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 허가 취소 촉구…오염수, 악취 발생 등 우려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도 지장, 소득감소 불 보듯 해”

면사무소 측, “법적 문제없으면 허가할 수 밖에 없어”

허협씨를 비롯한 마을주민들은 청주시가 축사 신축 허가를 취소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지난 10일 허협씨가 축사를 둘러보며 허가가 취소돼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과수원 꼭대기에 축사를 지으면 소똥냄새 맡으면서, 소똥물로 농사를 지으란 이야긴가? 40년간 여기서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일로 골머리 앓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네요.”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남이면 부용외천3리의 한 과수원. 이 마을 주민들은 3년전부터 축사허가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없이 민원을 내고,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마을에서 가장 높은 상류 보전관리지역에 축사 신축 허가가 났고, 인근 농가들은 악취와 오염수 문제를 우려해 허가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축사 신축 허가를 내준 남이면 역시 뾰족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축사 바로 아래에서 4천여평의 배 농사를 짓고 있는 허협씨는 “몇년 전 마을주민이기도 한 땅 주인이 이곳에 축사를 짓는다고 했고, 마을사람들과 이곳은 안된다고 말렸지만 그 사람은 대리인까지 앞세워 축사를 지었고 결국에는 허가까지 받았다”면서 “면사무소와 구청, 시청 등에 수없이 항의했지만 축사 신축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들을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축사는 허씨 등의 과수원을 거쳐서 올라가야한다. 만약에 축사가 준공되고, 소가 입식된다면 허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악취와 해충에 365일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마을에서부터 축사까지 올라가보니 허씨와 마을주민들의 토지는 축사와 맞닿아 있었다. 축사에는 이미 소 36두 정도를 입식할 수 있는 케이지와 퇴비사가 있었고, 배수관을 매립했다가 파낸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내려오면서는 축사가 있는 산 위쪽에서 물이 흘러내려와 과수원 옆에 고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는 이 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축사 신축공사로 인해 사유지를 통과하고, 배나무를 훼손한 것도 문제로 지목했다.
축사 진입로는 허씨의 문중땅이고, 또 축사 건축주는 이 길을 이용하면서 배나무를 일부 마음대로 베어내는 등 재산권을 침해한 정황도 드러났다.


허씨는 여러 가지 문제를 떠나 배 농장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곳이고, 축사를 통해서 오염원이 발생한다면 농사에도 심각한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함께 축사 주변으로는 전원주택단지가 조성중이고, 양봉농가들이 자리잡고 있는 등 마을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성기운 이장은 “축사가 들어서면 오염된 냄새가 발생하고 비가올 경우 밑으로 물이 흘러들어가 소똥물도 내려올 수 있어 애초부터 그곳에 축사 신축을 원하는 주민들은 없었다”면서 “동네사람들 모두가 반대하는 입장으로 진정서도 넣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행정기관에서는 길이 없어도 허가는 낼 수 있다는 뜻을 전해와 상당히 의아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 박노철씨도 “구청과 면사무소는 축사를 짓는데 정당한 절차대로 진행됐기 때문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쪽으로 답변만 반복할 뿐, 자꾸 이의를 제기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고 씁쓸해 했다.


이에 남이면 관계자는 “행정기관에서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으면 축사 신축 허가를 내 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 축사의 경우 아직 준공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세세히 살펴 규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허협씨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급식납품도 못 나가고 있는 상태이고, 여기다가 앞으로 농사까지 방해를 받는다면 뭘 먹고 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청주시가 우리를 시민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 빨리 축사에 대한 허가취소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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