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농사의 성패는 날씨가 결정짓는다. 제 아무리 뛰어난 농사꾼이라도 ‘하늘이 내린 태풍’, ‘하늘이 내린 가뭄’에는 버틸 재간이 없어 모든 것을 일순간 잃기도 한다. 그래서 선조들은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했다. 풍년이던 흉년이던 농사는 결국 날씨가 짓는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기후변화가 요동치는 세상에서는 농사짓기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상변화를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하고 조금더 일찍 기상정보를 알아낼 수 있어 농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데다 사전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전세계 이상기온에 대비

전 세계가 이상기후 변화에 따른 각종 홍수, 가뭄, 폭염 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에는 많아야 10년에 한번 정도 겪을 집중호우와 폭염이 최근 2~3년 단위로 찾아와 농장, 과수원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상재해로 인한 농업피해 복구비로 농작물 생산피해 금액을 제외하고도 매년 6,700억원 가량을 사용할 정도로 피해규모가 심각한 수준이다.


또 기존 기상청 관측 자료는 농작물 주변의 기상환경을 대표하기에 미흡하고 기상청 예측자료(동네예보 등)는 읍·면내 모든 농장에 동일하게 제공돼 농가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는 우리나라 지형이 복잡해 농장 위치에 따라 기상환경이 다르고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는 작목에 따라 재해를 입는 기상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 지난 2016년 첨단 공간정보기술을 활용한 세계 최초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기술은 농장 상황에 맞는 날씨 현황과 재해정보, 재해위험 발생시 관리대책을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읍·면 단위의 기상청 생황 기상정보와는 다른점이 있는데 바로 ‘농장단위’의 기후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농장 위치에 따라 기상환경이 다르고 작목에 따라 재해를 입는 기상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빈발해 지는 이상기상, 조기경보로 농업피해 줄여 날씨·관리대책 등 휴대전화·인터넷 통해 정보 제공 세계적으로도 농업기상은 식량생산이라는 사회경제의 근간이 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기상과는 별도의 체계로 관리되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기상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해 관리하고 있으며 일본은 농업환경기술연구소에서 전국 850여개 지점의 자료를 이용해 서비스하고 있다.

 

미리 알려주는 조기경보 시스템 농가 호응 커

 

농진청이 지난 2016년 개발한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은 농장별로 날씨·재해정보·관리대책을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제공된다.


이시스템은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기상실황·동네예보·중기예보 등 각종 기상정보를 토대로 해당 농장의 고도, 지형, 도심과의 거리, 지표면 피복상태 등에 맞춰 수정한 상세 기상정보를 제공한다. 또 상세 기상정보를 농장에서 재배 중인 농작물의 품종이나 생육단계에 맞춰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주의·경고·위험 등 상황을 단계별로 알려준다.


재해 정보는 가뭄해·일소해·고온해·동해·상해 등 단기에 피해를 입는 기상재해는 물론 오랜 기간에 걸친 이상기상으로 피해가 나타나는 냉해·일조부족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재해위험 여부를 주의보와 경보로 나눠 최대 9일 전 각 농장에 알려준다. 관리대책 정보는 재해위험발생 시 작물별로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제공된다.


특히 기상정보와 재해정보는 농장의 국지적인 특성과 작물의 생육단계 등을 잘 반영해 예측 정확도가 매우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 시험 결과 아침 기온의 예측값과 실제값의 차이는 평균 0.1℃에 불과해 농장 날씨의 예측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시스템은 현재 섬진강 유역의 하동·구례·광양 일대 시범지역 5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했다. 농장에 제공되는 날씨정보는 기온·강수량·일사량·일조시간·풍속 등이다. 기온은 최대 9일까지, 강수량·일사량·일조시간·풍속은 최대 3일 후까지 예보된다.

 

24개 시·군으로 확대 제공

이 조기경보시스템에 참여한 농업인들은 농업기상재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나 계획적인 농작업 수행이 가능해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비스를 통해 농업인들은 날씨로 인한 재해 피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농작물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섬진강 유역 하동, 구례, 광양 지역이 지리산 자락의 복잡한 지형으로 인해 좁은 지역 내에서도 날씨에 따라 다양한 재해피해가 발생되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농진청은 기상재해 조기경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이들 지역을 최적지로 판단해 우선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서비스 중이다. 앞으로 이들 지역 농가들로부터 만족도 및 요구사항 등의 의견을 수렴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농진청은 농장 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를 지난해 11월부터 24개 시군으로 확대 제공하고 나섰다. 대상 지역 농가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농장기상’, ‘농장재해’, ‘대응조치’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 있는 경우 농장에서 재배 중인 작물의 품종과 생육단계에 맞춰 주의, 경보 등 위험 단계별로 상황을 알려주고 단계별 농가 대응지침도 함께 제공한다.
이번에 서비스가 확대 제공되는 지역은 섬진강 수계의 전북 14개, 전남 8개, 경남 2개 시군 등 24개 지역이다.

 

 

인터뷰-심교문 박사

“기상재해 사전 예방하는 위험관리체계 구축할 터”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생태과 심교문 박사는 “그동안 예방하지 못했던 각종 재해에 농가가 자체적으로 발 빠르게 대처한다면 작물 생산성의 안정은 물론 더 나아가 소비자들 역시 보다 안정적인 가격으로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심 박사는 “농장단위의 날씨 정보와 재해위험 경보를 발령하고 피해의 회피-경감 방안 및 사후 복구정보와 함께 재해위험 여부를 농가에게 개별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농가들의 만족도를 높였다”면서 “앞으로 병해충 발생 예측, 작황 예측 등 이상기상과 변화에 밀접한 새로운 농업정보와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 박사는 또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작물의 재해피해를 약 10% 절감, 연간 2,300억원의 순편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심 박사가 주도한 ‘농업기상재해 발생 조기경보시스템’의 외부 평가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2016년엔 미래부 주관 미래기후변화대응기술 10선(選)에 선정됐고,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공공행정한류 우수사례 26선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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