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도매법인 및 중도매인에 의한 상장경매제가 농산물가격의 등락을 증폭시키는 제도라며, 시장도매인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반면에,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대표, 그리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주요 농민단체는 시장도매인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시장도매인제도의 도입에‘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1991년 상장경매제를 겁도 없이 전격 시행한 당시의 농림부 시장과장이었고, 지금도 농산물유통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한 마디 해야 하지 않겠는가?   


1991년 당시 농안법에도 이미‘상장경매제’를 시행하도록 명시가 되어 있었으나, 거래 관행 상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농민들이 중매인(위탁상)에게 농산물 판매를 위탁하면, 위탁상이 농산물을 판매한 다음 송금해주는 식이었다. 농민들은 위탁한 농산물이 얼마에 팔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위탁상이 송금해 주면 그게 판매가격이었다. 위탁상이 잘못해 부도가 나면 판매대금을 떼이기도 했다.

농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1991년에 농산물가격 상승이 ‘물가 주범’이라는 비난이 일었으나, 농민들은 손에 쥐는 돈이 없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위탁상들의 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투명성과 거래대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해 상장경매제를 시행했던 것이다.
상장경매제가 투명한 거래와 대금지불을 보장하고, 출하농산물의 규격화와 상품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공급이 부족한 시기에 경매가격이 높아져 농가에도 유리했다. 그러나 시장이 개방되고, 농산물공급과잉현상이 되풀이됨에 따라 경매가격이“폭락”하는 문제가 빈번해졌다. 가격이 폭락해도 농민들은 운송비, 상하차비는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고, 상장수수료도 지불해야 했다.

수취가격에 비해 중간유통비용이 너무 많다는 원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경매과정을 독점하고 있는 도매법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큰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시장도매인제를 도입, 경매로 인한 가격등락과 도매법인들의 과도한 이익을 줄이고, 상하차비, 상장수수료 등 유통비용을 줄이자는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면, 조직화가 잘 되어 있고, 물량도 비교적 많은 주산지 생산자조직의 농민들은 상하차비와 경매수수료 등 중간비용도 줄이고, 값도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대다수 영세 농가와 거래교섭력이 약한 작목반과 조합의 농민들은 더 나쁜 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큰 손 중도매인과 대농과 많은 물량을 가진 산지조직이 빠져나간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이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도매인제가 위탁상의 문제점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옛날보다 정보가 충분한 세상이지만, 개별농가가 받은 가격이 적정한 가격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는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린다면, 상장경매제로 그냥 가든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든 가격폭등락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공급과잉이 되면, 도매시장의 경매가격은 물론이고, 시장도매인의 구입가격도‘폭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래교섭력이 약하면, 누구와 거래를 하던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해당품목 생산자들이 하나로 협력해서 재배면적을 조정하고, 수확량을 조정하여 적정량을 생산해야 한다. 과당경쟁을 하지 않고, 창구를 일원화하여 가격협상을 해야 한다. 이 모든 활동을 품목생산자조직이 나서서 총괄·조정해야 한다. 이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만 있다면, 상장경매를 하든 시장도매인제를 하든 상관이 없을 것이다. 시장도매인제 얘기는 뒤로 미루고, 생산조정을 해낼 수 있는 품목별 자조금단체의 육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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