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로 닫았던 문 다시 연 가축시장

 

지난 12일 경북 상주시 문필로에 위치한 상주축협 가축시장.
가축시장 입구에는 아침부터 개장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소들을 실은 트럭과 출하장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 출하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는 송아지와 출하장 사람들 간 힘겨루기가 팽팽했다. 한켠에서 낯선 출하장과 많은 인파에 놀란 소가 난리를 피우다가 뿔이 부서져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아찔한 순간도 펼쳐졌다.


아수라장 같았던 출하장이 송아지와 큰소로 분리되어 정리됐다. 출하장 내부가 정리되자 출하장 대기소에 기다리고 있던 경매사와 입찰자들이 들어섰다. 이들 모두는 마스크와 방역복을 착용하고 나서야 경매장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차량 소독과 손 소독, 체온 확인은 필수 사항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역체제로 전환 된 이후 다시 문을 연 상주가축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활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연이어 쏟아져 나오는 ‘낙찰’ 결과에 한우농가들 안도

오전 10시, 경매가 시작되자 입찰자는 경매가 시작되는 송아지와 큰 소 앞에 서서 외관을 살펴보고 손에 쥐고 있던 응찰기에 입찰가격을 누르기 시작했다. 경매장 스피커와 전광판에는 경매결과가 쉴 틈 없이 흘러나왔다. 경매사와 입찰자는 경매에 붙여진 소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찰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상주가축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을 염두해 상주지역에서 사육되는 소와 송아지만을 대상으로 경매를 진행했다.


경매장에서 번식우를 구매한 임수동씨(70·구미)는“지난주에도 비육우를 사기 위해 가축시장을 찾았는데 그때는 장사꾼들이 적어 오늘보다 활기가 없었다”며“오늘은 출장한 소들도 많고 입찰자도 많아 예전의 가축시장 모습을 회복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경매시장에 출장한 한우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마지막 일반우 경매시장보다 60마리가 증가했다.


오영락 상주축산농협경제상무는“재개장을 한 이후로 상주지역에서 출장하는 한우 두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면서“처음 재개장 했을 때는 낙찰가격이 낮았는데 경매시장이 회를 거듭할수록 예전 가격까지 회복했다”라고 말했다.

 

 

우려했던 산지가격 큰 폭 하락 없어

이날 경매장에서는 암송아지 66마리, 숫송아지 94마리, 번식우 79마리 총 239마리가 거래됐다. 송아지 평균 거래가격은 암송아지 325만 원, 숫송아지 423만 원, 번식우 494만 원으로 최고가는 암송아지 525만 원, 숫송아지 536만 원, 번식우 825만 원을 기록했다.


상주축산농협 중개인 정영섭씨(58)는 “지난달 14일 폐쇄됐던 가축시장이 재개장을 했을 때 거래된 소는 160여 마리였는데 경매시장이 진행될수록 출장하는 소가 200마리를 넘어섰다”면서“코로나19 여파로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산지가격은 큰 변동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가축시장 내 계류장에는 빈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우로 가득 차 있었다. 상주축산농협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경매시장에 출장된 한우 마릿 수는 250~300마리 수준이었다. 이날 상주축산농협 경매장에 출장한 마릿 수가 239 마리인 걸로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마릿수를 거의 회복한 것을 알 수 있다.


의성에서 번식우를 팔기 위해 가축경매시장을 찾은 농장주는 “오늘 출장한 한우의 개월 수가 많아 낙찰가가 낮게 형성되긴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큰암소 평균가격 900만 원 이상 형성
암송아지 300만 원 이상, 숫송아지 350만 원 이상

농협축산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상주가축시장이 열린 날 전국에서 11개의 가축시장이 개장했다. 이날 송아지 거래량이 많은 곳은 함평가축시장으로 110마리가 거래됐다. 가격 또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평균산지가격 430만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주 가축경매 평균산지가격보다 40만 원이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가축시장의 가격등락 폭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축시장이 폐쇄되기 전과 비교해 약간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6~7개월령 암송아지 평균산지가격은 290~320만 원, 숫송아지 370~400만 원, 큰소 800~9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날 전국 가축시장에서 거래된 평균산지가격은 6~7개월령 암송아지 300~350만 원, 숫송아지는 350~420만 원, 큰소 900~1,000만 원까지 가격이 형성됐다.


구미시 도개면에서 한우 700여 두를 키우고 있는 김규승(60)씨는“코로나19 사태 이전 산지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600㎏이 넘는 번식우 가격이 1,000만 원에 근접하고 6~7개월령 숫송아지 가격도 400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어 한우 가격대가 최고점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상당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50마리 이하 농가에서는 이번 기회에 한우 출장을 서두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우 마리 수는 계속 증가… 가격도 좋아

GSnJ 인스티튜드가 지난 13일 발표한 한우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우 마릿수 증가가 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소비가 감소하고 한우 중심의 가정 내 소비가 하고 있는 것.


또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로 도축두수가 줄어 수입 소고기 물량이 줄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공급 감소와 소비증가로 공급물량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하자 한우 가격은 올랐다고 덩달아 4월 암송아지는 333만 원, 숫송아지는 422만 원으로 상승했다.


송아지 가격은 2015년 초 이후 전년 동기보다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져 가격이 전년보다 소폭 낮았던 작년 4월과 9월을 제외하면, 동월 가격으로는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송아지 가격이 오르자 가임암소 마릿수도 증가했다. 지난 3월 암소 마릿수는 196만 4천 두로 작년 동월 187만 7천 두보다 4.6%가 늘어났다.


암소 마릿수가 증가함에 따라 번식기반이 확장됐다. 이에 송아지 생산두수는 2016년 2분기부터 매해 증가하여 2017년에는 전년 대비 5.8%, 2018년은 14.7%, 2019년에는 5.2%,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14%나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번식의향은 한우 수요증가로 도매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송아지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GSnJ 인스티튜드는 한우 총사육두수는 올해 3월 304만 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내다 봤다.


이에 관련한 구미선산 가축시장의 한 중개인은“실제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과반수가 송아지를 임신한 암소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지금과 같이 송아지와 임신우 가격이 높다면 한우농가의 번식의향은 지속될 것이고 한우 전체 마릿수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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