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농사철 됐는데 손님 끊긴 농약·종묘상

“장사해야 하는데 전염 걱정에 낯선 사람 꺼려”

체험·관광마을 방문객 없어 농산물 판매 나설 판

정부 대책 내놨지만 농업분야 빠져 농민단체 반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공포감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 전반에 소비활동이 위축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가 심각한 지역엔 경제활동 자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농업분야에서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연초부터 피해가 시작된 화훼를 비롯해 축산, 식품 등 농업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화훼의 경우 꽃소비가 급감해 가격폭락으로 이어져 수확자체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났고, 외식부분에서도 소비가 줄어 자영업은 물론 식자재를 공급하는 농가들도 판로를 잃어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대량의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나 경북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전통시장들이 자체 휴장에 들어갔고 전국 최대 규모의 경기 성남의 모란 민속5일장은 지난 달부터 3차례나 연속 휴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나 로컬푸드직매장들은 문을 닫았고 외식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외식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축산업계 경우에는 지역사회 감염을 우려해 가축시장을 휴장하는 등 조치를 취하면서 가축 출하가 지연되는 등 영향으로 일부 가격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양돈업계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손님없는 재래시장엔 상인들 넋두리만 가득

지난 10일 기자가 찾은 오산시내 상설시장 입구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수칙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시장안에 들어서니 간간히 점포 앞을 지나쳐가는 사람만 있을 뿐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 몇몇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 넋두리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들다. 이렇게 장사 안되는 때는 처음이다”라며 “지금도 길게는 이야기를 못 하겠다”고 말문을 닫았다. 오산시는 상설시장은 운영하지만 5일장은 3월 18일까지 임시 휴장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을 나와 근처에 있는 농약·종묘사를 방문했다. 역시 가게안에는 손님은 없고 주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난리에요. 방금 농약업체에서 사람이 왔는데 팜플렛 남겨두고 가라고 했어요.”
37년째 한자리에서 터를 잡고 농약·종묘사를 운영하는 A씨는 속이 타들어 간다. 곧 시작하는 파종시기에 맞춰 준비해 둔 묘종들이 한가득인데 찾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가게를 운영하며 손님과 이야기하고 물건을 파는게 직업인 A씨지만 낯선사람이 다가와 말을 붙이니 피하는 기색이 역역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농사철인데 종묘상에 사람이 없다

A씨는 “보통은 날씨가 완전히 풀려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는 3월 춘분쯤 돼야 묘종과 농약을 사러 오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진작 날씨가 따뜻해졌는데도 묘종을 찾는 사람만 근근이 온다”면서 “육묘장에서 묘종을 대량으로 사와 준비해 놨는데 지금은 썩어나가게 생겼다”라고 말했다.


가게 안에 빼곡히 진열된 농기구를 가리키면서 “저것들은 쇠로 된 것이라 상관없지만 매시간 시들어가는 묘종들을 보면 답답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5월까지 장기화 되면 농약·종묘사는 거의 일년 장사를 망치게 된다고 했다.
3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는 작물을 심고, 병충해를 대비해 농약도 같이 구입하는 시기이기인데 요즘같은 상황이면 일년 ‘대목’을 놓치게 될까 걱정이 크다.

 

체험객 없는 체험마을 장사 나설 판

농촌에서의 체험공간과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체험마을도 열악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대추리 평화마을은 농산물 수확체험이나 전통음식체험, 공방체험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회사워크숍 등 단체이용객이 많이 찾는 장소였다.


하지만 체험객들의 방문이 모두 끊기면서 주민 몇 명을 빼고는 사람 보기가 어려울만큼 마을주변은 한산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 마을에서 체험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윤영진 팀장은 “코로나로 인해 아예 문의조차 없는 상태다. 온다고 해도 다들 걱정을 많이 해서 지금은 교육, 숙박, 연수 등을 모두 중단했다.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체험교육의 특성상 체험 말고는 다른 부수적인 수입원이 없어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윤 팀장은 “코로나가 돌기 시작하면서 2월부터 교육을 중단했는데, 이 상황이 5월 정도에 끝나길 바란다. 이미 올해 전반기 수입은 포기했고 하반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따로 농산물이라도 팔아야 하나 싶어 마을 자체적으로 따로 대책을 모색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화성시에 있는 농촌체험마을 관계자도 “아직까지 우리는 예약을 계속 받고는 있지만 실제로 연락 오는 예약건수는 0이다. 소독도 철저히 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위해 신경 쓰고 있지만 불안한 상황에 누가 오겠는가.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르고, 지금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한탄했다.


2~3월에 딸기수확 체험행사를 해서 부수익을 얻는 화성의 한 체험농가도 “다른 때 같으면 지금 눈코뜰새 없이 바쁠 때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고,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딸기 도매값도 폭락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꽃소비 급감…정부 활성화대책 추진

화훼농가들에 미친 타격도 대단히 크다. 화훼성수기인 졸업식과 입학식에 꽃소비가 집중돼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행사들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꽃소비가 급감한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절화류 경매 금액은 총 1억 5,300여만원으로, 지난해 3억4,500만원 대비 3배가량 감소했다. 한 속당 평균 단가는 2,056원으로 지난해 2,648원 보다 600원가량 떨어졌다.

특히 경매 물량으로 보면 7만4,418개로 지난해 13만336개에 비해 2배 가까이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19 피해가 큰 화훼농가의 회생대책 일환으로 도매시장 ‘출하선도금’ 금리를 기존 1.5%에서 1%로 낮추고, 생산자단체와 연계해 온라인몰, 홈쇼핑등 유통업체와 함께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농식품 수출업체에는 원료구매 자금 지원액을 3,481억 원에서 200억원 증가한 3,681억원을 지원하고, 중국 수출업체에 대해서는 적용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초·중·고 개학 연기로 판로 확보가 어려운 친환경 농가를 위해서는 농협과 생협 유통업체와 함께 소비확대를 위한 행사와 지자체 지역별로 공동구매 캠페인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대책에는 화훼소비, 농식품 수출 분야 등에 대한 부분만 포함돼 있을 뿐 피해가 생기고 있는 농촌체험·관광분야 등 다른 분야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농민은 피해자가 아닌가”

농식품부는 현재 농식품 분야의 피해 상황을 계속해서 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촌체험관광 사업장 운영여부와 매출액 조사, 운영종사자와 방문객 대상으로 예방수칙 교육·홍보, 안전장비 등을 지원해 코로나 피해를 최대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체험마을들은 급감하는 소득피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농업인들은 정부가 마련한 코로나19 사태 대응 추경 예산안에 대한 불만이 크다. 추경 예산 11조7천억원 중에 농업과 농촌, 농민과 관련된 예산이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농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농가비율이 총가구의 5.2%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추경안에는 농업과 농민에 대한 예산은 단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농민은 코로나19의 피해자가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코로나19로 농산물 가격폭락에 따른 생계비 지원 비용과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취약계층 농민에 대한 대책을 비롯해 그에 따른 비용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추가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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