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프리(gluten-free) 식품시장 호령

 

 

지난 2019년 8월 '우리밀 육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쌀 다음가는 제2의 주식으로 자리잡은 밀 산업을 안정적,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밀 산업 부흥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이다.
그러나 밀산업의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밀 연구팀이 꾸려진지도 이제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여전히 우리밀의 국내 자급률은 2%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밀 산업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신품종이 개발됐으니 그 주인공이 바로 ‘오프리’이다. 농촌진흥청이 전북대학교와 미국농무성(USDA-ARS)과의 협업으로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O)이 아닌 인공교배로 알러지 유발 물질이 제거된 ‘오프리’를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오프리'라는 이름은 '오메가-5-글리아딘'(오) 성분이 없다(프리.Free)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글루텐-프리 식품시장 성장세 가파르다

글루텐-프리(gluten-free) 식품 마켓이 오는 2023년에 이르면 64억7,000만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16년 38억8,000만 달러 규모에 도달했던 이 시장이 2018년 44억8,000만 달러를 거쳐 앞으로 연평균 7.6%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장 확대는 글루텐이 만성 소화장애(즉, 셀리악병)와 글루텐 관련 알레르기의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식품·건강산업계의 주요 관심사안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세계 각국에서 만성 소화장애 환자들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2%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문제는 차후 15년여 동안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밀에서 주로 나타나는 알러지병(셀리악병)은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러지 질환으로, 장내의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에 대한 과민반응이 일어남으로써 나타나는 증세이다.
이 증상은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고 발병률은 0.5∼1% 정도로 추정되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무엇보다 셀리악병은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사람이 주로 병에 걸리는 특성이 있는데 셀리악병 환자의 95%는‘HLA-DQ2’유전자를 갖고 있다. 백인의 30∼40%는‘HLA-DQ2’유전자를 갖지만 동양인·흑인은 극히 적다. 이 증상은 설사, 체중감소, 복부팽만, 피부 발진, 빈혈 등이 주로 발생한다.


밀을 주로 섭취하는 서양인의 5%가 셀리악병 환자이며 90%가 음식 알러지를 가져 글루텐 프리 식품에 관심이 매우 높다. 유럽연합(EU)은 글루텐 무(無)함유에서 20ppm까지, 저(低) 글루텐 식품은 20∼100ppm으로 규정하고 있다.

 

글루텐-프리 식품시장 도전장

헌국도 글루텐-프리(gluten-free) 식품시장에 도전장을 던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O)이 아닌 인공교배로 알러지 유발 물질이 제거된 ‘오프리’를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것이다.


‘오프리(O-free)’는 국내 품종 ‘금강’과 ‘올그루’를 인공교배한 품종으로, 알러지를 일으키는 물질 중 하나인 ‘오메가-5-글리아딘’을 비롯해 셀리악병의 원인이 되는 ‘저분자 글루테닌’과 ‘감마글리아딘’, ‘알파 아밀라아제 인히비터’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글루텐-프리(gluten-free) 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가운데 ‘오프리’는 국내외에서 큰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단백질 분석과 혈청 반응 실험 결과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빵이나 쿠키 등으로 만들었을 때 가공 적성 또한 일반 밀과의 차이가 없었다.
그동안 밀 알러지 환자들을 위해 알러지 유발 물질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킨 식품들이 개발 및 이용돼 왔으나 유전자 변형 또는 물리·화학적인 제거 방법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Non-GMO 밀 ‘오프리’는 해외 시장 진출 및 수출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에 특허권으로 보호를 받는 ‘오프리’는 일반 밀과의 혼입 방지를 위해 특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약재배를 통해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 농진청은 ‘오프리’를 자체 증식 중에 있으며 생산자단체, 밀가루 가공 업계와 연계해 재배 단지를 조성하고, 밀가루 생산을 위한 안정적인 원료곡 확보에 노력할 계획이다.

 

 

‘오프리’ 특허가치 높게 평가 받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밀 알러지 경감용 밀 계통 ‘오프리’의 특허기술 평가를 통해 밀 알러지를 경감시킬 수 있는 밀 품종, 밀가루 및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방법은 현재 국내·외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글루텐 프리 식품에 적합한 기술로서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우수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번 기술이 독창성을 갖고 있어 기존 품종과는 차별화된 밀, 밀가루, 가공식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시장성이 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돼 개별국 진입을 요청한 미국, 유럽 및 중국에 대한 권리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들에 원천 기술 및 종자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밀 품종의 수요 다양화를 통한 국내밀 재배면적 확보 ▲밀 산업의 지속적 발전 ▲국제적 밀 품종 개발기술의 선점 등 수출용 종자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기술로 국·내외적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했다.

 

 

 

미니 인터뷰 - 이종렬 박사

글루텐 프리 식품시장 선점할 품종개발 박차

“흔히들 외국 사람에게 나타나는 셀리악병을 개선키 위한 품종연구가 옳은 처사냐는 지적도 받았지만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밀 가공제품을 구매 또는 섭취하지 않은 이유로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어서’라는 답변이 9.9%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님을 입증하는 결과이다.”


‘오프리’ 품종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이종렬 박사는 “‘오프리’ 연구 목적은 첫째 밀 가공제품이 좀더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고 둘째는 수입 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차별화된 품종 개발을 통한 부가가치가 향상된 제품을 개발하는데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은 약 12조원 규모로, ‘오프리’는 알러지 저감 밀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크게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연구진의 노력으로 개발된 ‘오프리’는 글루텐프리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오프리’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주요 밀 생산국 및 수입국인 미국, 중국과 유럽에 국제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이 박사는 “‘오프리’는 유전자변환(GMO)이 아닌 인공교배에 의한 알러지 유발 단백질의 일부가 세계 최초의 성과로 그 가치를 국내외에 선점하고 보호받기 위해 식물특허로 진행됐다”면서 “또한 재배 도중이나 수확 후 유통·가공 과정 중에 일반 밀과 섞여 신뢰성을 잃을 수 있어 일반 품종보다 특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다만 ‘오프리’는 수량성이 다소 낮고 일부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낮은 단점이 있어 농가의 소득향상과 안정적 원료 공급을 위해 ‘오프리’와 같이 알러지 유발 물질이 없으면서 수량성 등 농업적 특성이 우수한 품종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이 박사는 “알러지 저감 밀 ‘오프리’에 대한 균일한 품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재배매뉴얼 개발과 산업체와 연계해 해외 수출용 환자식이나 영유아식에 맞는 가공제품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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