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어떤 사내가 살고 있었다. 그는 늘 무엇인가 불안해했다. ‘저 하늘이 내 머리 위에서 무너져 내리면 어쩌지?’ 또는‘발밑에 있는 땅이 꺼지면 또 어쩌나?’사내는 근심이 더 심해져 밤에는 잠도 못 자고 낮에는 밥도 못 먹을 지경이었다.‘기우(杞憂)’란 말의 어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쓸데없는 걱정’을 빗대는 말이다.


옛날에는 기우가‘쓸데없는 걱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다. 설마 하는 사이에 많은 사고들이 벌어진다. 갑자기 머리위에서 낙하물이 떨어지거나 도심 한가운데 도로가 갑자기 꺼지는 싱크홀 현상이 있는가 하면, 포항이나 경주 지진처럼 한반도에서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지진발생도 잦아졌다. 기우가 더 이상 기우가 아닌 것 이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사고들은 공공기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만 해도 지역난방공사 열수송관 누수, KTX 강릉선 탈선, 서부발전 청년근로자 사망사고 등 안전관리 미흡으로 인해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몇몇 사고들이 기억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국민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에 있어서, 이러한 가치가 내재화되기 위해서는 경영 및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의 기본적인 안전은 물론 미시적으로는 일상적인 안전과 관련된 근무환경의 작은 부분까지도 ‘기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하고 바꿔야 한다.


최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외부 안전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안전활동 수준평가를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형 장비뿐만 아니라 소소한 소형 장비의 안전운영 매뉴얼 미흡부터 볼트의 잠금표시 미흡까지. 이건 해도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작은 구멍이 큰 구멍이 되어 결국 거대한 댐이 무너진다.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누구라도, 또 소소한 것이라도 절대 소홀할 수 없다.


이 일이 있은 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즉시 간부들은 물론 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이 협의회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경영관리체계와 안전 활동을 연계하기 위한 안전경영방침도 수립하였다. 또한 올해부터는 매월 4일을 ‘안전점검의 날’로 지정하였다. 상시적으로 직원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위험요인을 사전에 발굴하여 직장 내 위험요인을 즉시 제거하고 상시 안전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다. 행복한 일터와 안전한 직장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 업무만족도는 물론 업무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전이란 근본적으로 강제성보다는 자발적인 활동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직원 스스로의 참여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소한의 법적 규제사항만 지키려는 수동적인 자세보다 우리 주변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주도적인 변화가 안전한 직장을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늘 주변을 둘러보면서‘기우’라는 생각을 버리고 주위의 위험요소를 조금씩 제거해 나간다면 더욱 안전한 가정과 직장, 나아가 우리가 꿈꾸는 진짜 안전한 나라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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