬해왔다.


지난 3월에만 해도 정부는“국내 풀 사료 수분함량은 2014년 평균 45.5%였는데 이 사업을 통해 2020년에 평균 34.2%로 크게 낮아졌고, 그간 사일리지 위주로 생산하던 풀 사료 품목이 헤일리지와 건초 등으로 세분화돼 더 다양해졌다”고 자평했다.


동계 사료작물 품질등급 세부평가 기준도 수분함량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지난해 품질등급 평가항목은 수분함량, 상대 사료가치, 조단백질, 조회분 등이었다. 이 중 수분함량이 100점 만점에 50점을 차지하는 항목이었다.


등급 배점의 경우 수분함량 40% 미만이면 50점 만점, 40∼45% 미만 45점, 45∼50% 미만 40점, 50∼55% 미만 35점, 55∼60% 미만 30점, 60% 이상 65% 미만 25점인 식으로 수분함량 5% 구간에 따라 5점 차이를 뒀다.


그런데 이런 품질등급 평가 기준을 하루아침에 뒤바꿔버렸으니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조사료생산자는“수분 50% 내외의 제품을 만들면 생산보조비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실제로는 축산농가들이 사가지 않기 때문에 기존 30% 안팎의 제품을 만들어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조사료정책을 ‘180도’ 뒤집어버린 이유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소의 방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탄소 중립(Net Zero)’을 언급하고“소의 되새김질 등 가축사육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며“가축의 장내 발효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조사료품질을 개선하고, 저 메탄 사료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영 원장은“탄소 중립 요건을 갖춘다는 명목으로 건초와 헤일리지보다 사일리지에 제조비를 더 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조사료생산 현장과 축산농가의 선호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정책이 혼선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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