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산업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 마련 ‘신품종 개발’ 에 박차

 

과일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과’. 전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던 사과는 불행하게도 일본 후지 품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촌진흥청에서 일본 품종을 대체할 수 있는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해 현재까지 35개 품종이 개발돼 국산 품종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생종 품종인 ‘홍로’, 추석용 신품종 ‘아리수’, ‘피크닉’과 ‘황옥’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신품종들이다. 대한민국 사과산업 R&D의 중심은 단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소장 박교선)를 꼽을 수 있다.


사과연구소는 사과의 육종·재배·환경 개선을 위해 품종 및 왜성대목 육성, 품질 향상 및 생력화 기술 개발, 친환경 병해충 종합관리체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 사과산업의 최일선에서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과연구소 박교선 소장을 만나 사과산업 R&D의 현재와 미래를 엿들어봤다. 다음은 박교선 소장과 일문일답.

 

 

소장님 반갑습니다. 사과 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사과연구소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원 산하의 사과전담 연구기관으로, 농업기술 개발로 사과 산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키 위해 지난 1991년 사과 주산지인 경북 군위군에 설립됐다. 그동안 35개의 신품종을 육성해 보급 중이며 한국형 저수고 밀식재배시스템과 병해충 방제력 보급, 정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연구직 12명을 포함해 행정직, 공무직, 전문연구원 등 약 70명이 근무하고 있다. 시장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개발 및 보급 확대를 위해 ‘품종개발연구실’, 오믹스 연구를 활용한 수체생리 구명 및 현장 난제에 대응키 위한 ‘유전생육정보연구실’, 친환경 병해충 방제 및 스마트 생산체계 구축 연구를 위한 ‘친환경생산자동화연구실’ 등 3개의 전문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사과연구소에서 개발한 신품종 등 연구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조생종 품종인 ‘홍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추석용 품종으로, 연간 724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감홍’은 재배가 까다로운 단점이 있지만 ‘맛있는 사과’라고 소비자에게 인식되면서 문경, 포항 등의 특산품종으로 자리 잡아 최고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 추석용 신품종 ‘아리수’는 뛰어난 식감과 병해 저항성 등 장점이 많아 묘목 품귀 현상을 초래하면서 급속히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신품종 ‘피크닉’과 ‘황옥’은 소비트렌드에 맞는 중형 크기의 품종으로 맛과 저장성이 뛰어나고 고온기 재배가 쉬워 예천, 김천 등지에 전문재배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탁구공 크기의 소과인 ‘루비에스’는 일본 품종에 비해 월등한 품질과 컵 과실 인기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M. 9’, ‘M. 26’ 등 유럽에서 개발된 왜성대목을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적합하지 않아 농업 현장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과연구소에서는 이들 유럽종 품종에 한반도에 자생하는 야생종을 교배해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에 적합한 한국형 왜성대목 ‘KARI 1’, ‘KARI 2’, ‘KARI 3’ 품종을 2018년도에 육성해 현재 품종 등록 중에 있다.

 

요즘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어 이를 걱정하는 농업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당장 병충해 발생이 우려되고 겨울철 따뜻한 기온으로 개화시기가 앞당겨지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현황은 어떻습니까? 

