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리비 계속 투입… 자금 회전은 멈춰

농가들, “관엽도 화훼작물, 관심 부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확산으로 각급 학교 졸업식과 각종 행사가 모두 취소되면서, 화훼농가들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수천만원의 난방비를 들여서 길러낸 식물들을 출하조차 못한 채 묵혀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것이다.


지난 18일 경기도 시흥시의 한 화훼농가. 예년 이맘때면 농장은 상인들로 북적북적해야 하지만 올해는 조용하다. 1천여평의 하우스에는 출하를 기다리는 아레카야자와 떡갈나무, 만세선인장 등이 가득하다.


농장주인 정철희씨는 요즘 한숨 밖에 안 나온다. 식물들을 출하하려고 해도 경매 가격이 너무 낮아졌고, 가격 형성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지금은 아예 출하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하량은 지난해의 50%도 채 되지 않는다.
그는 “나도 화훼 일을 30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다”면서 “지방에서도 차가 안 올라오다보니 양재동 화훼공판장 같은 곳에서도 아예 물건을 출하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훼농가 중에서도 꽃은 그나마 꽃 사주기 운동이라도 해서 다행인데 우리 같은 관엽농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500만원에 가까운 난방비를 들여서 식물들을 관리하고 있지만 판로가 막히다보니 탄식만 나오고 있다.


그에 따르면 봄 분갈이를 하고, 기념일과 행사가 많은 매년 3~5월은 관엽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계절이다. 이미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화훼농가의 피해가 예견됐고, 결국 농가들은 빚더미에 내몰릴 위기에 놓였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명확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는 수 없이 그도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2명이었던 외국인 근로자를 모두 내보내고 아내와 둘만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 관엽으로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상황이 됐다”면서 “난방비와 인건비 같은 고정관리비는 계속 들어가는데 언제까지 버티기만 해야할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정은 관엽농가 뿐만 아니라 꽃 농가들도 다르지 않다.


장미의 경우 지난해 한 단 경매가가 1만2천원에서 1만5천원을 형성했지만 올해는 500~1천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 7~8천원 선을 겨우 회복했다고 한다. 이 역시 코로나19로 중국에서 장미가 수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금 오른 것이라고 한다.
장미를 연중생산하는 농가는 그나마 버티지만 봄 특수만 바라보고 농사를 지은 농가들은 피해가 심각하다.


평택시에서 장미농사를 짓는 김은기씨는 “설날 직후 장미는 경매가 안 될 정도로 가격이 안 나왔고, 버리느니 나누자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한테 나눠준 것도 상당히 많다”면서 “우리처럼 연중 출하를 하는 농장은 어떻게든 이 시기만 넘기자는 마음으로 버틸 수 있지만 2, 3월 특수만 바라보고 장미를 키운 농가들은 올 해 농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화훼 소비촉진 및 농가지원 방안’을 발표했는데 화훼농가의 도매시장 출하선도금 금리를 0.5%포인트 내리고, 일부 경영위기의 농가에는 농업경영회생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농협 역시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등 농업기관을 통해 3월까지 모두 270만송이를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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