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린 ‘식용란수집판매업’

 

현실과 동떨어진 식용란선별포장업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계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대한양계협회는 오는 25일 식용란선별포장업 시행과 관련해 계도기간 연장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살충제 검출 등 부적합 계란 유통 등으로 계란의 위생관리와 체계적이고 안전한 유통을 강화할 목적으로 신설돼 선별·세척·검란·살균·포장 등 위생적인 처리방안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관리차원에서 효율성을 기하고 유통구조개선을 도모코자 지역별(광역단위)로 대형 선별포장업장을 건립하기 위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으나 현재까지도 완료되지 못한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양계협회는 광역 EPC 추진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에서 식용란선별포장업의 본래 목적 달성은 어렵다고 꼬집었다.


전국 광역 EPC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 형태의 집하장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부 추진 중에 있으나 1일생산량 대비 처리할 수 있는 계란유통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 업체의 경우 증축을 조건으로 지원을 받아 현대화시설로 추진 중에 있으나 처리용량이 적어 대형 EPC  부재를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다. 


또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지만 농가들은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저난가로 식용란선별포장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가운데 장기간 계란 산지가격은 생산비(통계청)이하로 형성돼 농가의 자금부담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용란선별포장업의 농장 내부 및 외부 설치 시 초기 투자비용이 최소 150∼280백만원이 소요될 것이란 주장이다.


여기다 지자체 허가 문제나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선별포장업 장비가 유럽산에 의존하고 있으나 코로나 여파로 교역에 차질을 빚으면서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자금력이 있더라도 장비가 언제 공급될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현재 허가받은 식용란선별포장업장 개수를 고려하더라도 최소 60%의 농가는 법이 시행될 경우 계란판매가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한다.
농가수 대비 선별포장업장 허가업체 중 경기도가 32%의 많은 수를 차지하고 강원도의 경우 6.4%로 최저로 나타난 가운데 일부지역(강원, 충남북, 전북)의 경우 외부 선별포장업체수가 적어 농가의 계란판매 어려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는 농장 내 식용란선별포장업장에서도 외부계란을 취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방역 목적으로 농장 내부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의 경우 외부계란 반입·취급이 사실상 불가능해 취급이 어렵다는 것이 양계협회측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식용란수집판매업자의 재포장 관련 HACCP 인증업체 미비도 문제점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식용란수집판매업자는 안전관리인증업소로 인증을 받은 경우 계란을 재포장해 판매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국내 식용란수집판매업체는 약 3,000개소로, 이중 농장을 제외한 식용란수집판매업자가 안전관리인증(HACCP)를 받은 업체는 235개소(전체의 10.7%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식용란선별포장업장에서 포장된 계란을 재포장해야 하는 식용란수집판매업 영업자가 안전관리인증을 받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식용란선별포장업 운영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식용란선별포장업 시설 중 파각기의 기준은 현재 식용란선별포장업자가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업체의 파각기 설정기준에 따라 파각율이 업체별로 달라질 수 있어 큰 혼란이 예상돼 이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양계협회 이홍재 회장은 “법을 시행할 경우 시행 가능한 구조(식용란선별포장업장)가 갖춰져야 하지만 현 상황으로 법을 시행하기에는 벅찬게 현실이다”면서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이 충분히 설치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지역별 선별포장업 허가사항 등을 고려하고 광역EPC 및 농장 공동선별포장업장 추진 등 농가의 피해가 없을 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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