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차를 마주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빨갛고 투명한 빛깔에 먼저 눈이 즐겁고 한 모금 머금으면 오묘한 맛에 입이 즐겁다. 목으로 슬쩍 삼키면 기관지가 확 뚫리는 느낌에 몸이 가뿐해진다. 그래서 목을 많이 쓰는 가수나 강연자 중에 오미자 애호가가 특히 많다.


오미자(五味子)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가지 맛이 난다. 주로 과육에서는 달고 신맛이 느껴지고, 씨에는 쓴맛과 매운맛 성분이 들어있다. 짠맛은 줄기나 잎에 있다. 음양오행철학에서 오미(五味) 중 신맛은 간장, 쓴맛은 심장, 단맛은 비장, 매운맛은 폐, 짠맛은 신장의 기운을 보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그 효능이 신체 전반에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 ‘향약집성방’을 보면, 오미자는 기침병과 천식에 좋고, 갈증을 풀어주며 간장을 보호하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을 치료하는 데 이용한다고 한다. ‘동의보감’ ‘잡병편’에서는 옹저에 대한 오미자의 효능이 기록되어 있다. 옹저란 몸에 생긴 종기를 의미하는데, ‘동의보감’ ‘옹저문’에 옹저로 인한 심한 갈증에 오미자탕을 쓰고 담(痰), 붓고 아픈 것이 심해질 때 오미자가 들어간 약재를 이용하라고 적어 놓았다. 또 오미자는 생약원료로 한방에서는 거담자양강장제로 이용되었다. 중국 당나라 때 의학서인 ‘천금방’에는 남성의 활력이 부족할 때 오미자를 갈아 술에 타서 백일 동안 마시면 백전백승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현대에 들어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오미자에 항산화작용, 항염증, 항균, 간 보호, 혈압강하, 항노화, 주름 개선 등 맛만큼 다양한 효과가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는 오미자에 함유된 쉬잔드린과 고미신 A와 N 등 리그난 화합물, 정유와 안토시아닌 색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특히 쉬잔드린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어 체내의 호르몬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갱년기 여성의 건강 개선 효능이 입증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도 인정받았다.


농촌진흥청은 오미자에서 총 27종의 리그난 화합물을 분리한 후 정리하였다. 오미자 속 리그난의 총 함량은 건조분말 100g당 평균 2,011mg으로 분석되었다. 또 과실뿐만 아니라 씨도 항염증, 혈행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서양에서도 오미자를 가공한 항산화제, 항염증제, 간장 보호제를 비롯해 항피부노화, 기억력 증진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오미자는 오랜 시간 식품이나 약재로 이용되어서 저장을 위한 건조는 물론 다양한 발효·가공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식초, 주류 등 발효식품과 기능성 음료 등이 활발히 생산되고 있어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으며, 집에서도 오미자 발효액을 만들어 차, 제과·제빵, 볶음, 소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환절기인 요즘, 오미자차를 추천한다. 다섯 가지 오묘한 맛에서 우러나는 효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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