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원 50주년을 맞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배 산업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배 연구소는 그동안 다양한 신품종 배를 쉼없이 개발해 재배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로 최근 10년간 소비량이 50%이상 감소하는 등 배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나마 수출량이 늘어난 것은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배 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할 시점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배 연구소는 배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신품종과 함께 가공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배 생산량, 당도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해 소비패턴 변화에 배 산업이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한정된 인력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배연구소 강삼석 소장을 만나 배 연구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들어봤다.

 

배연구소 강삼석 소장

 


■ 배 연구소의 간략 소개 부탁드린다.
배연구소는 우리나라 남부지역이 주산지를 이룬 과수류의 품종을 개량하고 고품질의 과실 생산을 위해 지난 1970년 4월에 전남 나주에 원예시험장 나주지장을 발족하면서 배, 감, 매실, 포도, 복숭아, 살구 등의 재배법 개선 연구를 시작했다. 1992년 과수분야의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배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으로 변모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는 배, 감, 블루베리의 품종육성과 재배법 개선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구인력으로 연구직 11명과 일반직 5명, 공무직 40명, 전문연구원 2명 등 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구실은 배연구실, 감·소과류연구실, 생산시스템연구실 등 3개 연구실이 있으며 시험포장은 나주시에 20ha와 영암군에 14ha를 보유하고 있다.

 

■ 그동안 신품종 등 연구성과에 대해 말씀해 달라.
우선 배는 1980년대에 개발한 노란색 과피의 ‘황금배’, 새콤달콤하며 저장성이 좋은 ‘추황배’, 검은별무늬병에 강하고 달콤한 과즙이 일품인 ‘감천배’는 국내 배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왔다. 이후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추석에 생산이 가능한 ‘원황’, ‘신화’, ‘창조’, ‘화산’, ‘만풍배’ 등이 재배현장에 보급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일상소비를 위해 녹색과피를 가진 ‘슈퍼골드’, ‘그린시스’, ‘설원’ 등의 품종이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다. 또 먹기 편하고 맛있는 배를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껍질째 먹는 ‘조이스킨’, ‘한아름’, ‘예스쿨’, ‘센스올’ 등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초에 배 과수원의 신규 개원이 증가하면서 과수원 개원 후 수확까지 10여년이 걸리던 것을 ‘Y자 밀식재배’ 기술을 개발해 5∼7년으로 앞당겨 농가소득에 기여하게 됐다.


단감은 대부분은 일본 품종에 의존해 왔으나 지난 2000년대 본격적인 육종사업에 뛰어들어 20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완전단감 품종으로 과실 크기가 중간정도이고 맛이 뛰어나 동남아 수출에 유망한 ‘로망’ 품종을 개발했다. 2010년에는 대과이며 식미가 우수한 ‘감풍’,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에 수확이 가능한 추석용 ‘조완’, ‘원미’, ‘원추’, ‘판타지’, 껍질을 깎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연수’, 씨가 없어 먹기 편한 ‘올프레쉬’, 장원형의 새로운 형태를 보이는 ‘봉황’ 등을 생산현장에 보급해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입하고 먹을 수 있도록 품종 다양화를 추진해 왔다.


한편 수확기 과실을 쪼아먹는 조류피해를 경감하기 위한 ‘까치포획트랩’과 농작물과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멧돼지 밀도 조절에 효과적인 ‘멧돼지포획트랩’도 개발·보급하였으며, 현장에서 유용하게 잘 활용되고 있다.

