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중단에 판로도 없어

정부·지자체, 지원 대책 마련

군포시 소재 시설하우스에서 정명례씨(64)가 급식센터로 출하하지 못한 오이밭을 손질하고 있다.

 

 

개학연기에 급식재료 생산 농가 시름 앓아

“손이 많이 가는 친환경 농업을 시작하고 친환경 인증을 받아 학교급식지원센터에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했지만 개학이 연기되면서 수확한 농작물을 출하하지 못해 많이 답답하다.”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정명례(64)씨의 농가는 시설 하우스에서 오이, 상추 케일, 토마토, 참외 등의 친환경 농사를 짓고 학교급식지원센터로 농산물을 출하한다. 급식지원센터로 보내지는 친환경농산물들은 모두 계획에 맞춰 재배되고 출하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학교급식지원센터로만 보낸다.


하지만 하나뿐인 판로가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장기화 되면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멈춰 농작물의 출하가 막혔다. 정씨는“친환경 농법으로 농사 짓는 것은 일반농산물과 달리 손이 많이 간다. 애지중지해서 키운 농산물의 판로가 없어져 버렸다”라고 하소연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로 보내지는 친환경농산물들은 지난해에 출하된 물량을 기반으로 센터와 계약을 해 납품하게 된다. 계약을 통해 재배되다 보니 판로는 센터 말고는 없는 상황이다. 
정씨에 따르면 개학이 연기되면서 판로를 찾기 위해 지역친환경농가단체의 도움을 받아 지역로컬푸드직매장에 수확한 오이를 내보지만 이마저도 좋지 못하다. 코로나19로 지역로컬푸드직매장에서 오이를 사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청주에서 친환경 배농사를 짓는 허협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학교 개학일이 또 미뤄져 지난해에 수확한 배가 학교급식센터에 납품하지도 못한 채 저온창고에서 썩어 나가게 생겼다”라며 “친환경 농법을 통해 생산해 미국까지 수출할 정도로 인정받은 배인데 팔지도 못하니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최대 피해 지역인 경북 경산시의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중·고, 유치원 118개교에 거봉, 샤인머스켓, 청포도, 천도복숭아 등 친환경농산물을 올해도 비슷한 품목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4월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지원센터의 운영은 멈추게 되었다.


급식지원센터 관계자는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으로 납품되던 친환경농산물 공급도 자연스럽게 끊겼다”라고 말했다.

 

정부·지자체 농가 돕기 위해 나서

경기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도내 26개 친환경 학교급식 출하회의 피해예상액은 3월은 24억원(441t), 4월에는 20억원(465t)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 등은 친환경 급식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만들어 지난 12일에 판매했다. 판매한 결과 7,200세트가 2시간 만에 완판됐다.


또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 23일부터는 1차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완판한 뒤 농산물 꾸러미 1만 5,000상자를 준비해 지난 23일부터 경기농특산물 온라인 장터인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마켓경기’(https://smartstore.naver.com/dndnsang)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경기도의 이같은 지원 대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다른 지역로컬푸드학교급식센터도 지역 계약농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충청남도로컬푸드학교급식센터는 대형마트와 연계한 친환경 농산물 소비촉진계획을 마련해 친환경 농가를 지원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에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판매를 통해 친환경 농가를 돕기 시작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도 이와 관련된 지원책을 마련했다. 전국의 약 1만 명의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친환경농산물로 구성된 꾸러미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농식품부는 각 지역 지자체에서 물량신청을 받아 지자체별 구호물품 공급체계를 통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코로나19로 국가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 생산농가. 유통업체 등이 협력하면 어려움을 잘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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