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유예됐지만 기준 맞추려면 시간·비용 더 필요해”

평택시 소재 젖소 사육 농가의 분뇨 저장 퇴비사. 1천5백평이 넘는 퇴비사가 비닐하우스 형태로 지어져 있어서 앞으로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시행되면 퇴비사를 새로 지어야 한다. 시멘트와 벽돌로 바닥공사와 벽을 세우고 지붕도 씌워야 해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분뇨 자원화 촉진을 통해 자연순환 농업 활성화와 수질, 토양 등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깨끗한 축산환경조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에 따라 논과 밭에 퇴비를 살포하려면 퇴비부숙도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부숙도 관련 매뉴얼과 영상을 만들어 지역자치단체와 농·축협 관계자를 대상으로 홍보와 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달 25일로 예정된 시행일에 이르러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축산농가와 축산단체의 지적이 잇따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축산농가와 축산단체는 유예기간이 2~3년정도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숙도검사 준비에 어려움 많아…”

“기존에는 바로 들에다 뿌리면 됐는데 앞으로는 부숙 정도를 검사 받고 나서 뿌려야 한다. 시행일에 맞춰 이걸 준비하긴 시간이 많이 촉박하다. 게다가 건축법이나 조례를 생각해서 퇴비사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참 난감하다.”


화성시 송산면에서 한우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방준환씨(62)는 500평 규모의 축사를 직접 관리 하고 있다. 올해 24년 된 한우 전문가이지만 시행일을 앞둔 퇴비부숙도검사는 그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의 한 한우농가는 “얼마 전까지 미허가 축사 적법화로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면서 “이제는 퇴비부숙도 검사 때문에 부족한 퇴비사를 늘려야 하는데 축사 건폐율 기준안에서 퇴비사를 어떻게 확충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축산농가들은 이달 25일에 시행되는 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에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 기존에는 가축분뇨를 빈공터에 두엄을 만들어 저장하고 오염수가 방출되지 않도록만 하면 됐다.
 하지만 퇴비부숙도검사를 준비하면서 축산농가들은 건폐율에 맞게 퇴비사 공간을 마련해야 돼 비용문제와 함께 장소를 물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부숙도 검사 정책 시행준비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퇴비사 확충에 비용·건축면적 제한 부담

농식품부에 따르면 퇴비부숙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퇴비사 확보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퇴비사와 저장소 확보하려면 큰 비용이 필요하다. 각 축산농가가 처한 조건에 따라 필요한 공간만큼 바닥 작업에 들어가는 시멘트 비용과 인력비, 식대과 건설장비 임대비, 건축자재비까지 생각하면 중소규모의 농가에게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여기에 건축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건폐율 문제도 농가를 어렵게 한다.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에 따라 퇴비사를 추가 할 때 기존 축사가 건축법에서 허용하는 축사건폐율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 퇴비사를 추가적으로 지어도 문제가 없지만 건축법에서 허용하는 축사건폐율 최대치에 맞춰 지어진 축사의 경우 추가로 퇴비사를 짓는다면 축사건폐율을 넘기게 되므로 건축법을 위반하게 된다.


따라서 건축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축사 건폐율로는 퇴비사 확보문제를 해결하는게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의 조례개정을 통해서 가능한데 이또한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진행되는 부분이라 중앙정부가 쉽사리 나서긴 힘들다. 다만 조례개정을 위한 법적인 근거는 마련되어 있다. 건축물을 지을 때 따라야하는 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최대 60%까지 축사 건폐율을 늘릴 수 있다고 나와있다.
축사건폐율과 관련해서 한우자조금위원회는 퇴비부숙도관련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한우농가에서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증축하고자 할 경우 축사건폐율 제외를 한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퇴비사 시설 개선·교반장비 준비 오래 걸려 

축산농가의 퇴비사는 단순퇴적방식의 시설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퇴비사의 지붕은 비투과성 재질로 되어있고 퇴비사의 옆면은 막혀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여기에 수분조절제로 가축분뇨의 수분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고 퇴비사나 저장소에 보관한다면 퇴비 부숙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퇴비가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축산농가들은 축산시설의 정비를 위해서 1년의  유예기간은 부족하다고 보고있다.


또한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분뇨를 부숙하는 과정에서 스키드로더, 트랙터 등을 이용하여 뒤집기를 한다. 영세한 농가나 고령의 농가가 몇 천 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스키드로더나 트랙터, 교반장비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분뇨의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퇴비사의 시설 정비와 교반장비 마련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검사기관 부족과 설비기반 미흡

퇴비부숙도검사는 비료시험 연구기관이나 각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가 없는 곳은 도농업기술원에서 일부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퇴비 부숙도 검사를 분석할수 있는 분석기관이 실질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한우자조금위원회의 연구결과에서도 현재 퇴비부숙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분석기관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축산농가가 부숙도 검사를 진행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도 검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축산단체 관계자도 “검사를 시행하는 시·군 농업기술센터도 검사장비를 완벽히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면서 “기관 확충과 측정방법을 개선하여 얼마남지 않은 부숙도검사의 공백을 최소화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유예기간 중 행정처분 문제있어”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계도기간동안 부숙기준에 미달한 퇴비를 살포하거나 부숙도 검사 미실시 등의 위반시에는 행정처분이 유예된다. 단, 계도기간이라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미부숙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해 악취 민원을 2회 이상 유발하거나 무단 퇴비살포로 수질오염을 발생시킨 농가에게는 행정처분이 내려질수 있다.
이에 축산농가들은 계도기간 중에도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계도기간동안 행정처분이 가능하단 말은 결국 계도기간의 의미가 아니라는 얘기라며 정부의 제도시행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 개선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행정처분에 관한 내용을 지적하며 이 조항으로 인해 1년의 계도기간에도 정책안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지난달 21일 농협중앙회 화상회의실에서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시행관련 조치계획 기자간담회에서 계도기간동안 진행할 운영방안과 현장애로사항을 풀기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축산단체와 농가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퇴비부숙도의무화검사로 발생되는 퇴비사·교반장비 마련에 필요한 비용과 건축법 위반문제 등이 농가에 부담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탄력적인 규제 운용과 축산농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각자의 입장이 충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수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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