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안법 처벌규정 ‘엄중’… 가중처벌 및 수사기관 고발 등

서울시공사 “검토 필요”… 법학자 “유사사례 준해 처분 가능”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출하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불법전대가 지적된다. 불법전대는 공공재산인 도매시장 내의 허가받은 시설물(동반되는 영업권 등)을 타인에게 재임대하여 부당이득(월세 등)을 챙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이하 농안법)에서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불법전대는 농산물 유통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블랙머니가 되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도매시장의 공신력과 신뢰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불법전대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전대를 처벌할 수 있는 매우 엄격한 농안법 규정이 있음에도, ‘시설물 사용기준 위반’이라는 표면적인 사안에 치중하면서, 불법전대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앞에 관련규정 자체를 무색케 했다. 이에 본지는 농안법 관련규정을 제시하며 “‘왜 적용하지 않았는지?”를 질의했다. 그러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시장도매인 불법전대 ‘솜방망이 처벌’ 안일한 대처 ‘논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를 처음으로 적발(행정처분)한 것은 지난 2018년 12월이다. 이 때 처음으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가 확인됐고, 7곳의 시장도매인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이 52곳인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수의 시장도매인이 불법전대에 나섰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에 대해 농안법 ‘제74조(거래질서의 유지)’ ①항 위반을 적용했다. 해당 조항은 “도매시장 개설자가 정하여 고시하는 시설물의 사용기준 위반”과 관련된 내용이며, 이에 따른 행정처분은 ‘1차 경고’다. 도매시장의 행정처분에서  ‘경고’의 의미는 크지 않다. 따로 벌칙을 주지 않고, “조심해”라고 하는 정도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에 대한 행정처분이 ‘경고’에 그친 이유에 대해 “입법미비”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를 처벌하기 위한 처분기준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 관련 내용을 지난 2월 21일에 본사에 보고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입법미비”와 “형평성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중도매인의 불법전대에 대해서도 농안법 ‘제74조(거래질서의 유지)’ ①항 위반을 적용했고, 행정처분은 ‘1차 업무정지 3개월’이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의 불법전대에 대해 적용하는 농안법 ‘제74조(거래질서의 유지)’ ①항은 중도매인에 대해서만 처벌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농안법, 불법전대 매우 엄격히 처벌가능 개설자 의지에 달려

농안법은 중도매인의 불법전대를 엄중히 다루고 있다. 농안법 ‘제25조(중도매업의 허가)’ ⑤항 2호는 “(중도매인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중도매업을 하게 하거나 그 허가증을 빌려주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또는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또한 농안법 시행규칙이 정하고 있는 ‘위반행위별 처분기준’에 따르면 ‘1차 3개월 업무정지’와 ‘2차 허가취소’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중도매인 불법전대의 행정처분에 적용하고 있는 농안법 ‘제74조(거래질서의 유지)’ ①항과 같은 처분기준이다. 일반적으로 위반사유가 둘 이상일 때 처분기준이 같다면 가중사유가 된다.
그러나 중도매인 불법전대는 단순히 점포 일부를 재임대하는 행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불법전대를 통해 도매시장에서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중도매업을 하게 하는 불법영업권이 전제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불법전대를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규정도 매우 엄격하다. 농안법 ‘제86조(벌칙)’ 3호는 “허가받지 않고 중도매인의 업무를 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장도매인 불법전대,  유사사례에 준하여 처분 가능”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미비하다면서 적발된 7곳 모두에 대해 ‘경고’ 처분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그러나 이번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출하대금 미지급 사태에서는 농안법 ‘제41조(출하자에 대한 대금결제)’ ①항(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은 매수하거나 위탁받은 농수산물이 매매되었을 때에는 그 대금의 전부를 출하자에게 즉시 결제하여야 한다)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해당 시장도매인은 ‘1차 업무정비 15일’, ‘2차 업무정지 2개월’, ‘3차 업무정지 3개월’에 처해진다.


또한 농안법 ‘제89조(양벌규정)’에 따르면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제86조 및 제88조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도매인으로부터 불법전대를 받았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 의뢰했어야 했다. 농안법 ‘제86조(벌칙)’ 6호는 “지정받지 않고 시장도매인의 업무를 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대학교 법학과 박신욱 교수는 “위반행위가 둘 이상일 경우에는 무거운 처분기준을 적용하며, 둘 이상의 처분기준이 모두 업무정지인 경우에는 그 중 무거운 처분기준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면서 “특히 명시되지 않은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가장 유사한 사례에 준하여 처분한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중도매인의 불법전대를 처벌하는 농안법 규정에 따라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를 처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불법전대 해결없이 반복되는 대책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수차례 불법전대에 대한 관리부실 논란을 지적받은 바 있다. 지난 2017년 가락시장의 중도매인 불법전대 문제가 지상파 뉴스에 보도되었고, 본지의 긴급인터뷰(2017.12월 1일 보도. ‘불법전대 공익제보 중도매인 A씨’) 등에 따라 중도매인 불법전대 특별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공익제보자는 중도매인 점포 배치도를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중앙청과 4번 골목 12명, 3번 골목 4명 등...”, “중앙청과에만 42명의 불법전대 세입자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중앙청과 과일부류 중도매인 12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적발된 불법전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법전대 논란이 지속됐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불공정거래 신고센터’ 운영과 ‘불법거래 신고 핫라인’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불법전대 관련 신고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 자체가 생색내기용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불법전대를 직접 입증해서 신고하도록 했으며, 그나마 대부분의 가락시장 종사자들은 신고센터가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한편 지난 3월 24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매시장 관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철저한 사실 확인 및 조사를 통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출하대금 미지급 사례 조사, 불법 전대 실태 조사, 송품장 신고 감독 강화’ 등 즉각적인 대책은 물론, ‘송품장 등록 내역 출하자 문자 전송, 출하자 전자송품장 입력 시스템 구축’ 등 중장기적 대책 또한 철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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