배연구소

 

■ 요즘 기후변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현황은 어떤가?
최근 두 달 동안 겨울철 날씨를 보면 평년대비 기온이 2.4℃ 높고, 강수량도 93.9% 증가됐다. 앞으로 2~3월 두 달 동안이 가장 중요하지만 기온이 높은 조건이 다소 길게 유지된다면 4월 꽃피는 시기가 빨라지고 그 기간 동안 갑자기 꽃샘추위나 서리를 만나면 과수농가에선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최근에 배연구소에서 개발한 ‘연소자재’는 새벽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 5시간 정도 지속적으로 연소가 가능하며 바람이 정체돼 있을 경우 1℃ 정도 기온을 상승시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으며 개발 기술은 생산업체에 이전돼 올 봄부터 농가에서 구입해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과실의 안정생산에서 병해충 관리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배 연구소는 방제 횟수는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병해충을 줄이기 위해 문제 병해충의 발생생태를 구명하고 이에 적합한 방제력을 개발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상조건을 반영해 배 검은별무늬병, 감 둥근무늬낙엽병, 감 탄저병 등의 발생을 예측하고 이 결과를 생산현장에 실시간 전파해 방제효과를 높이는 ‘방제결정지원시스템’을 개발했다.

 

■ 기후변화에 대비한 배연구소의 전략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온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봄철 저온피해 예방을 위해 품종육성, 예방기술 개발, 병해충 발생특성 등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고 있다.
품종육성의 경우 저온피해를 회피할 수 있도록 개화기 저온에 강하거나 꽃이 늦게 피는 품종을 만들고 있으며 낙엽과수는 겨울철에 일정기간의 저온이 경과돼야 꽃이 피고 잎이 자라기 때문에 기후가 온난화해 질 경우 이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어 이러한 요구도가 낮은 품종도 개발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기후일호’라는 품종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피해예방 측면에서는 개화기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해 개화기 무렵의 저온내습이 우려될 경우 이를 사전경보체계를 활용해 연소법, 살수법 등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저온피해를 경감토록 하고 있다. 또 저온경과 후 피해수준별 빠른 회복을 위한 재배기술 적용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연구 영역확대로 인한 연구인력 부족이나 어려움은 없는지? 
그동안 배연구소에서는 배와 감 품종육성과 재배기술 개발에 연구노력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배, 감 재배면적 감소와 블루베리 등 소과류에 대한 연구수요가 많은 점을 반영해 소과류 연구를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다른 과수작물 특화연구소에 비해 3과종을 동시에 연구하는 관계로 인력이 충분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현실적인 현장문제를 중심으로 연구역량을 집중하려 하고 있다. 특히 국가적으로 장기간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신품종 육성사업을 중심으로 현안문제를 해결코자 노력하고 있다.


연구 인력의 부족은 농촌진흥청 내부 및 도 농업기술원의 관련연구자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보완해갈 계획이다.
블루베리 연구는 우리나라 토양환경에 적합한 식물이 아니므로 연구기반 구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듯이 향후 재배현장에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토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재배가 가능한 품종개발에도 관심을 가지고 추진할 계획이다.

 

■ 연구소에서 추진 중인 가공품 소개해 달라.
현재 상용화돼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배즙’과 ‘과립스틱’, ‘배건과’ 등이 있다. 최근 개발한 것 중에서 미성숙과에서 추출한 알부틴 성분을 활용한 천연미백제 화장품, 미세플라스틱이 주로 사용되었던 연마제를 배에서 추출한 석세포로 대체해 만들어진 스크럽제 화장품, 미성숙과에서 추출한 기능성 음료, 비트, 울금 등과 배 과실이 만나서 만든 냉동건조 과실절편, 항산화 성분을 함유한 과립스틱, 미세플라스틱 대체용 석세포를 활용한 치약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착즙박, 전정가지, 미성숙과 등을 이용한 부산물에서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활용하기 위한 가공품 개발이 산학연 공동연구협약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끝으로 농업인신문 독자와 농업인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배연구소는 올해 개소 50주년을 맞았다. 과수 농업인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키 위해 배 재배규모가 가장 큰 나주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전국에 분포하는 감, 블루베리 농가에게도 체감될 수 있도록 만족을 주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과수농가들이 농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현장의 살아있는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농업인신문 등의 언론매체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 농업인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가공품 개발, 품종육성, 재배기술 개발 등 본연의 연구개발 임무를 묵묵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농업인들과 같이 힘을 모아 우리 모두 더 멋진,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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