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정부 각 부처가 실시하는 대통령 업무보고는 형식상 각 부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모양새지만 실질적으로는 행정부의 대표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해 동안 어떤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목표와 의지를 밝히는 자리다. 청와대비서실이 각 부처 담당자들과 업무보고 내용을 사전에 조율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0년 업무계획’은 실질적인 보고 대상인 농민들의 기대에는 많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올 해 농식품부 업무보고는 애초에 청와대가 ‘일자리창출’이라는 주제를 정해놓고 이와 관련된 핵심과제 이행계획을 보고하게 한 것부터 잘못됐다. 청와대가 보는 ‘국민’이 국민 전체라면 농식품부에게 ‘국민’은 ‘농민’이다. 농식품부가 청와대의 주문에 맞춰 업무계획을 작성하더라도 현재 농촌에 살며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농민들을 위한 일자리정책을 중요하게 제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업무보고는 도시은퇴자들의 농촌정착 지원과 농촌에서 창업과 취업을 생각하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침체된 농업과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시사람’을 유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미 농촌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희망을 주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 저수지가 오염됐다고 새 물을 쏟아부어봤자 근본적으로 오염원 제거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업·농촌’을 구현하겠다는 농식품부가 기존의 ‘사람’은 무시하고 새로운 ‘사람’에게만 애정을 쏟는 모습이 안타깝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농촌을 지켜온 농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농업 발전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더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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