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국가권력, 즉 법원을 통해서 강제로 권리를 실현하는 법적인 절차를 ‘강제집행’이라고 하고,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집행력을 인정한 공정의 증서를 ‘집행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집행권원이 발생은 했지만 그 이후에 채무자가 돈을 갚는 등 사정이 변경된 경우에는 이 집행권원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형식적으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제든지 채무자의 재산을 경매에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빚을 변제받았는데도 형식적으로 집행권원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강제집행을 하는 것을 채무자가 사전에 저지하는 것이 바로 민사집행법 제44조에서 정하는 ‘청구이의 소’이다.


‘청구이의 소’를 제기하려면 그 사유가 중요한데, 확정된 권리에 대한 집행력을 배제시키는 소송이기 때문에 그 사유는 엄격하다. 청구이의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앞에서 말한 변제 등을 통해 실제로 채무가 소멸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집행권원의 원인이 되는 채권 자체가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도 청구이의 소의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어떤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다.


먼저, 집행권원이 재판을 통해 확정되어 ‘기판력’(법원이나 당사자 누구도 결론을 다시 뒤집을 수 없는 기속력이 발생한 상태)이 있는 경우라면 채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청구이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단지 경우에 따라 재심이 가능할 뿐이다.


다음으로, 재판을 통하지 않고 확정되어 기판력이 없는 집행권원의 경우, 확정된 지급명령이나 약속어음에 의한 공정증서 등은 (기판력이 없어) 채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이의 소를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현실에서 청구이의 소가 문제되는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갑은 사업을 하는 친구인 을에게 1억 원을 빌려주었는데, 을이 변제하기로 약속한 날이 지나도록 갚지 않았다.


이에 갑은 을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해서 전부 승소하였고 그대로 확정되었다. 갑은 위 소송이 확정되자 을의 부동산을 경매에 부쳤다. 을은 갑에게 빌려간 돈을 갚을 능력과 의사도 있는 상황이다. 을은 어떤 소송을 통해서 자신의 부동산을 지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을은 갑에게 먼저 ①변제 또는 변제공탁을 하고, ②청구이의 소를 제기하고, ③변제하였음을 이유로 청구이의 소를 제기한 법원에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여 ④강제집행정지 결정문을 받아 이번에는 경매가 진행 중인 법원(청구이의 소를 제기한 법원과 다름을 주의해야 한다)에 제출하여 경매를 정지시킨 후, ⑤청구이의 소가 진행되어 승소로 확정되면, ⑥다시 경매법원에 청구이의 소에서의 판결문을 제출하여 비로소 경매를 취소시킬 수 있다.


청구이의 소는 집행과 관련된 소송이어서 그 사유나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주의하지 않으면 전문가도 실수할 수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청구이의 소와 관련된 문제가 생겼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지체없이 상의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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