겨울철이 너무 추워 사과 재배에 부적합하다고 여겨졌던 강원도 영월, 정선, 양구는 같은 기간 재배면적이 51ha에서 343ha로 6배 이상 늘었다. 단 25년 만에 사과재배 주산지가 경북남부에서 경북 북부 산간지대로 옮겨졌으며 이제 강원도 지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병해충 발생 양상도 많이 변화되고 있다. 1990년대 사과원 문제 병해충은 겹무늬썩음병, 심식나방 등 12종이었지만 현재는 탄저병, 노린재 등 18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던 꽃매미충, 미국선녀벌레, 총채벌레가 이미 국내에 유입돼 여러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오리엔탈과실파리 등의 검역 금지병해충은 온난화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월동할 수 없었으나 이런 해충이 유입된다면 사과뿐만 아니라 농업 전반에 큰 재앙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과수화상병은 2015년 첫 발생해 2019년에는 10개 시군 180 농가에 발생했다. 이중 사과 농가는 151농가이다. 현재 공적방제를 실시 중인 과수화상병을 조기 박멸키 위해 정부와 사과 산업현장에서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도에서 재배되던 열대과일이 남부지방에서도 재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사과 등 여타 작목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사과와 배 재배적지는 축소되고 단감이나 감귤 재배적지가 지금보다 넓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저온피해 문제로 재배하지 못하던 열대나 아열대 작물 재배는 늘게 될 것이다. 현재도 제주에서는 파파야가 무가온으로 재배되고 있고 노지에서 올리브 열매가 몇 년째 잘 달리고 있다. 대표 아열대작물인 감귤은 육지의 노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새로운 열대나 아열대작물 재배가 늘게 될 것이다. 온난화 현상은 지금도 작물의 재배지, 수량·품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과재배 적지도 과거 30년에 비해 21세기 중반이면 이미 10분의 1로 줄어들어 강원도 일부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게 된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사과연구소의 전략을 듣고 싶습니다.

사과연구소는 온난화와 이상기상을 대비해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사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평가 및 이에 대응한 실용기술 개발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육성된 신품종들은 기존 품종에 비해 대체적으로 고온과 이상기상에 더 잘 적응하고 있다. 앞으로 꽃이 늦게 피어 서리나 한파의 피해를 피해갈 수 있는 품종, 자가결실성 품종, 고온에서 착색이 잘되거나 착색이 필요 없는 녹색 품종, 고온에도 육질이 잘 물러지지 않고 즙이 많이 생기며 저장력이 좋은 품종, 동해에 강한 품종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재배적지 선정 및 고온에도 과실을 제대로 익히는 재배기술 개발도 진행 중에 있다.


이런 기후변화 대응 연구는 많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결합돼야 하기 때문에 사과연구소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촌진흥청의 기후변화 관련 연구부서, 지자체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들과 협력해 조기에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과연구소의 다양한 연구성과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새로운 연구영역 개척도 나서 줄 것을 기대하는 농업인들이 많습니다. 기존 연구영역, 그리고 새로운 연구영역을 계획하고 있으신지요? 

앞으로 사과연구소는 분자생물학 등 첨단 연구기법을 활용해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되는 생리장해 등 현재 농업현장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또 사과연구소는 유전자, 전사체, 대사물질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오믹스 연구체계를 새로 구축해 기존 해결하기 어려웠던 난제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2019년에 육종과 재배분야의 분자생물학 연구기능을 통합해‘유전생육정보연구실’을 신설했고 연구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인 뉴질랜드의 식물식품연구소와 국제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사과산업의 미래를 준비키 위해 스마트사과원 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농업현장은 일손부족과 경험적 영농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키 위해서는 과원의 규모화, 과학화, 자동화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사과원 개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2019년 기존 재배시스템 연구분야와 병해충 연구분야를 통합해 ‘친환경생산자동화연구실’을 신설했다. 이 연구실은 기상, 병해충발생 및 수체생장 등 생육환경을 자동 측정해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예측 모델화하며 과원 관리를 무인화, 자동화, 정밀화하는 연구와 이에 적합한 재배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끝으로 본지 10만 독자를 비롯해 농업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의 사과 산업 경쟁력은 주요 사과 생산국 33개국 중 8위라고 2017년 월드애플리뷰지(World Apple Review, Belrose, Inc. USA)에서 발표했다. 사과 재배 품종구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아직 인프라 구축 등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높은 생산비, 많은 노동 투입은 아주 큰 위협 요소이다. 현재 세계적인 시장 개방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과 사과 시장은 거의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다. 이런 시장 보호 기간을 뜨거운 냄비 안 개구리의 무사태평을 누리는 기간이 아니라 내부 기반을 정비하고 국제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사과연구소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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