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산안마을 사건


2021년 2월 19일 산안마을 3만7천 수가 살처분됐고, 130만 개의 유정란이 폐기됐다. 58일간의 산안마을 살처분 불복종은 행정폭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시한부 인생 닭들에게 두 달 간 모이를 주고, 팔 수 없는 130만 개 달걀을 수거해 창고에 쌓고 쌓아온 산안마을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수입은 없고 사료가 떨어진 상황에서 산안마을 공동체가 겪을 심리적 압박과 경제적 고립, 행정의 축산업 폐쇄 압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들은 왜 이런 고난의 길을 택했을까? 묻지마식 예방적 살처분은 수억의 보상을 주어도 따를 수 없는 행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살처분을 했다. 농정이 농민 위에 앉아 오만방자하게 행정폭력을 휘두른 대표적 사례이다. 산안마을 한 농가에 대한 살처분이 아니라 농민을 우롱한 시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가축방역의 최고 걸림돌은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은 예측가능하고 책임성이 따른다. 정부의 방역방침을 철저히 따라 음성이 나왔다면 정부가 책임지고 보호해준다는 것이 예측가능해야 한다. 정부의 가축방역지침보다 더 철저하고 섬세하게 관리하여 음성판정이 나왔다면 정부가 보호해줘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가축방역정책을 따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 누가 돈 들여 시간 들여 방역에 힘쓰겠는가? 대충 양계하다가 걸리면 살처분하고 보상받고 말지. 방역 해이를 조장하는 가축방역정책이다.

예산낭비와 농민의 재산권 상실과 환경오염, 엄청난 국민적 트라우마를 조장하는 정부의 가축방역 정책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산안마을은 지난 55년 동안 집단감염의 역사가 없다.

또 지난 58일 동안 매일 검사를 해도 음성이 나왔다. 21일인 잠복기가 두 번 지나 세 번째 맞고 있는 이 시점에도 살처분을 강요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방역정책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몰상식적이었다. 예방적 살처분으로 달걀이 부족하니 수입하고 있다. 멀쩡한 130만 개 달걀을 놔두고 말이다. 가축방역과 국민 먹거리 보장의 최고 걸림돌은 농림축산식품부이다.

 

진정한 형평성은 예찰지역으로 전환하는 것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15일 방역기준을 반경 3km에서 1km로 줄였다. 그러면서 소급적용을 하지 않겠다 했다. 기존에 살처분 한 농가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란다. 환경이 바뀌어 기준을 바꿨으면 산안마을에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초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과태료나 벌금으로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것이 진정한 형평성이다. 3km 기준으로 살처분한 농가들에 대한 형평성을 논하는 농림부 기준으로라면 1km로 줄인 것도 안 될 일 아닌가? 산안마을 살처분한 닭을 산안마을 근처에 묻지 않고 천안으로로 옮겼단다. 이 또한 비오염원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 58일 동안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서 살처분을 강요하면서도 사료반입은 허용했다. 뭐 하나 행정의 일관성 없이 형평성을 논한다. 


닭을 코로나에 비유해 보자. “A가 코로나에 걸려 입원했고, 반경 3km에 사는 이웃 B에게도 강제입원명령이 떨어졌다. B는 음성이므로 입원을 거부해서 자가격리 당했다. A는 입원해서 낫다.

잠복기가 3번 지나도록 B는 여전히 자가격리가 풀리지 않는다. 초기 행정명령인 입원을 해야지 B의 자가격리를 풀 수 있다며 58일째 풀지 않고 있다. B의 자가격리를 푸는 것은 A에 대한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이다. 이것이 형평성인가? 언론, 국회, 지방행정 누구 하나 말 같지 않은 행정언술을 파고들지 않았다. 결국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고, 130만 개의 달걀이 애꿎게도 땅에 묻혔다. 애당초 예찰지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형평성이었다.

 

자치농정을 이뤄야 한다


모든 축산차량에는 9년 전부터 GPS가 장착되어 축산차량과 인력의 일거수일투족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코로나 방역보다 더 철저히 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살리는 방역을 할 수 있었음에도, 무작정 지름 6km 내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이는 방역정책을 고수해온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같은 분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되지 않았기에 발생한 일이다. 코로나 방역에서도 지자체의 재량을 한껏 부여했듯이, 가축방역에서도 지자체의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했다면 이런 참사는 빚어지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모든 것을 틀어쥐고 앉아 피해를 키운 것이다. 지자체가 방역의 주체로 작동하도록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줘야 한다. 산안마을 살처분은 농민을 무시한 살생의 광기가 빚은 행정 참사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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