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회장 권한 분산이 관건…직선이든 간선이든 선거제 없애야”

조합원→이사 뽑고→이사회서‘이해상충 조정자’로 대표 선출
“농협은 기업체… 민원해결하는‘행정부’로 착각해선 안돼”

 

“백이면 백 모두 농협의 주인은 이용자인 농민임을 인정한다. 결국 지금의 농협은 협동조합 정체성이 문제가 아니라, 운용이 문제인 것이다.”

협동조합 춘추전국시대이다. 동네 도서관 협동조합부터, 친환경농산물 유통관련 협동조합, 하다못해‘술꾼’들이 주점을 임대 운영하는 협동조합까지. 민주주의 근본개념에 인본을 덧댄 협동조합이 사회곳곳에서 탄행하고 있고, 실험중이다. 

우리 현대사회 협동조합의 시조격인 농업협동조합, 즉 농협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개혁’이란 지휘봉과 메스가 가해지고, 조금씩 변모되는 과정을 겪은 농협은, 현재  진맥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맞고 있다.

허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농협이 왜 변해야 하고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감이 없다. 또는 농업행정의 불만을 농협에 토로하거나, 농협의 일로 잘못 오인하기도 한다.

한국 농업협동조합 전문가 박성재 박사는, 농협은 단순히 조합원이라는 이용자들의 기업체이지, 행정·정책까지 복합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농협의 대부분 문제들이 협동조합 정체성이 아니라 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배구조를 지적한다.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원칙에 준하는 본궤도에 오른다는게 참 어렵다고들 얘기한다. 늘상 주장하는 농협개혁이 무엇인가.

-협동조합의 원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외부 간섭없이 정관자치주의로 운영돼야 하는게 원칙이다. 우리에겐 이에 거스르는 역사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간 개혁의 과정들도 모두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조합 자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문제을 안고 살아가는 형태이다. 사업구조보다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방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우리의 농협개혁 방향은‘농산물 판매 활성화’에 두고 있다. 즉 경제활성화를 통한 이용자들의 발전이 지표가 돼 왔다. 여러 핵심과제를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직 사업구조에 대한 개선도 안됐다는 지적이 많다. 왜 지배구조 집중인가. 또 지배구조를 바꾼다면 어떤 내용이 돼야 하는가.

- 사업구조 개편의 화두는,‘경제사업을 안하더라’‘조합원들이 생산농산물을 맡기면 가격을 못맞추더라’등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협동조합이 거대·복잡하고 최첨단 장비와 경영기법의 대기업으로 변해 갈수록 이를 통제하는 조합원의 지식과 경영역량은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이는 자칫 ‘직원을 위한 직원의 조합’으로 변할 우려를 안고 있고, 실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운영을 제대로 감시·감독·평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중앙회장이나 조합장 1인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사회. 지금도 각 지역조합이나 중앙회는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등이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 회장·조합장 선거제에 문제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협동조합들은 지역·품목 예외없이 이사만 뽑는다. 이들이 조합원의 대표가 되고, 이사들이 모여 이해상충 부분을 조정하는 역할의 의장내지 대표이사를 선출한다. 대외적으로 공식 대표 역할도 한다.


다시 말해서 조합원이 모두 경영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사를 뽑아 책임을 대신하게 하고, 이들 이사들이 모인 이사회가 경영책임을 전담하는 것이다. 회장이나 조합장은 이사회 규정을 통해 선출하고, 전문 경영이 필요할 땐, 전문경영인을 둔다.


전문경영이사회를 따로 둘 수도 있고,‘주인들’이사회, 감독이사회 등을 꾸릴 수 있다. 선거제에서 얻은 권한이 조합 경영 전반에 걸쳐 행사되고, 1인1표주의의 협동조합 원칙에 반하는 ‘1인 무한권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통상 협동조합의 민주주의는 직접선거로 알고 있다.‘내 손으로 직접 뽑는 조합장·회장’이 맞는 것 아닌가.

- 오해다. 협동조합의 민주주의는 이용자인 조합원이 조합 경영·통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조합장이나 회장을 선거를 통해 뽑게 되면, 이후 모든 경영권을 승계하는 형태가 된다. 조합원의 뜻이 아닌, 회장·조합장의 권한으로 조합이 운영된다.


협동조합에서 회장이나 조합장은‘심부름꾼’이다. 이사회 지침규정 중 아주 하위규정에 선출규정을 둬도 무방하다.


과거 1988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동네 이장부터 대통령까지 내손으로’라는 강렬한 슬로건이 있었다. 농협의 조합장·회장 또한 이때부터 선거제를 통해 뽑게 됐다. 불행하게 농업협동조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또한 이를 알더라도, 민주화 물결에 협동조합 논리는 아무런 힘도 없던 때였다. 조합장과 회장은 더욱 강력한 권한의 감투를 얻게 됐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 심플하다. 조합원이 이사 선출을 제대로 하면된다. 회장과 조합장은 이사회에서 뽑는게, 일반화 돼야 한다. 유럽의 협동조합을 보면, 이사회 체제에서 이사장(조합장·회장)은 돌아가면서 분기별로 하는데도 있다. 10년, 20년 동안 그 일만 하는 조합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굳이 역할을 매기자면 전무 역할쯤 될 것이다. 협동조합의 참여는 사회계약이다. 시민사회를 지향하면서 사회계약은 신성시돼야 한다. 이용자의 의무와 책임,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경제사업 구도가 지원이나 연대가 아닌 경쟁체제인 것이 많다. 이문제 또한 이사회 해결 요법인가.

- 그렇다. 중앙회의 기업체 운영 또한 회원조합 이사진들의 회의에서 의결, 운영된다. 협동조합의 원리 중에 지방분권의 원리, 자치행정의 원리와 맥을 같이하는게 있다.


‘지자체가 할수 있는 것은 상위기구가 개입하지 마라’‘지자체가 못하면 상위기구가 해줘라’‘지자체가 힘이 생기면, 해주던 것을 넘겨줘라’. 이런 논리대로만 따라가면 경합논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경계선상에 접근하면, 기준이 모호한게 현실이다.  그러나 더욱 가깝게 접근해보면, 근거자료를 통해 선을 긋고, 충분히 이사회에서 판단·의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축협들의 배합사료공장 운영이 그렇다. 경합이 필요한 지역, 조합 영역을 침범한 사례 등을 명확히 구분해 따지면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포스트코로나시대다. 사회의 모든 스펙트럼이 변하고 있다. 농협의 시대적 변화는 어떻게 예측이 가능한가.

-10년내 굳이 인위적 농협 구조조정이 아니더라도, 조합원 40%이상 은퇴한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조합원 출자금,  즉 자본금이 없어진다. 비농업인과 비조합원을 아우르는 종합조합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농협은 기업체이다. 지역조합은 지속되는 신용사업 중심의 틀이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다. 같은지역에 중복 포화 상태인 신용섹터가 조심스럽다.


코로나19사태의 지속이 불러올 경기침체, 대출규제가 강해지는 부동산정책 등의 영향으로 금융위기를 맞을 경우, 대단한 판도변화가 예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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